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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시장경제’ 위해 독점자본 규제한 미국[자주적 경제민주화의 길(2)] 자유주의적 경제민주화 사례① 미국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펼치고 있는 나라들이 경제민주화를 시도한 사례에 대해 알아본다. 사례는 미국, 일본, 이스라엘 총 3편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19세기, 미국의 독점자본 형성

미국은 독점자본을 규제하기 위해 ‘반독점법’을 만든 나라다. 이 법으로 ‘석유왕’ 존 데이비슨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이라는 독점자본을 해체시킨다. 독점자본이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경쟁’을 해친다는 이유 때문이다.

1914년, 미국 콜로라도주에 있는 루드로 탄광에서 파업을 하는 노동자와 탄광기업의 충돌로 아이 11명과 여성 2명을 포함해 19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명 ‘루드로 학살’이라 불리는 이 사건은 미국 노조 탄압 역사에서 가장 불명예스런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탄광노동자들은 사업주인 콜로라도 퓨얼&아이언 컴퍼니(CF&I)의 비인간적인 대우, 열악한 임금, 위험한 노동조건에 항의해 파업을 벌였고, 이들은 ▲노조를 협상 대상으로 인정할 것 ▲채탄 가격 인상 ▲일 8시간 노동법 준수 ▲무임금 노동에 대한 임금지급 등을 요구했다.

CF&I의 소유주는 콜로라도 주정부와 협의해 주 방위군까지 끌어들여 이 노동자들을 무력으로 진압했다. 그 소유주는 바로 미국 석유산업을 독식한 ‘석유왕’ 존 데이비슨 록펠러다. 그는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추고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했다.

록펠러는 1870년 ‘스탠더드 오일’이라는 석유회사(주식회사)를 설립하고 다른 석유회사와 인수합병을 시작한다. 스탠더드 오일은 몇 개월 만에 뉴욕, 필라델피아, 피츠버그 등에 있는 정유사 27개를 합병하고, 1873년 미국 금융공황 속에 망해가던 정유사까지 독식해 1880년엔 미국 석유 시장의 90%이상을 점유하는 등 석유 트러스트(독점)를 만든다. 이 스탠더드 오일이라는 지주회사는 석유와 등유의 생산량을 조절하고, 가격을 조정하며 미국의 자본주의 자유시장경제 안에서 활개를 친다. 이런 독점자본화는 석유뿐만 아니라 철도, 철강, 석탄산업에까지 확산되면서 19세기 미국엔 급격히 독점자본들이 형성된다.

‘반독점법’ 제정

대표적인 시장경제체제 국가 미국은 이 같은 독점행위가 기세를 부리며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 질서를 해친다고 판단, 독점자본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기 위해 1890년 ‘반독점법’을 만들어 제재에 나선다. 이 법은 말 그대로 독점을 규제하거나 금지하는 법이다. 오하이오주 존 셔먼(John Sherman) 상원의원에 의해 제안돼 ‘셔먼법(Sherman Act)’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특정 산업에서 소수의 자본가가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전국 규모의 카르텔(Kartell, 기업연합)을 형성하고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트러스트(Trust, 기업합동)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입법화된 셔먼법은,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 인한 시장의 실패를 막고, 경쟁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셔먼법은 카르텔이라 불리는 사업자간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금지한다. 기업의 가격담합, 생산량의 인위적인 제한 등 불공정행위들이 포괄적으로 금지되며, 이를 위반하였을 경우엔 법원이 기업에 대해 해산명령을 내리거나 해당 불법행위에 대해 금지명령 등을 내릴 수 있다. 1911년 ‘셔먼법’을 근거로 스탠더드 오일은 30여개의 회사로 해체됐다.

셔먼법과 함께 미국 ‘반독점법’의 체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 1914년 제정된 ‘클레이튼법’과 ‘연방무역위원회법’이다.

클레이튼법은 ‘어떤 행위를 독점으로 봐야 하는지’, 즉 ‘경쟁’을 실질적으로 막거나 독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특정한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가격차별, 끼워팔기 계약, 배타적 거래, 기업합병 등이 이런 행위에 해당돼 금지(규제)하는 내용이다.

또 ‘연방무역위원회법’은 독점행위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연방무역위원회(FTC)’를 만들어 FTC가 셔먼법이나 클레이튼법이 적용되지 않는 행위들도 규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뉴딜정책

미국은 대공황기에도 독점해체를 시도했다. 1929~1933년 미국 대공황 속에 집권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New Deal)’이라 불리는 대대적인 개혁정책을 실시한다. 자본주의 틀 안에서 기업의 지나친 독점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에 나선 것이다.

대공황 속에서도 록펠러(석유), 카네기(철강), JP모건(금융) 등 미국 대자본의 자산은 급증한 반면, 중산층이 붕괴하며 실업자와 빈민층은 급증했다. 록펠러와 마찬가지로 카네기도 독점과 노동탄압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인물이다. 노동자들의 임금은 착취하고 복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임금협상 중 공장폐쇄를 강행하고, 공장을 점거한 노동자들과 총격전을 벌여 10여명을 사망하게 만든 ‘석탄왕’ 헨리 클레이 프릭(Henry Clay Frick)을 ‘카네기 스틸’의 회장으로 임명한 것도 카네기였다. 한편, JP모건은 ‘금융왕’으로 미국 굴지의 기업들을 통제하며 은행·철강·철도·전기 등을 광범위하게 장악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공황의 원인을 ‘부의 편재’와 ‘소득분배의 불균형으로 인한 국민 대중의 구매력 저하 및 과소 소비현상’에서 찾았다.

루스벨트가 시행한 뉴딜정책은 잘 알려진 대로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경제구조와 관행을 개혁해 대공황으로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경제정책이다. 뉴딜정책의 방향은 ‘3R’로 대표된다. ▲구제(Relief, 대공황으로 인한 대량실업을 구제해 민생고 해결) ▲회복(Recovery, 대공황 이전의 소득수준과 산업질서 회복) ▲개혁(Reform, 사회적불균형 시장시스템의 모순 시정)이 그것이다.

루스벨트는 은행개혁법, 긴급 안정책, 일자리 안정책, 농업정책, 산업개혁, 연방차원의 복지정책 등을 추진했다. 테네시강에 다목적댐과 발전소 건설사업 등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 소득보조금을 지급하고, 실업자·빈곤층에게 최저생활비를 지급했다. 전기와 후기로 나눠 7년간 진행된 루스벨트의 뉴딜정책은 사회보장법, 노동관계법(와그너법) 제정 등 제도개혁까지 나아가며 자본의 경제력 집중을 해소해 갔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소위 ‘부자증세’와 같은 세제개혁으로 마련했다. 연간 5만 달러 이상의 개인소득에 대해서는 누진율을 적용하고 500만 달러를 초과하는 고소득의 경우 75%의 세율을 적용하는 등 소득세·법인세·상속세·초과이윤세 등을 인상해 조달했다. 자본가들에게 중과세를 해 거둔 돈으로 저소득층을 지원하자 기업인들과 보수세력으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뉴딜정책 시행으로 국가가 독점 규제와 수정에 나섰지만 미국의 대공황 해소에 크게 기여한 것은 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쟁특수’였다.

자유주의적 경제민주화가 독점자본의 시장독재를 막아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자유주의 시장경제 안에서 법으로 독점자본을 규제해온 미국. 자본주의를 부정하지 않은 채 가진 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둬 저소득층을 지원한 뉴딜정책을 봐도, 소득세·법인세·상속세 인상 등을 두고 재벌의 눈치를 보는 우리나라 정부·국회와 대비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 사진 : 뉴시스

조혜정 기자  jhllk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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