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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처럼 나쁜 사람에게는 맵고, 착한 사람에게는 달콤한 세상이 되었으면최인기의 빈민스토리(3)
  • 최인기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수석부위원장
  • 승인 2019.03.0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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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이 운영되는 장소는 대부분 도시 속 공간으로 경관을 구성하며 도시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노점상의 대표적인 먹을거리 하면 떠오르는 게 바로 떡볶이다.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궁중에서도 떡볶이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간장 양념에 재어둔 쇠고기를 떡과 같이 볶아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떡볶이를 먹기 시작한 것은 한국전쟁 직후라는 게 중론이다. 개인적으로는 초등학교 2학년 즈음 학교 앞에서 처음으로 떡볶이를 먹은 기억이 난다. 그때가 겨울방학이 끝난 즈음인데 널따란 양철판에 고춧가루를 넣고 떡을 잘게 썰어 연탄불에 살짝 데워 어묵과 함께 팔았던 것으로 기억난다.

“떡볶이 한 개에 얼마에요?”

아주머니는 떡볶이를 국자로 휘휘 저으면서 말씀하셨다.

“한 개는 안 팔아.”

주인아주머니의 눈치를 보며 가늘고 얇은 떡볶이를 포크에 찍어 세 번에 나누어 조금씩 아껴 먹어야 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고, 먹을 것이 흔치 않았던 시절 어묵 국물만 연신 떠먹어야 했다. 이를 지켜보던 주인아주머니는 떡볶이 몇 개를 슬쩍 올려주시며 웃으셨다. 뼛속까지 맵기도 하지만 때로는 달콤한 그 맛은 평생 각인되어 오는 거 같다. 이렇게 떡볶이가 대중적인 간식으로 자리 잡은 게 아마도 70년대 중반이라 짐작된다.

▲ 석계역 근처 떡볶이 노점상[사진 : 필자 제공]

석계역 근처 떡볶이는 전철역과 버스정류장이 붙어 있어 퇴근길 단골들이 많다. 국물이 달콤하고 찰진 떡을 양념해온 고추장 국물에 넣어 휘휘 저어주면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른다. 혀를 감싸는 따끔한 매운맛이 정말 일품으로 그래도 뭔가 아쉬우면 김밥을 시켜 떡볶이 국물에 비벼 먹으면 한 끼 식사로도 그만이다. 커다란 덩치에 ‘오빠 생각’ 이라 적힌 앞치마를 두르고 장사를 하는 김성현씨는 어머니와 IMF때 여기 와서 24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 어머니의 요리법을 직접 들어 보기로 하자.

“비법이 있지 다 일러 줄 수는 없어, 우선은 고춧가루가 좋아야 해, 찹쌀가루 빻아서 고추장하고 들어가는데 비율이 들어가는 가지 수가 12개 정도는 돼, 일주일에 두통 만들어 가지고 숙성한 다음……. 떡볶이도 밀떡인데 돈 좀 더 줘서 뽑아다 써, 물 배합을 잘해야지……”

아드님 말씀에 따르면 맛있는 떡볶이를 만들기 위해 어머니께서 연구를 많이 하신단다. 몇 년 전 어떤 방송국에서 두시까지 촬영을 하고 가 부산을 비롯해 전국에서 석계역 ‘오빠 생각’을 찾아올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석계역 노점상도 수난의 역사다. 북부지역 노점상 대표를 맞고 있는 정구준씨에 따르면 버스정류장 위치라 장단점이 있다고 전한다. 상권이 좋은 만큼 민원도 많은 셈이다. 하지만 석계역이 허허벌판이던 시절부터 노점상이 있었고 이들에 의해 지금의 상권이 만들어진 셈이다. 주변에 대학들이 많아 학생들의 ‘빈민연대’활동이 종종 이루어지던 곳이다. 학생 때 단골로 찾던 사람들이 그 맛을 못 잊어 다시 찾는다고 한다.

▲ 이수역 노점상들이 단속을 당하고 있다[사진 : 필자 제공]

2017년 단속으로 큰 싸움을 벌였던 이수역 7번 출구 근처 김옥선 할머니의 채소 떡볶이도 빼놓을 수 없다.

“깻잎과 양배추, 파 등을 듬뿍 넣어 아삭하게 씹히는 채소가 우리 떡볶이 맛의 비밀이에요. 매콤한 떡볶이 국물의 조화가 정말 예술이라고 이 동네 사는 분들이 SNS에 올려 더욱 유명해졌어요. 고춧가루에 물엿 그리고 간이 잘든 국물을 넣고 끓여 주는 게 기본이에요. 무엇보다 손님들이 금방 금방 찾아와 항상 똑같은 맛을 유지해 주는 것입니다.”

동작구청에서는 보도블록을 교체하고 화단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노점상은 순차적으로 노점을 치워주겠다고 의사를 표명했다. 그동안 노점을 거리에서 비워주면 공사를 진행해온 전례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노량진 고시원 주변의 ‘컵밥 거리’가 그곳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여름부터 단속이 태풍처럼 몰아쳤다. 장사 자리에 농성장을 설치하고 24시간 회원들과 자리를 지키며 단속반에 맞서 싸웠다.

10월 가을비가 오는 가운데 굴착기를 앞세우고 몰려온 용역반에 의해 노점마차는 모두 철거당했다. 동작구청은 노량진 컵밥 거리의 성과를 홍보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강제 철거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행복한 변화, 사람 사는 동작’이라는 동작구청에 결려있는 슬로건에는 노점상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은 모양이다.

농성장에 앉아 있으면 채소 떡볶이를 갖다 주셔서 다들 맛나게 먹었다.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어느 날은 용역반들이 몰려와 먹던 걸 그만두고 마차를 지키느라 개고생을 했다. 지역의 명물은 동네포장마차의 떡볶이일 수도 있다. 서민들이 이용하는 이수역 근처 채소 떡볶이도 더 맛을 보지 못할 뻔했지만, 단속에 맞선 오랜 저항 끝에 지금은 이수역 메가박스 위 우체국 앞에서 장사를 이어가고 계신다.

유명 프랜차이즈 식품회사에 떡볶이 맛을 연구하는 연구소가 있을 정도다. 떡볶이를 수출할 정도로 종류와 맛은 의외로 간단하지 않다. 고기나 멸치로 국물을 내 만든 국물 떡볶이, 치즈 떡볶이, 짜장 떡볶이, 카레 떡볶이 등 양념 종류에 따라 다양한 퓨전 떡볶이가 있다.
그리고 후추, 소금, 조미료 비율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달라지지만 더 독특한 맛을 내기 위해 새로운 재료를 찾는다고 한다. 한때 서민들의 간식으로 노점상 포장마차 떡볶이도 2천 년대 들어 이화여대 앞에 문을 연 ‘아딸’을 시작으로 체인화된 떡볶이 프랜차이즈로 나아간 지 오래다. 지금은 많은 점포 수와 3백억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죠스 떡볶이와 감탄 떡볶이 등 유명한 프랜차이즈가 있으며 새로은 것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무인주문시스템, 오픈 주방 시스템으로 업무의 효율성은 높이고 인건비를 절감하며 소규모 창업으로 세를 확장하고 있다. 정말 돈이 되면 뭐든 잠식하는 사회가 아닐 수 없다.

노점상과 관련된 이야기는 생존권을 둘러싸고 국가의 행정력에 대항하는 이야기가 많다.
도시 속 일상성을 둘러싸고 떡볶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어떤 지역을 결정짓는 구체적 사물에 대한 주목도에서 노점상은 항상 배제의 대상이었다.
오래전 신촌 떡볶이 아주머니와 하굣길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봤다.

“신촌 ‘오늘의 책방’ 앞 떡볶이 아줌마는 봄 처녀처럼 가슴이 설렙니다. 전봇대를 기둥 삼아 비닐을 치고, 밤새 딱딱하게 굳은 가래떡을 녹여 고추장과 파 그리고 물엿을 잘 저어 놓습니다. 마침내 조잘대는 아이들의 목소리 겨우내 만들었을 과제물 들고 푸르름으로 하나둘씩 모여듭니다. 빠알간 떡볶이 어묵 국물에 씻어 오물오물 먹는 모습이 꼭 제비들 같습니다. 지난 겨울 훌쩍 커버린 아이들의 모습은 지천으로 하얗게 피어나는 우리들의 봄입니다. 겨우내 응달진 곳에 먼지며 무수한 발자국에 밟혀 쌓였던 눈이 점심 햇살을 받아 스르르 녹았습니다. 떡볶이 파는 아줌마의 손길이 바빠졌습니다.”

하지만 연세로 ‘대중교통 전용지구사업’으로 신촌 연세로 주변의 은행나무는 깡그리 베어져 버리고 주황색 포장마차도 걷어 버려 이제 사라진 풍경이 되었다. 대신 한 블록 지나 신촌 로터리 떡볶이는 지금도 건재하다. 이곳은 방앗간에서 뽑아 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떡으로 양념에 버무려 내온다. 특정 지역의 떡볶이 맛은 서로서로 닮아 맛이 유사하다. 같은 방앗간에서 뽑아온 떡과 비슷한 재료로 만들기 때문이다. 신촌 로터리 주변엔 아직도 예전의 명성을 이어가는 거 같다. 정말 최고의 맛이다.

진정 신촌 연세로의 가로수와 노점상을 살리며 ‘연세로 대중교통 전용지구사업’ 사업을 추진할 수는 없었는지 다시 묻고 싶다. 2013년 마포 구청에서는 서울시 예산 28억 원 등 총 80억 원 이상이 집행되었다. 서대문구청은 이와 관련하여 노점상 철거용역 체결예산 4,500만 원도 함께 책정했다. 그러면 이곳 연세로 상권이 나아졌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은 거 같다. 근처 백화점이나 건물을 가진 사람들의 임대사업이야 꼭 연세로 대중교통 전용지구사업이 아니더라도 서울 땅값이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나아졌다 할 것이지만 90년대 이후 홍대로 뺏긴 상권을 되찾지 못하는 거 같다. 차라리 요즘 유행하는 ‘복고풍레트로’한 분위기를 유지했다면 몰라도 강남과 같은 분위기를 재현한다고 나아질 리 없다.

가을이면 노랗게 익어가던 은행잎, 굴다리 근처 사회과학 서점 ‘오월의 책’, 그곳에 걸려 있던 메모지, 근처 독수리 다방과 연세로의 노점상들 떡볶이와 하얗게 피어오르던 어묵 국물 우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신촌 연세로다. 이것이 문화 아닌가? 참으로 아쉽다.
노점상은 자신의 생계 방편으로 거리에서 장사하지만, 지역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는 구성원으로서, 동시에 지역의 유권자로서, 지역 현안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사람이다. 누구라도 자신의 생존권에 위협이 된다면 그 정책은 받아들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저항할 수밖에 없다. 2013년 서대문구청에서 추진한 신촌의 연세로 ‘대중교통 전용지구’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노점상이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배제되고 내몰리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 석계역 근처 노점상들이 세월호 리본을 나눠주고 있다[사진 : 필자 제공]

한 가지 더 첨언을 하자면 우리 노점상들은 이 치열했던 과정에서 촛불 시민들과 함께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100만 촛불이 시작되었던 2016년 11월 12일 민중총궐기를 노동자, 농민들과 함께 준비했고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 국민 행동’에 결합해 힘을 보탰다. 신촌과 이대앞 그리고 홍대근처 서부지역의 노점상들은 철시를 통해 ‘박근혜 퇴진을 위한 사회적 총파업에 함께 했다.’ 그냥 자신의 생존권만 지키는 사람들이 아니다. 시민들과 탄핵을 기원하거나 축하하는 무료 떡볶이를 진행하면서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필자는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 국민 행동’의 공동집행위원장으로 그리고 위원장은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노점상들이 자신의 생존권을 지키는 것을 넘어 이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발전을 위해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떡볶이처럼 나쁜 사람에게는 맵고, 착한 사람에게는 달콤한 세상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최인기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수석부위원장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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