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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과 법을 둘러싼 이야기최인기의 빈민스토리(5)
  • 최인기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수석부위원장
  • 승인 2019.04.0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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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노점 노상정치물 정비계고 통지서를 들고 있는 강남의 노점상[사진 : 필자 제공]

1. 불법 프레임은 누가 씌웠나?

이번 이야기는 노점상과 ‘법’을 둘러싼 이야기다. 가까운 친구에게 전화 걸어 노점상에 대한 문제를 지적해 달라 요청을 하자 대뜸 ‘불법’이라는 이야기부터 꺼낸다. 노점상은 보행권을 헤치고 위생에 취약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장사한다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정확한 집계는 어려우나 전국적으로 수십만이 존재하고, 이들이 판매하는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있지만, 노점상에게 언제나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것이 ‘불법이라는 낙인’이다. 노점상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려 필사적으로 노력해도 이처럼 보편적으로 인식하는 부정적인 내용을 외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불법 프레임은 누가 씌웠나?

전편 글에서 밝혔듯이 오래전 노점상은 누구나 거리로 나와 ‘이슬을 맞으며 장사했던 사람’이다. 60년대와 70년대까지만 해도 한 사회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점상과 같은 비공식적인 직업이 불가피하게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단속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어느 정도 용인하는 사회였다. 이 당시엔 위생과 청결 그리고 동네의 건달과 유착되어 있다는 식으로 노점상을 인식하며 언론도 가십거리 수준으로 다뤘다. 하지만 80년대와 90년대 들어 노점상을 둘러싼 인식은 달라진다. 도시경관을 둘러싸고 거리를 무단으로 점유하거나 보행권을 침해한다는 식의 손가락질이 주로 많았다. 왜냐면 이 시기엔 올림픽 등 국제적인 행사가 많았기에 한국을 찾는 외국인의 시선 속에서 노점상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의 시혜적 관점에서 천덕꾸러기로 그리고 점차 불법이라는 낙인을 통해 거리에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몰아붙였다.

노점상도 위기의식을 느꼈다. 무엇보다 커다란 변화는 민주화의 흐름 속에서 스스로 조직하고 단결했다. 정부에 항의하는 하나의 주체로 성장하였다. 탄압받는 이들이 뭉치는 것을 군사정권도 더 방관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국은 OECD 국가 회원국이 되고 정치적으로 민주적인 나라가 되었다고 자부하며 월드컵 경기를 치르고 한류 문화를 세계로 전파하는 국가가 되었다. 2천년대 서울을 중심으로 세련된 도시경관을 보여주고 싶은 정치 관료의 욕망은 컸다. 도시 디자인화 사업으로 정책이 확대되었고, 강력한 법 집행과 함께 이에 편승한 방송과 언론은 드라마 배경 속 노점상을 미화시키는 내용까지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점상을 단속한다는 명분으로 용역 깡패로 하여금 불법적으로 주먹을 휘두르거나 인권을 침해해 사회의 지탄을 받게 되었다. 민생정치를 강조할 때면 정치인들이 전통시장을 찾아 노점상과 퍼포먼스를 펼치며 표를 구걸하는 관행도 여전했다. 자신이 얼마나 친근하고 서민적인 존재인지 노점상의 손을 잡고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이처럼 노점상은 행정의 공백에 따라 묵인되고, 사회의 변화에 따라 매도당했다. 정부와 언론이 노점상 불법 프레임을 만드는데 일조한 것이다.

2.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

헌법 제15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국민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갖지는 않았다. 기본권은 아래로부터 획득되는 과정이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 ‘평등권’, ‘경제적 자유권’ 등은 쟁취된 것으로 어느 나라든 헌법에서 채택하게 되었다. 직업은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계속적 소득 활동'으로 정의되었다. 사람이 먹고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기에 직업은 귀하고 천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되었다.

직업선택의 제한은 ’헌법‘에 규정된 국가안전 보장· 질서유지를 침해하는 선에서 제한적으로 법률로써 할 수 있다. 예컨대, 자연자원의 채취·개발·이용, 농지·산지 기타 국토의 이용·개발, 농어촌의 개발, 대외무역의 육성 등 공공복리를 위하여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직업선택 결정의 자유와 선택한 직업에 종사하는 것을 국가가 방해해서는 안 된다.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상의 논조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인식하고 있기에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고 인용한다. 현행 법규를 살펴보더라도 노점상에 대해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규는 없다. 다만 노점상의 영업행위를 단속할 수 있는 근거 규정으로 ‘도로법, 식품위생법 등의 법률과 시행령을 통해 노점상과 관련지어 적용되고 있을 뿐이다.

3. 노점상관련 법규를 살펴보자.

노점상을 단속하는 대표적인 근거는 도로법 제38조(도로의 점용)다. 이에 따르면 도로의 구역에서 공작물이나 물건, 그 밖의 시설을 신설·개축·변경 또는 제거하거나 그 밖의 목적으로 도로를 점용하려는 자는 관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조항은 공공에 개방된 다수의 보편적 이익을 위해 도로의 본래 기능인 원활한 통행이 불가능해질 수 있는 경우 이를 규제할 수 있다는 취지이다. 예를 들어 도로 위 공사를 시행할 때 형질 변경을 초래하는 사업을 하려면 허가를 얻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각 지방자치단체가 노점상 단속을 할 때 이법을 근거로 입법 취지를 과도하게 해석한다. 허가를 얻지 않고 영업 중인 노점상들의 대다수는 비록 도로를 점유하고는 있으나 도로의 본래 기능인 공중의 원활한 통행권을 충분히 보장하는 형태로 상행위를 했을 경우 정비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도로 위에 놓여있는 노상 적치물을 도로법을 근거로 정비하는 것과 장사를 하는 사람을 단속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노점상은 사람으로 단속으로 없앨 수 있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서울시 도로 점용허가 및 점용료 등 징수조례 제2조(도로 점용 허가)에 따르면 공작물·물건·그 밖에 시설물로서 도로법 시행령, 가로판매대, 구두 수선대, 생활정보지통합 배포대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도로관리청이 정하는 도로 점용허가 대상 시설물로 정하고 있어 허가 여부에 따라 장사를 할 수 있기에 모든 노점상을 불법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민주노련 제 26차 6.13주간 정책토론회 / 생계형 노점상보호를 위한 특별법의 필요성 인용

위에서 살펴봤듯이 합법화된 가로판매대, 구두 수선대, 생활정보지통합 배포대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점용물에 대해서 점용료를 내며 운영된다. 따라서 자치단체 별도의 조례가 없어도 노점상의 점용허가가 가능하다.

헌법 제117조에 따르면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라고 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에 자치입법권을 부여하고 있기에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를 지자체가 시행령의 기준 내에서 정하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노점상이 불법이 아니며, 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도 합법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범죄시 되거나 이로 인해 더욱 인권을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

둘째 노점상은 식품위생법 제3조(식품 등의 취급)과 제36조(시설기준)이 중요하게 적용되거나 규제를 받는다. 식품을 취급, 판매하는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일반적 의무규정으로 식품위생법 37조 4항과 벌칙 97조에 따라 영업허가 신고가 되지 않은 영업 업주에게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이 내려진다.

특히 식품위생법상 제21조(영업의 종류) 식품접객업의 시설기준 중 몇 가지 항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리장 안에는 취급하는 음식을 위생적으로 조리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리시설·세척시설·폐기물 용기 및 손 씻는 시설을 각각 설치하여야 하고, 폐기물 용기는 오물·악취 등이 누출되지 아니하도록 뚜껑이 있고 내수성 재질로 된 것이어야 한다. 조리장에는 주방용 식기류를 소독하기 위한 자외선 또는 전기살균 소독기를 설치하거나 열탕 세척소독시설(식중독을 일으키는 병원성 미생물 등이 살균될 수 있는 시설이어야 한다. 이하 같다)을 갖추어야 한다. 식품 등의 기준 및 규격 중 식품별 보존 및 유통기준에 적합한 온도가 유지될 수 있는 냉장시설 또는 냉동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수돗물이나 「먹는물관리법」 제5조에 따른 먹는 물의 수질 기준에 적합한 지하수 등을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이같은 식품위생법상 제36조의 법령에서 요구하는 시설기준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있어도 먹거리를 취급하는 대다수의 노점상은 식품위생법에 처벌을 받고 있다. 최근 자치단체와 협의를 통해 상하수도 및 전기 공급시설을 갖추고 냉동이나 냉장 시설에 보관ㆍ관리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현행법상 엄격한 식품위생법 적용은 국민 건강을 위한다기보다 자치단체의 표적단속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남한산성 근처에서 차량을 이용해 장사하는 김흥현 씨는 약 8차례가 넘도록 ‘식품위생법과 과태료’를 부과받고 있다. 김흥현 씨가 파는 물품은 어묵과 번데기 그리고 옥수수와 전 등이다. 부인과 함께 아침부터 낡은 차량을 이용해 장사하고 있는데 식품위생법으로 삼백만원의 벌금과 과태료로 칠백만원 가량을 내지 못해 집 통장과 차량에 대한 가압류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유행하는 푸드카와 비교해 형편에 맞지 않고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노점상에게 지나친 행정이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만약 노점상 김흥현씨가 노점생활을 청산하고 식당을 차리려 해도 식품위생법으로 수차례 처벌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향후 식당을 차리는데도 엄격히 제약을 받거나 처벌 강도가 커 누적된 벌금으로 경제적 타격을 받게 된다.

한편 허가받은 노점상이라 할 수 있는 ‘가로판매대’의 경우는 어떤가? ‘음식물을 조리하여 판매하는 행위’는 금하고 있지만, 식품위생법상 충돌되는 부분을 막기 위해 전자레인지를 이용하여 이미 조리된 음식인 토스트와 샌드위치, 김밥에 한정하여 판매되고 있다. 한편 위생과 청결이란 한 나라의 역사적 과정에 따라 기준이 다르다. 거리 음식이 발달한 동남아시아의 노점상과 기준이 까다로운 소위 선진국의 경우에도 각각 허가된 노점상이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도 식품위생법을 일방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우리의 실정에 맞는 법 적용과 개정이 필요하며, 노점상도 질서사업을 통해 ‘위생’상 문제가 없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게 필요하다.

4 세금을 내지 않는 노점상

노점상관련 규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세법 안의 노점상 관련 내용으로 소득세법시행령 제211조 ④항에 따르면 노점상인·행상인 또는 무인판매기 등을 이용하여 사업을 하는 자에 대해 계산서 또는 영수증을 발급하지 아니할 수 있다.

이밖에도 세법 시행령 원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부가가치세법시행령 제57조(세금계산서 발급의무의 면제 등) ① 법 제16조제6항에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기 어렵거나 불필요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란 다음 각 호에 따른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경우를 말한다. 1. 택시운송 사업자, 노점 또는 행상을 하는 자 그 밖에 기획재정부령이 정하는 사업자가 공급하는 재화 또는 용역.

제79조(납세의무자 등) ② 법 제75조제1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규모 이상의 사업소를 둔 개인"이란 사업소를 둔 개인 중 직전 연도의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액(부가가치세 면세사업자의 경우에는 「소득세법」에 따른 총수입금액을 말한다)이 4천800만원 이상인 개인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람을 말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으로서 다른 업종의 영업을 겸업하는 사람은 제외한다. 각호에는 노점상이 포함되어 있다. 위와 같은 내용에 대해 2013년 노점상 정책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았던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박성태 정책국장의 주장을 대화체로 구성해 보면 다음과 같다.

"세법들 안에 노점상과 같은 비공식적 경제 행위에 대해 위와 같은 규정들이 존재합니다. 각각의 세법 시행령에는 ‘노점상인·행상인’, ‘노점 또는 행상을 하는 자’, ‘노점상인’이라는 단어를 통해 명확히 세금계산서 발급의무 면제, 영수증 발급의무 면제, 지방세 주민세 균 등분 남부의무 면제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법령의 입법 취지가 이들에게 세금을 걷는 것이 비현실적이므로 어쩔 수 없이 행정의 현실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노점상은 일반적으로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세금납부 의무를 면제해주어야 한다는 취지로 다양하고 폭넓게 해석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전통시장과 노점상은 불가분 관계입니다. 전통시장은 노점상과 함께 만들어졌습니다. 상권이 위축되면 함께 침체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육성을 위한 특별법’의 노점상 관련 규정에 따르면 전체상권의 활성화를 위해 노점상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전통시장에서 장사하던 노점상이 시장 정비사업과 맞물려 배제될 수 있기에 현대화 사업 및 활성화 과정에서 하나의 주체로 설정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밖에도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 제8조의2(상권활성화사업의 지원대상, 지원 한도 등) ① 법 제19조의7 제1항’에 따른 상권 활성화 사업의 지원 대상으로 ‘노점관리’ 에 대한 내용이 삽입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제27조(인접 지역) 법 제45조에 따른 인접 지역으로 노점을 포함하여 시장정비사업의 추진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5 노점상을 세상과 불화하는 집단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 강남구청의 단속과 철거 계고장[사진 : 필자 제공]

이상 살펴보았듯이 이러한 규정에도 노점상을 ‘세금도 내지 않는 불법행위자’로 몰고 가는 일부 지자체와 언론의 공세에 책임이 크다. 도로법, 식품위생법 등에서 나타나는 불법의 소지들은 그 법조문들의 기본적 입법 취지가 노점상을 금지하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공익적 요소를 위함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실에 명백히 존재하는 수많은 노점상을 언제까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인가. 떡볶이와 어묵을 사 먹는 소비자들까지 공모자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판매행위와 구매행위에 참여하는 노점상과 소비자를 불법의 낙인에서 어떻게 구출해낼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매우 현실적이고 필요하다. 물론 이 글이 노점상을 정당화하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대신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논리적 근거가 전혀 없지 않음은 분명하다 할 것이다.

최인기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수석부위원장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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