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4.27시대연구원칼럼 이정훈 반도평론
새 동북아 질서와 저항하는 일본이정훈의 반도평론(6)
  •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부원장
  • 승인 2019.07.25 18:32
  • 댓글 3

1. 새로운 국제질서

국제정세에서 새 것이 떠오르고 낡은 질서가 무너질 때 나타나는 극적인 변화가 최근 한반도 주변에서 역동적으로 일고 있다. 일련의 국제정세를 주시하는 누구도 그 변화의 중심에 자력으로 국가핵무력을 완성하고 전략국가로 등장한 조선(북한)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의 변화도 놀랍다. 한(조선)반도 문제해결 방도와 기존 대미전략노선을 수정하면서 북과 연합하고 있다. 등소평 개혁개방 외교노선 이래 수십 년만의 충격적 변화이다.

미국이 소련 붕괴이후 중국을 압박하고 끌어들여 조선을 에워쌌던 적대적 제재망은 시진핑 주석의 지난달 평양 방문이후 완전히 허물어졌다. 이렇듯 조·중·러가 함께 추동하는 다극화를 지향하는 새 국제질서를 막을 방법은 없어 보이지만 낡은 국제질서에 이해관계가 걸린 기득권세력의 반발과 저항이 격렬한 것도 사실이다. 새 것과 낡은 것의 최전선에서 조-미가 직접 격돌하고 있다면, 그 바로 뒷자리에서 낡은 질서의 기득권을 지키려 저항하는 정치세력이 바로 일본 아베 정권과 한국의 자유한국당이다.

2. 협상장으로 돌아온 미국

베트남 하노이 2차 조미정상회담을 호기롭게 무산시키고 떠났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논란의 ‘빅딜’ 제안을 뒤로 물린 채 다시 협상장으로 나왔다.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북의 대미정책은 지난 4월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명확하고 단호한 표현으로 제시되었다. 1) 협상의 내용은 6.12 싱가포르 조미공동성명의 포괄적 이행 2) 방법은 단계적 동시행동(미국 선(先)비핵화 포기) 3) 시한은 올해 말까지이다. 세부적으로는 조미정상간 합의와 협상을 교란시켜온 폼페오 국무장관과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의 교체(2선 후퇴) 등이었다. 이를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조미간 핵대결은 2017년 위기 이상으로 재현될 게 분명하다는 신호였다.

경제제재 완화를 지렛대로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힘을 통한 강압외교로 일방적 선비핵화를 관철하려던 미국의 협상전술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시정연설 이후 미국의 선택은 협상을 아예 접거나 새로운 협상전술로 수정하는 두 가지로 좁혀졌고, 세계는 미국의 선택을 주목했다. 트럼프는 연거푸 “서두를 것이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으로 상대국에게 시한 압박을 당하며 대책을 고심한 적은 트럼프 개인은 물론 미국 외교사상 없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과거 소련과의 쿠바 미사일 위기 때도 그렇고 이후의 다른 어떤 위기 때도 미국에게 그렇듯 단호하고 실제적인 시한부 안보 위협을 가한 나라는 없었다.

4.12 시정연설 이후 북은 미국의 입장에 변화가 없는 이상 실무협상을 일절 진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친서를 통해 협상재개 의사를 전한 것으로 분석되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면서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고 반응한 데서 알 수 있다. 이후 트럼프는 꽉 막힌 조미 실무협상을 조속히 재개하기 위해 특유의 트위터정치로 김 위원장에게 판문점 회동을 요청하고 성사시키며 그간의 교착상태를 반전시켰다.

지난 23일자 조선신보 보도에 따르면, 6.30 판문점 조미‘번개’회담에서 다시 한미연합군사훈련(동맹19) 문제가 거론되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연합훈련 중지를 다시금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미 군당국은 다음달에 연합훈련을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훈련명칭을 ‘동맹19-2’가 아니라 ‘전작권 전환 검증연습’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걸까?

판문점 ‘번개’회담에서 조미정상이 합의한 2~3주 이내 실무협상이 더 이상 진척되지 않는 이유는 한미연합군사훈련 때문이다. 연합훈련이 완전히 중지되지 않는다면 실무협상도 계속 지연될 게 분명하다. 조선 외무성쪽 입장 표명을 보면, 연합훈련을 완전히 중지하지 않는 태도에 대해 조선은 조미 협상원칙의 전제를 깨는 행위로 간주하고 있음이다. 뿐만 아니라 조선은 이를 남북의 평화군축과 긴장완화 노력도 물거품으로 만드는 주된 장애로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25일 새벽 조선의 미사일 (시험)발사 역시 한미연합훈련이 완전 중지되지 않아 되풀이된다고 볼 수 있다.

3. 달라진 중국

최근 동북아 정세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의 대조선정책이 전면적으로 바뀌고 있다. 지금껏 중국은 한(조선)반도 비핵화, 쌍중단(조선 미사일시험, 한미연합훈련 중단), 쌍궤병행(비핵화, 평화회담 병행), 6자회담 재개 등 늘 비슷한 원칙과 주장을 해왔다. 그래서 표면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는 듯하며, 중국의 대조선정책이 현실에서 변함없이 관철되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내면적으로 조선문제를 대하는 입장과 태도에서 전례 없는 변화상을 보이는 곳이 중국이다. 시진핑 주석이 표방하는 ‘신시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노선도 크게 보면 1978년 등소평 개혁개방노선의 연장선에 있다. 이른바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로 정립된 중국의 사회주의 전략은 중국공산당 주도 아래 시장과 자본주의를 활용해 낙후한 중국의 생산력을 먼저 키우자는 노선이다. 이와 맞물려 있는 중국의 대외, 대미전략이 등소평의 유명한 도광양회(韜光養晦: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 전략이다. 이후 후진타오 주석의 화평굴기(和平屈起; 평화롭게 우뚝 선다)로 변화했으나 기조는 같다. 즉 기존 모택동 노선과 다르게 제국주의 미국과 직접적인 대립은 피하면서 와신상담해 미국을 이길 수 있는 실력을 키운다는 것이다. 중국의 실용, 실리주의 외교노선이다. 중국공산당은 이 기간을 대략 100년으로 잡았다.

중국의 대조선정책도 이 기조에 따른 것이었다. 한마디로 첨예한 조-미 대결이 중-미 대결로 진화하는 것을 차단하는 기조를 유지했다. 중국이 전통적인 조-중 사회주의 혈맹노선을 뒤로한 채 실제로는 조선의 핵개발을 반대하고 미국과 공조하며 조선을 압박했다. 이를 두고 중국은 자국 중심의 실리주의외교라 말할지 모르지만, 국제사회주의운동론 차원에서 보면 프롤레타리아국제주의의 포기이자 사회주의 동맹국에 대한 배신에 다름 아니었다.

그러던 중국이 조선과 ‘반제사회주의 조중혈맹’을 다시 합창하고 있다. 최근 2년간 5차례에 걸친 조중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은 획기적으로 바뀌었고 시진핑 주석의 평양방문은 그 절정이었다. 평양정상회담의 기조는 시종일관 “반제자주, 사회주의를 위한 공동투쟁”이었다. 즉 중국은 더 이상 미국편이 아니라는 것을 대외적으로 선언한 평양방문이었다.

이런 중국의 변화에는 실리와 명분을 동시에 준 조선의 대중국정책이 녹아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한(조선)반도 비핵화를 공언하고 평화적 방도에 의한 조-미 대결 종식을 표명함으로써 시진핑 주석에게 명분을 준 것이다. 그러자 중국은 국가핵무력을 완성한 조선의 실력과 실체를 인정하고, 조선을 미국의 대중국 봉쇄압박전략을 벗어나는 동반자로 재설정한 것이다.

소련 붕괴 이후 분열되었던 주요한 사회주의 나라간의 연합과 단결이 복잡한 정세 속에서 극적으로 복원된 것이다. 중국은 이후 적극적으로 한(조선)반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그리곤 미국에게 조미협상 성사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중국은 이후 조미협상이 파탄되더라도 더는 미국편에 서지 않을 것임을 여러 경로로 암시하고 있다. G20 중미정상회담을 앞둔 미묘한 시기 시 주석의 평양방문은 미국에게 20여년 공든 패권탑이 무너지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 세종시에서 열린 일본 제품 불매 운동[사진 : 뉴시스 김기봉 기자]

4. 극렬 저항하는 일본

동북아의 극적인 정세변화에 가장 불안해하는 정치세력이 일본의 아베 정권이다. 아베 정권이 이젠 미국만 믿고 있을 수 없다는 심리적 불안상태에 빠질 만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정치의 기본 틀은 미국이 주도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1951년. 샌프란시스코 체제)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금 이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체제는 또 다른 패전국 독일의 경우와 달리 일본에게는 사실상 선물이었는데 전범국으로서 반성과 사죄 없이 부활할 기회를 제공했다. 한국전쟁 와중에 체결된 조약의 기조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이 그대로 반영됐다. 팽창하는 중국과 조선의 사회주의를 막기 위해 패전국 일본을 부흥시켜 종국적으로는 ‘아시아의 영국’으로 만드는 장기전략의 시작이었다.

일본의 자민당 중심 우익보수정치체제의 대외정책적 근간은 미일안보조약(1951년)에 기반한 군사동맹과 조선을 적으로 삼는 한(조선)반도 분단체제이다. 그래서 4.27 판문점선언과 조미 평화협상의 진전은 일본 민중에게 자주와 평화를 추동하지만, 아베를 필두로 한 우익보수세력에겐 전후 70여년 자민당 중심 보수정치체제(샌프란시스코 체제) 몰락의 시작을 의미한다. 일본 자민당에게 한(조선)반도 평화와 통일의 진전은 여느 남의 나라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정치운명과 직결된 체제문제이다.

불안감에 휩싸인 아베 정권의 대응은 두 가지로 나타난다. 하나는 “미국을 믿을 수 없다”는 심리에서 나온 독자적 군국주의화, 핵무장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이 반대해도 한국 문제에 직접 개입해 한국의 정치 변화에서 미래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일본이 6,000여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47톤을 보유하고 있고 수개월 안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아베 정권에겐 평화헌법 개정과 핵을 보유한 ‘보통국가’를 지지하는 여론조성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아베 정권의 평화헌법 개정 시도는 일본 우익보수정치체제의 활로와 직결돼 있다. 그래서 변함이 없고 집요하다.

일본이 독도문제 등 고질적인 영토문제를 넘어 외교와 경제, 무역 등 다방면에서 한국을 압박하고 개입력을 키우려는 시도는, 미국의 대한(조선)반도 영향력이 계속 약화돼 남북이 평화, 번영, 통일의 길로 들어설수록 심화될 공산이 크다. 대법원의 일제하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빌미로 아베 정권이 경제제재를 가해오는 것을 결코 우연하거나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한국 정부와 국민이 이를 방치한다면 압박의 강도가 더한 금융제재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지금 조미협상이 달갑지 않다. 이 협상에서 일본은 완전 배제돼 있고, 따라서 그 결과에 대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4.27 판문점선언에 합의한 문재인 정권을 반대하는 것을 넘어 더 극렬한 방법으로 정권을 흔들려 할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아베 정권과 친일 자유한국당의 막후 공조는 시간이 갈수록 더 노골화될 것이다.

5. 전환기 미국의 대(對)한국 정책

동북아 정세가 급변함에 따라 주변국들의 대한국 정책 역시 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대한 정책기조는 바뀌고 있는가? 일반적으로는 미국이 한국의 극보수정권이나 자유한국당보다는 4.27판문점선언에 우호적인 문재인 정권이나 중도정권을 더 지지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미국 지배집단 내부의 혼선과 분열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한국의 수구분단세력을 더 신뢰하고 옹호한다.

한국 민중의 입장에서 보면 자유한국당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보수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이지만 미국이 이들의 집권조차 반기지 않는 이유는 전환기 정세에서 조선과의 민족공조 가능성 때문이다. 미국은 4.27 판문점선언 이후 벌어지는 남북의 화해와 번영, 통일의 열기에 놀라고 있다. 이 열기의 뿌리는 5천년 반도에서 살아온 한겨레로서 이제 분단과 전쟁을 끝내고 화해협력과 평화통일로 가자는 염원이다. 이 열기가 촛불처럼 번진다면 미국의 대북 협상전략도, 남쪽에 대한 지배력 유지도 모두 다 잃게 될 것이 분명하다.

미국이 4.27 판문점선언과 통일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가로막는 실세임을 이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게 되었다. 핵문제와 조미관계가 단계적으로 해결되는 일련의 과정에서도 미국은 한국에 대한 영향력과 지배력을 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미국은 한반도는 물론, 한국 내 정치정세 변화에 다양한 경우의 수로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제3세계 나라의 정변과 정권교체를 식은 죽 먹기로 반복해온 미국이 기득권을 잃을 수 있는 ‘불안정 지역’에 대처하는 방식은 인위적 사회혼란 조성, 경제제재를 통한 현지 정권 흔들기, 정변을 통한 정권교체 등이다. 한국에서 5.16과 같은 군사쿠데타와 정변이 더 이상은 쉽지 않다. 이런 조건에서 최근 일부 정세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미국과 일본의 경제제재를 통한 한국 정권 흔들기는 충분히 가능한 방법의 하나이며, 일본이 먼저 이를 무기화하고 있다. 미국이 겉으로 일본의 대한국 경제제재를 조정하고 말리는 시늉을 하고 있으나 특정한 정치상황에서 미국 역시 경제제재를 활용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일본 정권은 한국을 대등한 협상 상대로 본 적이 단 한순간도 없다. 과거 박정희 군사정권을 대하듯 한국 정부를 만주군관학교 부하처럼 대하고 있으며 여전히 한국을 식민지로 보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일본의 경제제재에 굴복하고, 일본의 압박이 계속 통한다면 한국은 일본 극우보수정치세력의 영향력과 지배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온 국민이 일어나서 이를 저지하고 파탄내야 한다. 한국의 촛불은 후퇴를 거듭하는 문재인 정부의 반개혁적 정책과 싸워야하고, 전환기 미일 외세의 음흉한 농간과도 싸워야한다. 한국의 촛불민중은 아직 할 일이 많다.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부원장  webmaster@minplus.or.kr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부원장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3
전체보기
  • 김레오 2019-07-31 14:49:15

    지금이 문재인 정권과 싸워야 할 때라는 현실 인식에 아연실색합니다 이순신이 왜구랑 싸웠지 선조랑 싸웠습니까? 답답하네요.   삭제

    • 박혜연 2019-07-27 08:58:22

      무슨말씀이얘요? 아베하고 싸워야지~!!!!   삭제

      • 백이현 2019-07-26 08:12:59

        세계 자본주의 위기에 따른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의 정치적 위기와 기성 정치세력의 몰락은 트럼프 등의 고립주의 노선을 서구 열강들에서 등장하게 했습니다. 트럼프는 그에 따른 고립주의 또는 먼로주의로의 회귀를 주요 정책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고려해야 합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발전의 가장 큰 장애물로 되고 있습니다.
        한미 군사훈련과 노골적인 군비증강, 대미 굴종에 따른 교류협력 지연 등은 판문점 선언 이행의 가장 큰 장애물입니다. 아베와 자유한국당이 아니라, 아베와 문재인을 상대로 싸워야 한다고 봅니다.   삭제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