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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살인기업 처벌’ 외국은 다르다태안화력 김군 추모열기… 정부·국회 향해 ‘살인기업 처벌·외주화 중단’ 요구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과 만나고 싶다던 24살 청년. 태안화력발전소에 입사한지 3개월 만에 석탄운송설비를 점검하는 야간근무를 하던 중 연료공급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을 거둔 김용균 군을 추모하는 물결이 온·오프라인에서 확산되고 있다. 광화문 세월호광장에서 계속되고 있는 추모의 행동은 ‘중대재해 살인기업 처벌’, ‘죽음의 외주화 중단하라’는 요구를 담고 있다.

산안법 위반 기업 처벌 ‘솜방망이’, 외국 사례 보니…

우리나라 5개 발전사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는 7800여명이다. 지난 2012년부터 5년간 5개 발전사에서 일어난 산재사고 346건 중 337건이 하청업체 직원에게 발생했다. 자그마치 97%에 해당한다. 이 기간 사고로 숨진 40명 중 37명이 하청노동자이기도 했다.

지난 15일 세월호광장에서 열린 촛불추모제에서 마이크를 잡은 의사 김철주씨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라고 요구했다. 참가자들도 한목소리로 동의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법, ‘살인기업 처벌법을 도입하라’는 것이다.

그간 산업재해(산재)로 노동자가 사망한 기업에 대한 처벌은 약소했다. 지난 10년 간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는 2만 2000여명, 재해를 입은 노동자는 100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기업이 저지른 산안법 위반 사건 3만 3648건 중 95.4%는 약식기소로 벌금형(평균 432만원)을 받았고, 9건만 구속 처벌됐다.

▲ 지난 4월25일 종로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세계 산재사망 추모의 날(4월28일) 결의대회’ [사진 : 뉴시스]

외국의 사례는 이와 상반된다. 영국에선 ‘기업살인법’을 적용해 처벌하고 있다. 영국은 2007년 노동자·시민의 사망사고에 대한 기업 법인의 처벌과, 기업과 정부 최고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기업살인법’을 제정했다.

법 제정으로 영국에서는 회사의 매출과 자산을 넘어서는 강력한 처벌이 이뤄졌다. 2011년 ‘이튼 앤 코츠월드 홀딩’이란 회사는 노동자 사망사고가 나자 385만 파운드의 벌금을 맞았다. 이 385만 파운드라는 금액은 기업 연 매출액의 250%에 해당했다.

산재기업을 처벌한 결과, 법 제정 전 1만 명 당 사망 노동자 비율이 0.08명이었던 것이 제정 후인 2014년엔 0.04명으로 줄었다. 2014년 기준 그 비율이 1.08명인 한국과 대조된다. 기업살인법 제정 이후 영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산재발생 비율이 낮은 국가가 됐다. 캐나다와 호주에서도 2003년 ‘기업살인법’이 만들어졌다.

또 민주노총의 보고에 따르면, 영국의 한 대형 슈퍼마켓에서 하청노동자 1명이 사망하자 해당 기업은 벌금 37억 원을 받았고, 미국은 현대기아차 하청업체에서 노동자가 사망했을 당시 30억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산재에 대한 처벌을 다룬 법안 개정이 국회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속도는 지지부진하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김선동 의원(통합진보당)이 ‘기업살인처벌법안’을 발의했지만 통합진보당의 해산과 19대 국회 종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선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산안법 개정안’과 ‘산업안전보건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각각 발의했다. 정부 역시 28년 만에 ‘산안법 전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 개정안에는 법의 보호 대상을 넓히고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을 부여하고, 도금작업 등 유해·위험한 작업의 도급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민중당은 14일 대변인 논평에서 “여기에 기업살인처벌법의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도 17일 성명을 내 산안법 개정안 논의가 진척되지 않는 것에 대해 “산재사망은 정치권의 단골 메뉴였다. 사고가 터질 때 마다 현장에 달려가 법 제도 개선을 공언하고, 국정감사 때마다 하청 산재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정작 입법시기에는 각종 정치 공방을 하느라, 수많은 법 개정안이 단 한 번의 논의도 없이 폐기 처분됐다”고 비판하곤 국회를 향해 “산안법 개정안을 즉각 심의 통과시킬 것”을 요구했다.

또 “산재를 일으킨 기업과 경영책임자에 대한 벌금과 처벌 수위를 대폭 높이고, 감시감독을 소홀히 하고 기업에 부역한 공무원도 함께 처벌하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면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해온 민주노총은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16명의 국회의원들에게 산안법 전부 개정안에 대한 입장과 향후 추진계획을 묻는 공문을 발송했다. 민주노총은 이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모아 오는 26일 발표한다고 밝혔다.

▲ 사진 : 뉴시스

“‘죽음의 외주화’가 부른 죽음”

지난 13일과 15일 저녁, 광화문 세월호광장에 모여 촛불을 든 추모객들은 김군의 모습에서 2016년 구의역 사고를 떠올렸다. 2016년 5월 서울지하철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정비 하다가 열차에 치여 사망한 열아홉 살의 또 다른 청년 김군. 두 사람 모두 하청업체 소속된 청년노동자였고 2인1조로 해야 할 업무를 혼자 하다가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는 “하청업체의 업무지시서엔 설비 운영이 지연되지 않도록 설비가 떨어지면 즉시 제거하라고 돼 있다”고 전했다.

태안화력 하청업체 입사 3개월 차인 김군은 4조2교대로 근무하며 12시간씩 일했다. 6km가량의 컨베이어벨트를 3회씩 돌며 현장을 점검하고 낙탄을 치우는 일을 했다. 어둡고 컴컴한 곳에서 헤드랜턴도 없이 18km를 걸으며 꼬박 12시간을 일했다.

현장조사 결과, 사고 당시 2인1조로 근무하도록 한 내부규정도 지켜지지 않았다. “2인1조 규정만 지켜졌어도… 사고 당시 다른 사람이 컨베이어벨트를 멈췄다면 큰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고 현장노동자들은 주장했다.

김군이 일한 곳은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이지만 그가 소속된 업체는 한국발전기술(주)이라는 외주하청업체였다. 김군은 1년 계약직 비정규직노동자로 일했다.

시민대책위는 “김군을 죽인 건 컨베이어벨트가 아니다. 발전사가 직접 운영해야 할 업무를 민영화, 외주화시켰기 때문”이라며 ‘죽음의 외주화’를 멈추라고 요구했다.

발전소 운영사들은 설비점검 등 안전관리에 꼭 필요한 업무마저 외주화했다. 김군이 일했던 업무 역시 정규직이 하던 업무였고, 2인1조로 일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발전소의 외주화로 업무가 외주하청업체로 떠넘겨졌다.

한국서부발전은 지난 2015년 7월 석탄설비 운용·정비사업을 경쟁 입찰했고, 한국발전기술이 해당 사업을 낙찰 받았다. 한국발전기술은 인력부족과 인건비 절감을 위해 1인 근무 체계로 바꿨다. 외주업체 입찰 시 낮은 금액으로 입찰에 응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하청업체는 2인1조 근무를 1인 근무로 바꾸면서 인건비를 줄였다.

또 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과 김군이 소속된 한국발전기술은 작업현장의 사고 위험성을 알고도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3억 원의 추가 비용 때문이었다.

전국공공운수노조와 발전비정규연대회의는 14일 ‘사망사고 현장 조사 결과 공개 브리핑’에서 사고현장을 직접 설명하며 “노동자들이 28차례 작업 현장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지만, 한국서부발전에서는 ‘이렇게 고치는 데 3억 원이 드니 다른 방법으로 고쳐주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 사진 : 함형재 담쟁이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답하라’ ‘외주화를 멈춰라’ ‘살인기업을 처벌하라’. 지난 주말 세월호광장에 모인 촛불추모객들이 외친 구호들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7일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 대한 특별산업안전보건감독과 12개 발전소에 대한 긴급안전을 실시하고, 석탄화력발전산업에 대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임을 밝혔다. 현장노동자들과 추모객들의 요구에 답해야 할 곳은 정부 관계부처만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로 향하고 있다.

조혜정 기자  jhllk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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