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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100주년 총회에서 부끄러운 대통령이 되시겠습니까?”[인터뷰] ILO 핵심협약 비준 투쟁 나선 민주노총 김경자 수석부위원장

“연행이 된다 할지라도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할 수밖에 없었어요. 노동법개악을 막아야 했기 때문에, 모든 임원들이 다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의 말이다.

민주노총은 4월도 ‘투쟁’으로 시작했다. 1일부터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과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 등 노동법 개악을 막고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국회 앞에서 완강한 투쟁을 벌였다. 지난 2일 김 수석부위원장은 부위원장들과 함께 미리 예정돼있던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자유한국당) 면담을 요구하다 면담은 고사하고 경찰에 연행됐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고생을 했다는 것보다 오히려 속상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라는 곳에서 100만 명의 조합원이 가입된 민주노조의 총본산 민주노총을 이렇게 대할 수 있습니까?” 김 수석부위원장이 되물었다. 한국사회 노동의 현실, 노동자의 현주소를 확인한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이었다는 뜻이다. 3일 국회 앞 투쟁에선 김명환 위원장까지 연행됐다. 민주노총 현직 위원장이 집회 도중 연행되는 일은 역대 정부에선 없었던 일이다.

100만 민주노총, ILO핵심협약 비준 투쟁에 나선 이유

민주노총 조합원 수는 100만 3천명이 넘었다. ‘100만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에게 무한한 책임감을 가져다준 듯 했다.

“민주노총의 투쟁에 대해 보수 언론매체들이 악의적인 보도를 쏟아내도, 노동자들은 노동자를 지키려는 조직은 ‘민주노총’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노동법 개악 저지와 노동기본권 보장 투쟁을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김경자 수석부위원장은 말했다.

“100만의 힘으로 노동법 개악도 막고, 100만의 힘으로 노동기본권도 쟁취하고… 이것이 200만 시대를 만드는 힘이 될 거예요.”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그 투쟁이 조합원을 늘리는 투쟁으로 된다는 것, ‘노동기본권 투쟁’을 열심히 해 노동기본권이 보장돼야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기본권을 누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조합원이 늘어 민주노총의 사회적 영향력이 높아지면 노동법 개악을 막는 것도, 노동기본권을 쟁취하는 것도 더욱 잘 될 것”이라며 김 수석부위원장은 이를 ‘선순환’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이유로 민주노총이 집중하고 있는 투쟁 중 하나는, 모든 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도록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을 즉시 비준하라는 투쟁이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노동·시민·법률·사회단체들로 구성된 ‘ILO긴급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왜 비준을 못하는지’ 대통령 만나 묻고 싶다

“1919년에 ILO가 만들어지고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에선 노동자들이 ‘노조 할 권리’를 외치고 있어요. 한국의 후진적 노동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반증이죠.” 김 수석부위원장은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단체교섭권 보호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ILO 핵심협약 87호, 98호 비준에 대한 ‘대통령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대통령이 협약비준의 권한이 있고, 대통령이 결단하면 비준을 위한 단계에 들어서기 때문이에요.” 헌법 73조는 대통령에게 비준권을 보장하고 있다. 국회는 대통령이 비준한 조약이 재정과 입법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 한해 동의권을 갖는다(헌법 60조).

김 수석부위원장은 ILO로부터 오는 6월 열리는 ILO설립 100주년 총회에 초청받은 대통령이 당당히 가서 연설하도록 박수쳐 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가능할까?

“교사, 공무원,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노동3권을 보장하지 않는 걸 국제사회가 이해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총회에 가서 국제노동기구에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할 얘기가 없을 거예요.”

그는 최소한의 조치를 언급했다. “부끄럽지 않은 연설을 하려면 최소한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핵심협약 87호, 98호를 비준하고, 국회의 동의를 요청해야죠. 그리고 직권으로든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권고한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든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인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문제를 해결하고 가라는 거예요.”

대통령에게 직접 묻고 싶은 마음이다. “노동자를 대변하는 변호사이셨으니 노동자의 단결권 보장 범위를 세계적 수준에 맞추기 위해, 넓히기 위해선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논의된 사용자들의 요구사항이 교환대상이 될 리 없다는 것을 대통령도 가장 잘 알고 있으리라고 봐요.” 대체 왜 비준에 나서지 못하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ILO총회까지 더 큰 투쟁 준비”

민주노총은 ILO 핵심협약 비준 투쟁을 다그치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민주노총 내에 특수고용 노동자, 전교조, 공무원, 간접고용 노동자 등 노조 할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조직들을 모아 6월 ILO 100주년 총회기간까지 핵심협약 비준을 요구하는 공동의 투쟁과 사업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더불어 ILO긴급공동행동 단체들과 다양한 투쟁도 벌인다.

“공동행동이 출범(3월28일)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참가 단체들 모두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노동자들이 가장 앞장서야 할 주체이지만 공동행동 단체들도 자신들이 주체라는 마음이 큽니다. 감사한 일이죠.” 교수, 법조인 등 곳곳에서 선언을 조직하는 등 ‘핵심협약 선비준’을 대세화 하기 위한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는 게 김 수석부위원장의 전언이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한 대통령의 태도에 따라 민주노총과 ILO긴급공동행동의 투쟁도 달라질 거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매년 ILO 총회에 대표단을 파견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핵심협약을 비준한 후 국제사회 앞에서 ‘노동존중사회’로 가기 위해 한국정부가 더 노력하겠다고 연설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만에 하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로 부끄럽게 총회에 간다고 하면 민주노총은 ILO 총회에 가서도 국제노총들과 연대해 투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겁니다.”

노동법 개악안이 국회에서 공전되고 있는 지금, “국회가 최저임금, 탄력근로제 개악에 이어 노동권·파업권을 제약하는 개악안을 상정할 경우 민주노총이 무기한 파업을 해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김 수석부위장의 말대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정부가 노동법 개악 시도를 멈추고 ILO핵심협약 비준단계로 나서길 요구하고 있다. 4월 임시국회에서도 민주노총의 강도 높은 투쟁이 예상된다. 노동자들에게 박수를 받느냐, 노동자들의 거센 투쟁에 직면하느냐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인 듯하다.

조혜정 기자  jhllk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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