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현장의소리 노동
[이슈탐구] 문재인 정부, 재벌 편에서 존재감 높이나광주형 일자리 창출, 현중의 대조 인수합병… ‘민생안정·경기회복’ 안에 담긴 ‘무엇’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하락을 틈타 5.18민중항쟁 왜곡 망언까지 서슴지 않으며 자신들의 ‘존재감 부각’에 나선 자유한국당. 수구보수세력들의 결집과 부활을 노렸지만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문재인 정부도 시험대에 올려지긴 마찬가지. 경제정책을 실행하는데 재벌의 편에 설 것인가, 노동자·서민의 편에 설 것인가의 문제를 말한다. 재벌의 편에 서서 존재감을 발휘해 보겠다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는 민생·노동 정책에 있어서 약속했던 ‘노동존중’은 사라졌고 나아가 ‘우경화’라는 평가를 받은 지는 이미 오래다. 여기에 더해, 1월 말에는 설날의 민심을 겨냥하기라도 한 듯, 제조업의 거대 축인 자동차산업과 조선산업, 더 나아가 산업정책에 큰 영향을 주는 두 가지 발표가 있었다. ‘광주형 일자리’ 협약체결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 소식이다. 정부가 민심을 노렸다면 ‘일자리 창출’과 ‘조선산업 살리기’였을 터. 그러나 재벌은 덕을 보게 됐지만 노동자들에겐 거센 반발이 일었다.

▲ 현대자동차 광주 완성차공장 투자 협약식이 열리는 31일 광주시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광주본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민생안정·경기회복 위해서?

1월31일 광주시와 현대차의 ‘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약 조인식이 열렸다. 정부는 올 상반기 지자체 2곳을 선정해 광주형 일자리 일반모델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시와 현대차가 각각 21%, 19%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투자해 2021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연간 10만대의 자동차(경형 SUV)를 생산하는 자동차 공장을 설립하고 1만 2천여 명(정규직 1천여 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이 곳 노동자들은 (정규직기준)평균 3500만원 수준의 초임연봉을 받는다(주44시간).

같은 날,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현대중공업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조선통합법인 설립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지분(55.7%) 전량을 현대중공업에 현물 출자하고, 현중과 산은이 공동으로 조선통합법인을 설립해 이 새로운 법인 아래 대우조선 그리고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이 들어가게 된다. 현대중공업이 26%, 산업은행이 18%의 지분을 확보하게 돼 법인의 1대, 2대지주가 된다.

정부는 ‘광주형 일자리’ 정책이 원하청 노동자 1만 2천여 명의 고용을 창출한다고,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가 세계 1~2위를 차지하는 조선사를 합병 해 시장점유율 50%를 확보하고 과잉공급 및 과다 출혈경쟁에 따른 저가수주를 해소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정책을 두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보다 총량만을 늘리는(질보다 양) 것이며, 산업구조를 개편해 민생안정과 경기회복에 주력하는 이미지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홍보전략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두 개의 협약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발도 높아지고 있다.

“자본만 ‘꿩 먹고 알 먹는’ 합의”

민주노총은 논평에서 “정부와 광주시는 자본논리와 정치논리에 노동존중 정책을 양보했다”고 일갈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미래 자동차산업에 대한 비전과 당면한 자동차 산업의 위기에 대한 접근이 없는 정책”으로 “저임금·장시간 노동의 악순환에 시달리는 노동자의 입장과, 단기 기업수익이 아닌 국가 차원의 장기 산업정책에 대한 고민이 없는 합의”라는 게 노동자들의 문제의식이다.

현재의 자동차 생산 과잉상태에서 “신차 개발과 미래형 친환경차(수소·전기차 등) 개발에 투자하라”는 목소리는 외면한 채 일자리 창출을 핑계로 미래가 불투명한 단기, 저임금 일자리를 양산해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협약이라는 것, 말로는 ‘일자리 창출’ 정책이지만 자동차 산업의 현실을 무시한 채 또다시 과잉중복 투자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의 문제점진단 토론회’에 토론자로 나선 노동조합, 진보정당, 연구원들 모두 ‘저임금 나쁜 일자리’ ‘재벌특혜’라고 꼬집었다. 현대기아차 자본만 “꿩 먹고 알 먹는 합의”라는 뜻이다.

당시 정형택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장은 광주형 일자리는 일자리 창출에 거는 시민들의 기대를 이용한 ‘저임금 일자리 특구’이며, ‘광주형 재벌특혜’라고 했다. 그는 “135조2807억 원(2017년 말 기준)의 사내유보금을 갖고 있는 현대차가 고작 530억 원을 투자해 연봉 4000만 원짜리 노동자 1000여명을 고용하는 대가로 광주시 재정을 포함해 7000억원을 쏟아 붓고 사원주택까지 제공하는 것이 합리적인 투자인지 의문”이라며 “더 심각한 것은 광주형 일자리가 저임금을 전제로 둔다는 것, 저임금을 기업의 투자유치의 조건으로 제시한 애초부터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 1월31일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서 악수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진 : 뉴시스]

뼈를 깎는 고통 견뎠는데 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합병도 노동자들의 고용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임에도 당사자를 배제한 채 추진돼 조선노동자들의 반발과 투쟁을 불러왔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사실상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의 밀실야합으로 현대 자본에 특혜를 주는 친재벌 정책을 옹호하는 ‘짜고 치는 고스톱 판’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지회는 “밀실 협상에 의한 재벌 밀어주기, 조선업 독과점 매각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했고, “당사자(노동조합)의 참여 속에 모든 논의가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결국 배제 당했다.

대우조선 노동자들의 분노는 12일 산업은행 앞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한 대우조선지회의 입장에 잘 나타나있다.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낙하산 인사와 산업은행의 방만한 경영으로 부실화된 대우조선은 분식회계와 부실의 오명을 뒤집어썼다. 경영의 잘못과 이를 감시해야 할 산업은행에서 은행장까지 묵인된 비리로 야기된 부실을 대우조선 노동자들이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고 이루어낸 결과다. 하지만, 회사가 정상화 궤도로 돌아서자마자 국책 산업은행은 기다렸다는 듯이 현대재벌에 특혜를 주는 방식으로 대우조선 노동자들을 철저히 기만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라고 다를까?

“지난 4년간 구조조정으로 3만 5천여 명이 일자리를 잃어야 했고, 지금도 휴직으로 내몰리며 고용안정을 손꼽아 기다리는 수 백 명의 노동자들이 있다. 어렵게 버텨왔던 노동자들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지난 2018년 2월, 16년·17년 임단협 노사합의를 위배하고 구조조정을 한데 이어 또다시 이어진 밀실합의가 불신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는 게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의 입장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상선건조, 해양플랜트, 특수선 부분이 겹쳐지기 때문에 효율적인 경영을 빌미로 구조조정을 할 것이 뻔하며, 또 영업, 설계, 연구개발, 사업관리 부분은 인수가 확정됨과 동시에 공동으로 진행할 것이 예상돼 고용불안 문제는 더욱 빠르게 다가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현대중공업 재벌 총수는 현대중공업을 통해 수천 억 원을 배당받았고, 지주사 분할 과정에서도 자사주 전환 및 오일뱅크 지분 획득 등으로 막대한 부를 챙겼을 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의 사업자산을 자기 자식에게 물려주기 위해 현대글로벌서비스를 분사해 줬다.” 자신들의 부를 챙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과정을 보면서 노동자들은 “앞으로 대우조선 인수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효율적 경영’이라는 이름아래 일터에서 밀려날 것”이라며 암담해 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를 놓고 정부가 의도하고 강조하는 선전과는 대조된다. 이것이 자동차·조선산업에서 일하는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다.

금속노조 현대·기아차 노동조합은 정부와 현대차그룹이 협약식을 강행했지만 광주형 일자리공장 완공까지는 3년이 걸리기 때문에 장기투쟁을 통해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현대중공업 노동조합도 일방적 밀실 합의에 의한 매각을 저지하겠다며 총력투쟁에 돌입, 13일부터 산업은행 앞에서 공동투쟁을 벌인다.

▲ 12일 오전 현대중공업 노조가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에 대한 입장과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재벌 우선’으로 존재감 높이기?

문재인 정부의 이러한 경제행보를 두고 “정부와 여당이 2019년 초 들어 일자리와 경기회복에 주력하는 정부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등 자유한국당과의 좁혀진 지지율을 회복해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다시 쥐고, 2020년 총선 준비에 들어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자동차 산업의 위기와 고용불안, 구조조정에 대응해야 하는 노동자들보다 ‘재벌 우선’, ‘재벌 특혜’로 존재감을 쌓아가려는 것일까.

최저임금 1만원 정책 실종과 재벌과 기업의 편에 선 최저임금 체계 개편, 자유한국당과 합심한 탄력근로제 확대 추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ILO핵심협약 비준과 ‘노조 할 권리’에 있어서도 공익위원 안이라고 내놓은 것이 모두 기업들에게 유리한 ‘개악’에 지나지 않았다. 2~3월 임시국회 일정과 정치일정에서 주요하게 다뤄질 이 사안들은 노동자·서민들의 요구와 대척해 반발이 커지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협약과 대형 조선사의 인수합병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다시한번 짐작케 한다.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에 초점을 맞춰, 지난해 ‘소득주도성장’을 강조했던 것과는 달리 ‘성장’이라는 단어만 29차례 언급했다. 재벌개혁에 대해선 특별한 언급이 없었으며 ‘소득주도성장’은 한 차례 언급에 그쳤다. 연초부터 그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

조혜정 기자  jhllk20@gmail.com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혜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