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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동자가 열차를 멈추는 이유철도노조, 11일 파업돌입… “주52시간제, 철도공공성 강화 등 지난 합의조차 이행하지 않았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내일(11일) 오전 9시부터 파업에 돌입한다. 철도노조가 경고파업을 예정한 날은 11일 오전 9시부터 14일 오전 9시까지 사흘간이다.

철도노조의 요구안은 ▲총인건비 정상화 ▲노동시간 단축과 철도안전을 위해 2020년 1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4조2교대 근무형태 변경을 위한 안전인력충원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와 자회사 처우개선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통합(올해 안 KTX-SRT 고속철도 통합) 등 4가지다. 그러나 지난 8월 ‘2019년 철도 노사의 임금교섭 및 현안협의’는 결렬됐다.

철도노조는 경고파업을 선언하고 투쟁에 나선 이유에 대해 “철도공사 및 정부가 지난 합의조차 이행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 지난 6월 서울역, ‘철도통합과 안전인력 충원’을 위한 결의대회 모습 [사진 : 철도노조]

2018년, 철도 노사는 주52시간제, 철도안전 및 공공성 강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 등 문재인 정부의 노동 및 철도정책과 새로운 노사관계 수립을 위해 ‘임금 정상화’, ‘4조2교대로 근무체계 개편’, ‘안전인력 충원’ 등을 합의했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노사전문가협의체 합의도 이뤘다. 그러나 교섭은 결렬됐고, 철도노조는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철도노조는 노사 간 임금교섭이 결렬된 핵심적인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철도공사가 수년에 걸쳐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에 따른 연차미사용에 대한 보상과, 매년 임금인상률에 따라 올라야 하는 정률수당을 정상적으로 지급하지 못하는 임금체불 상태”에 있다고 언급했다. 그 이유는 “기관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획일적 총인건비 제도와 만성적 인력 부족 때문”이다.

철도공사는 2009년 5,115명의 대규모 인력감축이 있었고, 영업 거리와 시설물은 계속 늘어나는데도 신규인력이 제대로 충원되지 않아 ‘만성적 인력 부족’ 상태에 있다. 인력이 부족하니 초과노동을 많고, 연차휴가 사용이 어려워진다. 자연스레 철도공사는 초과노동수당과 연차미사용 휴가에 대한 보상 비용이 늘어난다. 그런데 공공기관의 ‘총인건비제도’는 이와 같은 기관특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당해년도 임금인상율에 따라 획일적으로 총인건비 사용한도를 규제하고 있어 정부에서 정원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기관의 경우 임금인상률만큼 정상적으로 임금을 인상하거나 지급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게 되는 것이다.

철도노조는 “정원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는 기관은 노동시간이 늘어나고 노동강도가 강화되는 한편, 상대적으로 임금삭감까지 감수해야 하는 삼중고를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철도공사는 공공기관 중 산재율 1위이며, 초과노동 비중도 최상위권에 있기도 하다.

▲ 사진 : 철도노조

철도공사는 2018년 총인건비 정상화 합의에 따른 노조의 ‘조기 채용 및 승진 요구’를 이행하지 않아 또다시 인건비 부족 사태에 직면했고, 정률수당과 연차 정상화 등의 방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또, 2020년 1월 4조2교대 전환에 따른 근무제도, 필요인력 충원과 관련해서도 실질적인 방안은 없는 상태다. “내년 1월부터 4조2교대를 시행하려면 최소한 몇 개월 전에는 인력충원 규모가 나와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에 승인을 받고 채용 절차도 밟아야 하지만 10월인 지금까지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고 철도노조는 전했다. 철도노조는 “4조2교대 전환인력이 주52시간제 시행 취지에 맞게 청년일자리 창출과 일·가정 균형, 철도안전 확보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조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 따라 철도 노사전문가협의체에서 합의한, 열차승무원·전기원·차량정비원 등의 직접고용과 동종유사업무의 임금 80%수준 확보 등 ‘자회사 처우개선’ 합의도 1년이 넘도록 이행되지 않고 있다.

▲ 사진 : 철도노조

철도노조는 특히 철도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철도통합 추진 약속 이행”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민에게 약속한 ‘KTX-SRT 통합’으로 철도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

국민의 민영화 반대 여론에도 분할 민영화를 추진했던 수서고속철도(SR)가 분리됨에 따라 철도공사 경영은 악화됐고, 부채가 늘어남에 따라 철도안전을 위한 투자는 요원해지고 있다. 철도공사가 철도안전에 투자하고, 적자일 수밖에 없는 노선까지 운영하려면 정부가 지원을 늘려주거나 수서고속철도의 통합으로 철도공사의 경영여건을 개선해 줘야 한다는게 철도노조의 주장이다.

철도노조는 “KTX와 수서고속철도(SR)가 통합되면 서울역, 용산역 출발 KTX의 요금도 10% 인하할 수 있고, 고속철도 공급좌석을 늘리고 전국에서 수서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는 국민편익이 늘어난다”고 설명한데 이어, 철도안전을 위해서라도 통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발생한 강릉선 탈선사고의 예처럼 “KTX와 SRT처럼 철도시설을 분리해서 운영하면 철도안전이 지속적으로 위협당한다”는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018년 취임하면서 박근혜 정권이 추진해왔던 철도 민영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개혁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그 결과를 바탕으로 고속철도 통합, 철도 상하통합 등 철도산업의 개혁과 발전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이 연구용역을 중단시켰다. 철도노조는 “철도통합 연구용역 결과를 받아보고, 국민과 함께 한국철도가 나아갈 길에 대해 국민과 함께 정정당당하게 토론해 총선 전인 연내에 약속을 이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철도노조는 경고파업 돌입 관련 입장문에서 “정부가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조차 지킬 수 없는 불합리한 총인건비제도를 개선하지 않고, 주52시간제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 현장에서 잘 정착되도록 뒷받침하지 않고, 철도의 공공적 발전과 경영개선이 이루어지도록 철도통합 약속이 추진되지 않으면 쟁의가 해소되지 않고 현안이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국토부가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국토부가 파업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기 보단 파업시 ‘비상수송대책’을 마련한 게 전부”라며 “모든 책임을 철도 노사에 떠넘기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 철도노조가 지난 8일 ‘철도 안전과 공공성 강화, 고속철도(KTX+SRT) 통합’을 위한 총파업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 철도노조]

철도노조는 국민에게 전하는 말도 남겼다. “노동자와 국민이 염원하는 철도개혁, 공공개혁을 포기할 수 없기에 파업을 통해서라도 철도와 공공부문이 안고 있는 문제를 국민에게 알리고, 국민과 함께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면서 “2013년 수서고속철도 분할민영화 반대 파업과 2016년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불법 강행 반대 파업 당시 ‘불편해도 괜찮아’라며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철도노조의 경고파업으로 불편하시겠지만 국민에게 더 안전하고 편리한 철도를 만들려는 철도노동자의 투쟁에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철도 노사는 지난 5월부터 2019년 임금단체교섭을 시작해 12차례의 본교섭·실무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철도노조는 지난 8월21일 교섭결렬을 선언하고, 9월4~6일 조합원 총회(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73.4%의 찬성률로 쟁의행위를 결정했다.

한편, 지난 8일 철도하나로운동본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도 “박근혜 정권의 적폐정책이었던 철도 분할민영화 계획이 여전히 폐기되지 않고, 철도통합과 개혁이 중단된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곤 “철도노조의 파업에 지지·연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혜정 기자  jhllk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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