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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재벌개혁 못하면 위기가 온다[자주적 경제민주화의 길(9)] 재벌체제개혁의 의미①

<자주적 경제민주화의 길> 연중기획 중 두 번째 시리즈 <재벌체제개혁의 의미와 과제>에 대해 몇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1.재벌체제개혁의 의미
2.한국재벌형성의 역사
3.재벌중심경제의 문제점
4.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재벌중심경제

<참고> 제1편 경제민주화의 다양한 접근방식
1.경제민주화에 대한 4가지 접근방식
2.자유주의적 경제민주화 사례
3.사회민주주의적 경제민주화 사례
4.자주적 경제민주화 사례

1. 지금 재벌체제를 개혁하지 못하면 위기가 온다

재벌체제개혁과 경제민주화운동은 민중의 절박한 과제로 부상했다. 이런 상태로는 현재도 살 수 없고, 미래도 희망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는 모델의 위기, 리더쉽의 위기, 정당성의 위기 등 3가지의 위기를 겪고 있다. 첫째는 수출주도-재벌중심 경제모델이 통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 둘째는 더 이상 국민들이 재벌총수의 리더쉽을 인정하지 않고 새로운 기업, 경제 리더쉽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 셋째는 수출신화, 대마불사, 낙수효과 등 기존 경제이데올로기에 대해 국민적 저항이 형성되고 새로운 대안경제이데올로기와 노선을 찾고 있다는 점 등이다.

그동안 재벌을 중심으로 수출을 통해 경제성장을 해 왔던 한국형 모델이 근본적 위기에 봉착하였다.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구조에 빠진데다 중미 무역갈등 확산 등으로 수출여건이 악화되고, 장기화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에서 수출주도-재벌중심 한국경제모델은 “극도의 양극화”와 “성장잠재력 잠식”의 주범으로 전락했다.
재벌중심 생산체제는 수직계열화와 대량생산체제에 기반 한 최종재 위주의 산업구조로 국제 경쟁력에 취약하다. 중간재 개발에는 혁신적인 중소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나, 재벌체제의 내부거래(B2B)에서 스타트업 등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고, 노동배제 경영으로 작업자의 창의적 제안에 의한 혁신도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3,4세 총수일가의 불법, 탈법, 편법 승계의 문제점들이 곳곳에서 발생하여 재벌총수일가들이 해당 기업과 그룹, 한국경제전반을 끌고가도록 두어서는 안되겠다는 국민적 반발과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기업분할 주주총회에 반대하는 현대중공업 노동자와 지역민들의 격렬한 투쟁이 이러한 양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촛불항쟁 이후 기업내부의 모순과 비리에 대해 국민들은 더 이상 묵인, 용인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폭로하고, 고발하고, 단죄하는 직접 투쟁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촛불민중의 요구는 한국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 근본적 경제개혁에 대한 요구로 발전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론을 대안경제이데올로기로 제시하고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지금 자신의 이념과 노선을 관철하는 데서 심각한 동요를 보이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정책을 힘있게 실행하려면 재벌체제개혁이 선행되거나 병행되어야 하는데, 이를 밀고나가지 못하고 오히려 재벌체제에 투항하고 있다. 최근 무역과 수출분야 경제지표들이 악화되면서 문재인 정부는 그나마 남아있던 개혁의지마저 상실하고 있는 모습이다. 총선을 겨냥한 공학적 대응을 넘어 확고한 정책적 노선적 비전이 불확실해지고 있다.
박상인 교수는 전환기에 놓여있는 한국경제가, 그것도 촛불로 탄생한 개혁정권하에서 재벌개혁을 완수하지 못하면,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의 길”이 아니라, “제2의 남미의 길”을 겪게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 위기의 고통은 고스란히 민중에게 떠넘겨질 것이다.

2. 정치민주화와 경제민주화의 괴리를 극복해야

재벌체제개혁과 경제민주화운동이 민중의 절박한 과제로 부상한 이유에는 정치민주화와의 관계속에서 역사적인 측면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87년 이후 정치민주주의에서는 일정한 진전이 있는 반면 경제민주화영역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기 이러한 현상을 “민주화의 역설”이라고 불렀다.

87년 6월항쟁의 승리와 88년 민주다수파 국회, 97년 김대중, 2002년 노무현 정권으로의 정권교체, 2016-17년 촛불항쟁과 문재인 정부의 등장은 친미군사독재와 친미보수연합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발전에서 빛나는 민중의 승리를 가져왔다.
친미독재세력은 민자당 3당합당과 공안통치, 노무현정권에 대한 탄핵쿠데타, 박근혜정권 시기의 유신부활책동, 촛불항쟁시기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등 지속적인 반민주적 저항을 거듭했으나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 촛불항쟁을 통한 박근혜정부에 대한 탄핵은 다시는 이 땅에서 친미독재세력이 초헌법적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반동음모는 불가능함을 보여주었다. 정치민주주의는 아직도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하지만, 일반민주주의가 확장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은 역진이 불가능하다. 바야흐로 한국정치는 이제 정치 자주화의 과제를 본격적으로 해결하는 길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경제영역에서는 여전히 경제민주화의 과제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민주노조운동의 발전으로 경제분배와 경제민주화 문제가 일정하게 개선되면서 90년대 한국사회는 정치운동, 통일운동, 경제민주화운동에서 황금기를 누렸다.
그러나 IMF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기에 오히려 한국경제는 경제민주화가 실종되고, 극단적인 종속적 신자유주의 체제로 재편되었다. 노동자민중이 외치던 경제민주화 구호는 어디가고, 외국투기자본, 재벌, 정부, 의회, 언론이 앞장서서 “규제완화”, “경제자유화”, “노동시장 유연화”를 외쳤다. 그간의 수출주도경제는 신자유주의 WTO체제에 깊숙이 편입되고, 재벌은 신자유주의 경제질서에 올라타 오히려 더 강화되었다. 노동진영은 구조조정, 비정규직화, 유연화, 외주화 과정에서 현장진지가 무너지고 민주노조사수, 경제분배에 대한 방어에도 급급한 상황이 되었다. 그 방어전의 최전방에서 2003년 민주노총은 배달호(두산중공업), 김주익(한진중공업), 이해남(세원테크), 박상준(화물연대), 송석찬(국민연금관리공단), 박동준(태광산업), 이용석(근로복지공단) 등등의 열사를 잃었고, 이경해 농민은 멕시코 칸쿤에서 자결하였다.

정치민주화의 진전은 재벌개혁, 경제민주화의 진전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벌강화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했다. 재벌들은 한편으로는 신자유주의 논리를 수용해 “정부실패”를 운운하며 정부정책에 저항하고 “시장의 자유”를 누렸다. 다른 한편으로는 봉건적인 “총수지배체제”, “족벌자본주의”를 유지하며 재벌공화국을 구축하고, 정관계, 사법계, 언론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다. 노무현 대통령이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말한 것은 결국 “권력이 재벌에게 넘어갔다”는 뜻이다.

재벌체제는 그 자체로 경제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온상임과 더불어 정치민주화의 성과마저 되돌릴 수 있는 정치적 반동의 토양이다.
재벌체제는 기업내부에서 1.3%의 지분을 가진 총수일가가 51%의 지분을 행사하는 극도의 비민주적 체제이다. 기업외부적으로 중소기업의 성장을 잠식하고 경제생태계를 유린한다. 또한 이재용-박근혜-최순실로 이어지는 국정농단사태에서 보듯이 정치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결국 친미수구반동세력의 복권을 지원하는 경제적 토양으로 작동한다. 나아가 재벌세력은 노동자민중에 대한 가혹한 착취와 약탈,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을 통하여 경제정의를 훼손하고, 아래로부터 경제민주주의 세력의 성장을 방해하는 가장 주된 세력이다.

오늘날 민중들은 그동안 정치민주화를 위하여 투쟁했던 만큼이나 절박하고 완강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재벌체제개혁을 외치고 경제민주화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만큼 경제민주화 요구가 절실하고, 정치민주화 속도에 비해 더디고 역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3. 반세계화, 경제자주화운동의 전망

수명을 다한 현대자본주의, 신자유주의 경제체제하에서 자본주의 국제분업론에 입각한 수출주도-재벌중심 경제는 출구도 없고 비전도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우선주의 정책이 침략적, 약탈적 경제전쟁 양상을 띠는 것도 답없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경제의 필연적 결과일 뿐이다. 장밋빛 자본중심의 4차산업혁명의 전망이라는 것도 노동자민중의 입장에서는 빈곤의 디스토피아일 뿐이다.

수출과 내수가 꽉 막힌 조건에서 소득주도, 내수주도 성장으로 한국경제를 끌고 가려면 결국 출로는 통일경제밖에 없다. 또한 한반도 통일경제가 지속가능한 것으로 되자면, 한편으로는 북미, 남북관계를 해결하여 한반도 평화번영시대를 열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의 재벌체제를 개혁하고, 경제민주화를 이룩해야 한다.
그러나 남과 북이 합의한 한반도 평화번영전략은 미국의 간섭과 통제, 한미동맹체제로 인해 좀처럼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하여 자유한국당 등 수구세력의 준동이 되살아나고, 재벌들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반격 역시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무덤앞까지 갔던 자유한국당이 기사회생하게된 이유는 북미관계,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예의 숭미종북논리, 반북적대정책을 되살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재벌들이 다시 목소리를 높이게 된 이유 역시 문재인 정부가 재벌책임, 재벌개혁, 경제민주화정책을 강하게 밀고나가지 못하고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환상적 기대만 유포하다가 경제위기의 책임을 뒤집어쓰고 다시 재벌에게 손을 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국의 정치경제상황은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하나는 정치에서의 자주없이 정치민주화의 완성과 경제민주화의 완성을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3차북미정상회담이 잘 풀려서 새로운 북미관계와 한반도 평화번영의 시대로 가는 길이 넓게 열리면 좋겠지만, 3차 북미정상회담이 또다시 우여곡절에 빠지고 북이 새로운 길을 선택할 경우, 과연 문재인 정부는 무슨 힘으로 한반도 평화번영시대를 열어갈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태에서는 자유한국당 등 수구세력과 재벌의 준동은 더욱 격심해질 것이고, 정치민주화, 경제민주화의 길은 더욱 험난해지게 된다.

차기 총선이 평화와 통일문제이자, 정치민주화문제, 경제민주화문제를 놓고 다투게되는 한판의 전쟁이라면, 결국 이것은 하나의 문제, 한반도 평화번영의 전망을 열어갈 수 있는 정치적 조건을 만들 수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이다. 재벌체제개혁과 경제민주화문제는 이러한 평화번영을 밀고나갈 정치역량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평화번영문제를 못풀면 정치민주화의 완성도 경제민주화의 진입도 못 풀게 된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에서 줏대있는 입장을 가지는가 못가지는가의 문제이다. 따라서 차기 총선을 준비한다고 할 때 그 의미는 어떤 정세가 도래해도 한반도 평화번영시대를 밀고 나감과 동시에 정치민주화, 경제민주화문제를 풀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로 재벌체제개혁과 경제민주화과정은 정치민주화를 완성하고, 자주적인 통일경제건설의 굳건한 토대로 된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폐청산문제, 정치민주화완성을 더욱 강하게 밀고 나가지 못하는 핵심 이유는 경제문제에 발목이 잡혀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북미관계와 더불어 경제실정을 공격하며 격하게 준동하고 있다. 따라서 재벌체제개혁을 더욱 강하게 밀고 나가는 것은 그 자체로 걍력한 경제민주화정책이기도 하지만, 수구정치세력의 정치적 기반을 허물어뜨리는 중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재벌체제의 일부가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기반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환상적 견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또는 재벌체제의 공고성에 대한 심한 공포 때문에 재벌체제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한편 자주적인 통일경제의 전망이 막혀있는 글로벌 수출시장을 한반도로 돌려서 해결해보겠다는 식의 시장주의적 관점에서는 한반도 평화번영정책과 한국경제의 체질개선정책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킬 수 없다는 점도 명백하다. 재벌체제개혁과 경제민주화정책이 한반도 평화번영전략과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할 것인지는 좀 더 연구하고 토론해 볼 주제이나 방향만은 분명히 해야 한다.

※ 다음 번에는 민주노총의 재벌개혁투쟁에 대해서 다룹니다.

김장호 기자  jangkim21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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