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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책임을 묻는 최저임금인상 투쟁’은 시작에 불과하다민주노총, 을들의 연대로 ‘재벌체제청산 투쟁’ 본격 시동

민주노총이 4일 각 지역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 앞에서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최저임금 투쟁을 선포했다. 투쟁의 방향이 어딘가 모르게 예년과 다르다.

지난달 31일, 최저임금위원회의 첫 회의가 열린 자리에서 박준식 신임 최저임금위원장은 “최저임금의 인상수준이 빨랐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2020년 최저임금 심의를 놓고 ‘속도조절’을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최저임금 억제정책에 단호히 반대”하며, “최저임금 인상 비용을 재벌에게 청구하는 투쟁,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투쟁을 병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 4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회관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2019 최저임금 투쟁선포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 [사진 : 뉴시스]

“최저임금 인상이 중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힘들게 만들고, 고용참사를 일으킨 원인인 양 중소상공인과 최저임금 노동자를 이간질하며 책임을 떠넘기지 말라”는 노동자들의 분노, 그 화살은 ‘재벌’에게 향해 있다.

“사내유보금 950조 쌓아둔 재벌에게 최저임금 1만 원 비용을 청구한다.”

민중공동행동이 지난달 7일, ‘2019년 재벌 사내유보금 현황발표’ 기자회견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올해 5대 재벌(삼성, 현대, SK, 롯데, LG)의 사내유보금은 전년 대비 48조 5482억원이 증가한 665조 5688억 원으로 나타났다. 3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949조 5231억원으로 전년대비 7.5% 증가해 950조에 육박한다. 대한민국 정부의 1년 예산이 470조인 것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금액이 아닐 수 없다.

원·하청 불공정거래, 가맹·대리점에 대한 갑질, 골목상권까지 장악해 이득을 보고 있는 재벌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게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최저임금’의 국제기준이라 할 수 있는 ILO(국제노동기구)와 UN(국제연합)은 최저임금이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보장하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 생활 안정 도모’라는 최저임금제도의 근본 취지를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2년 동안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주장하지만, 가족 생계비 기준 50%에도 못 미치고 있으며(2018년 기준), 1인 가구 생계비 기준으론 75% 수준에 불과하다.

2018년 가계부채는 1500조 원을 돌파했는데 막대한 돈을 유보금으로 쌓아놓은 것도 모자라 재벌들은 지난해에도 배당금을 늘렸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배당금이 2017년 3063억에서 2018년 4747억으로 늘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도 928억 원의 배당금을 가져갔다.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유리하게 하기 위해 법인분할을 강행했다는 지탄을 받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최대 주주 정몽준 이사장과 정기선 부사장도 830억이 넘는 배당금을 챙겼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는 안중에 없는 채 고액 배당잔치를 하고, 날치기 주주총회로 회사(현대중공업)을 분할 해 중간지주사(한국조선해양)를 통해 전체 계열사를 효과적으로 지배하고 총수일가는 고액배당 정책을 유지하고…. 이것이 지금 재벌의 모습이다.

반대로, 재벌체제에 대항해 싸우는 노동자들의 상황은 어떤가. 최저임금 개악에 맞서 투쟁하고, 일방적인 현대중공업 법인분할을 반대하며 싸우던 노동자와 간부들에겐 압수수색과 구속이라는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최저임금 속도조절,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등 재벌과 경영계가 요구하고, 재벌특혜 보장에 앞장선 세력들의 행태가 노동자들에겐 ‘저임금의 삶’, ‘구조조정’, ‘생존권 위협’으로 돌아오고 있다.

“재벌 특혜 줄이고, 최저임금 올리자”, “재벌 곳간을 열어 최저임금 올리자.”
최저임금 투쟁을 시작으로 민주노총의 재벌개혁 투쟁이 본격화됐다. 최저임금 투쟁은 시작에 불과하다. 을들의 싸움을 부추기는 재벌과 경영계의 공격에 대응한 ‘을들의 투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민주노총은 재벌중심의 경제체제에서 가장 고통받고 있는 당사자인 노동자들, 그리고 재벌의 횡포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하청업체, 골목상권, 중소상인 등 재벌에 맞서 싸우고 있는 모들 을들과 ‘을들의 연대’를 구축해 “재벌특혜동맹 세력과의 전면전을 시작하겠다”고 선포했다.

지난 5월 24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재벌체제개혁 특별위원회’를 설치한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투쟁뿐만 아니라, 재벌들의 사내유보금 및 불법초과 이익 환수, 재벌 불법 경영승계 처벌 투쟁에 나선다.

오는 11일 서울시청광장에서 노동자·농민·빈민·청년·중소상인 등 사회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재벌체제개혁을 위한 을들의 만민공동회’와 재벌개혁 박람회를 연다. 100개의 원탁에 ‘재벌체제 개혁’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앉아 재벌개혁을 위한 열띤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을들의 만민공동회’를 시작으로 하반기 재벌체제 청산을 위한 대중운동을 시작하겠다는 민주노총과 각계각층 ‘을들의 반란’을 기대해 본다.

조혜정 기자  jhllk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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