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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선체에 나타난 충돌의 흔적과 증거들천안함 ‘충돌’에 대하여 ⑫
  •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
  • 승인 2018.12.0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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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있습니다. 따라서 충돌한 것이 사실이라면 충돌 부위에는 상대방의 흔적―구조적인 변형과 페인트 색상―도 남아 있게 됩니다. 또한 충돌로 떨어져 나간 물체가 있을 경우 그 물체에도 충돌로 인한 손상의 흔적이 나타나야 합니다.

오늘 글에서는 천안함이 잠수함과 충돌하여 반파된 것이 사실이라면 그 충돌의 흔적과 증거들이 천안함 선체에 어떻게 나타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천안함 선체에 나타난 충돌의 흔적과 증거들

(1) 함미 좌현 외판 - 상대함선은 녹색 계열 페인트색
자동차 충돌 후 뺑소니 사고의 경우 제일 먼저 보는 것이 상대 차량의 페인트 색상이 묻어 있는지 여부입니다. 그리고 충돌로 인해 떨어져 나간 잔해들의 특징을 살펴보면서 차종과 차색 등 단서를 찾게 됩니다.

선박이라고 하여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천안함 2차 사고 역시 ‘충돌 후 뺑소니 사건’과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우리 국방부가 뺑소니 당사자가 누구인지 빤히 알면서 그 사실을 감추고 뺑소니 당사자를 보호해 주고 있는 게 황당한 상황인 거지요.

천안함 절단면 부위 가운데 충돌의 흔적이 가장 강하게 남아 있는 곳은 좌현 절단면, 특히 함미 좌현 외판입니다. 이곳은 제일 먼저 충격을 받은 곳이어서 물리적으로는 선체에 상대 함선의 앞부분 형상이 선체에 남아 있으며 상대 함선의 페인트 색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곳입니다.

2010년 4월30일 제가 천안함을 첫 조사하며 그 부분을 보았을 때 현장에서 즉시 알 수 있었습니다. 무언가 녹색 계열의 색상을 가진 물체가 강하게 밀고 들어와 페인트가 짓눌리면서 으깨어져 길게 흔적을 남긴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지요.

저는 젊은 시절 한진해운에 근무하며 거제 삼성조선소에서 신조선 감독으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주요 업무 중 하나가 페인트(도장) 감독 업무였고 선박 1척은 200개의 블록으로 구성되는데 한 블록당 5∼6회 코팅하며 8년간 13척의 선박을 건조했으니 나름 페인트에 대해 실무 전문가인 셈입니다.

그러니 천안함 좌현에 묻어 있는 녹색 계열 페인트를 보고 의문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흑색, 적색, 회색으로만 구성된 군함에 녹색 계열 페인트가 생뚱맞은지라 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합조단은 그 부분을 고압세척으로 말끔히 제거해 버렸습니다.

(2) 녹색 페인트에 대한 ‘정호원 88수중개발 부사장’의 증언
함미 외판에 녹색 계열 페인트 존재 사실을 주장하자 국방부가 깔끔하게 없애버려, 오로지 사진 영상 기록만 남은 상황에서 사람에 따라 “과연 이것이 녹색 계열 페인트가 맞느냐?”며 반신반의하는 등 사진에 나타난 색상이 가진 한계를 절감하던 중, “군함과 다른 페인트색을 보았다”는 법정증언을 듣게 되었습니다. 작년 2017년 11월14일 항소심 제8차 공판에 출석한 정호원 88수중개발 부사장의 증언입니다.

정호원 88수중개발 부사장은 절단면 부위에 대한 답변과정에서 “군함과 다른 페인트색을 보았다”며 “통상 군함은 회색, 검정색, 빨간색 페인트를 쓰는데 그것과 달랐다”고 증언하였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그 페인트 색상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합조단이 고압세척으로 완전히 제거해 버렸기 때문입니다(아래 사진 비교).

(3) 함미 좌현 외판 - 충돌 상대 함선의 선수 구조를 알 수 있다
천안함 외판은 알루미늄합금입니다. 따라서 철(Steel)보다 휘어지는 유연성(Flexibility)이 좋습니다. 즉 충격을 받았을 때 부숴지기보다는 찌그러지는 정도가 크며 그것은 충격을 가한 상대방의 충돌 부위 구조가 그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위 (2)항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둥그렇게 움푹 들어간 부분(노란색 타원 내부)은 상대 함선의 앞부분 구조가 둥그런 형상임을 보여주며 천안함을 충돌한 물체 앞 부분은 둥글다는 것을 시사하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조선공학에서 ‘R(Radius)’라고 부르는 둥근 구조물의 반경을 뜻하는 용어가 있습니다. 움푹 들어간 부분의 Radius를 측정하면 상대 선박의 앞부분 둥근 부위의 Radius 반경을 알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4) 절단면 - 반듯한 상갑판

천안함 절단면 상갑판이 하늘로 ‘만세’ 부르지 않고 거의 온전하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폭발’이 아닌 ‘충돌’로 반파되었다는 것은 입증합니다. ‘폭발’이 존재했다면 위 노란원의 상갑판은 모두 하늘로 솟구쳐 올라야 정상입니다.

상갑판의 구조는 그리 두꺼운 구조물이 아니어서 만약 선체를 반파시키는 충격파가 하부로부터 올라왔다면 좌측의 토렌스함 경우와 같이 상갑판들이 말려서 위로 달라붙어야 하는 것입니다. ‘폭발’이 없었음에도 선체를 반파시킬만한 충격은 ‘충돌’을 강력히 시사합니다.

(5) 충돌의 명확한 증거 - 3D 시뮬레이션 영상 (뚫린 파손부위)
2010년 4월30일, 제가 천안함 조사를 위해 평택 2함대에 갔을 때, 합조단 사무실 한쪽 구석 컴퓨터 앞에서 영상팀이 열심히 작업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호기심에 무슨 작업을 하나 슬며시 어깨너머로 본 순간 저는 숨이 멎을 것 같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컴퓨터 모니터 가득히 천안함 파손부위 3D 입체 시뮬레이션 영상을 만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천안함 선체의 모든 손상부위를 촬영하여 그것을 컴퓨터에 넣고 3D 입체화면으로 만든 영상은 실물을 육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구조적 변형의 특성을 실감나게 잘 보여줍니다. 구조뿐만 아니라 손상의 형태를 더욱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게 해줍니다.

가운데 뻥 뚫린 곳은 한 눈에 보아도 무언가 둥그런 물체가 파고 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둥근 물체가 충돌하여 발생한 손상입니다. 이런 경우 뱃사람들은 ‘고래 등을 올라탔다’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그것이 암초든, 돌덩이든, 잠수함이든 선박이 무언가 위로 올라타거나 무언가 선저하부를 파고 들어왔을 때 쓰는 표현입니다.

(6) 충돌의 명확한 증거 - 3D 시뮬레이션 영상 (외판 손상)
그리고 3D 입체영상 가운데 충돌을 더욱 명확하게 입증해주는 확고한 증거가 또 있습니다.

위의 노란 사각 박스 A와 B의 외판 변형의 차이입니다. 한 눈으로 봐도 A구획과 B구획은 찌그러진 형태가 다릅니다. 국방부는 박스 A의 변형을 소위 디싱(Dishing) 현상이라고 부르며 ‘폭발’에 의한 증거라고 주장합니다.

손상 부위 하부에서 폭발력에 의해 충격파가 미쳤다면 A구획과 B구획은 폭발의 중심점으로부터 미치는 충격파가 거의 같은 운명이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손상의 형태도 유사하게 나타나야 합니다.

그러나 A구획은 심하게 찌그러진 반면, B구획은 거의 멀쩡한 모습입니다. 그것은 외력이 작용한 곳과 작용하지 않는 곳의 차이입니다. 즉 충돌에 의해 직접 물리적인 힘을 받은 부위와 그렇지 않은 부위의 차이입니다.

특히 A구획은 외력(힘)이 대단히 낮은 속도로 밀고 들어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폭발에 의한 손상 역시 어느 정도 저러한 휘어짐은 발생합니다. 외판과 내부재(Frame)의 저항값과 인장강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폭발에 인한 충격파는 한마디로 ‘뜯어내는’ 손상을 입히게 됩니다. 폭발로 인한 충격파의 전달 속도는 가히 상상을 초월합니다. 위 A구획과 같은 손상은 거대한 외력이 작용한 것은 맞지만, 힘의 전달속도가 느렸기 때문에 물리적 압박의 형태가 서서히 진행되며 확연하게 나타나 있는 것입니다.

위의 그림은 선박의 내부 골조를 보여줍니다. 조선소에 가면 저런 형태의 블록들이 야적장에 널려 있습니다. 저런 블록 옆에서 폭탄을 터뜨려보면 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폭발의 충격파 vs 잠수함의 충돌> 그 충격파 속도의 차이를 비교한다면 총탄에 맞는 것과 주먹을 맞는 것 만큼이나 차이가 클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국방부는 주먹에 맞은 손상을 총탄에 맞은 손상이라고 우기고 있는 것과 다름이 아닙니다.

국방부는 국민들이 총탄에 맞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마음껏 거짓말을 하고 조작을 하고 국민들을 속이며 농락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7) 가스터빈실과 가스터빈
가스터빈실은 선체 중앙에 있습니다. 천안함이 반파되면서 가스터빈실이 통째로 떨어져 나갔습니다. 가스터빈실의 규모를 본다면 천안함은 두 동강 난 것이 아니라 세 동강 났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가스터빈실이 인양된 날짜는 2010년 5월19일입니다. 그런데 국방부와 합조단은 가스터빈실을 인양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언론에도 발표하지 않습니다. 다음 날(5월20일)이 천안함 사고 최종 결과 발표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즉, 최종 결과 발표를 하면 완전히 종결되는데 하루 전날 가스터빈실이 인양되었으니 그 사실을 발표하면 조사 요구가 빗발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국방부와 합조단이 천안함 사고 원인 진상규명의 의지가 전혀 없었다는 것과 특정한 방향으로 결론을 내려놓고 졸속으로 발표하여 종결지으려 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국방부 발표대로 선체 중앙 하부에서 360kgTNT 규모의 어뢰가 폭발했다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가스터빈실 하부는 산산조각이 나는 손상을 입었어야 정상입니다. 그리고 폭발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구조물인 가스터빈실이 인양되었으면 최종 결과 발표를 보류하고 인양 사실을 발표한 후 가스터빈실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 분석에 돌입했어야 마땅한 것입니다.

그런데 국방부는 인양 사실을 비밀로 한 채 최종 발표를 강행하여 종결지었습니다. 정작 가스터빈실은 그로부터 한 달이나 지난 6월 중순이 되어서야 기자들의 압박과 성화에 못이겨 인양사실을 인정하고 언론에 공개하였습니다.

떨어져 나간 가스터빈실은 물론 그 내부의 ‘가스터빈’ 조차도 이것이 과연 어뢰폭발을 가장 가까이에서 맞았던 구조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멀쩡합니다. 가스터빈의 가느다란 알루미늄 파이프들이 폭발없음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스터빈실의 외판의 주름진 형상은 폭발이 아닌 외부 충격으로 인해 접힌 형상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습니다.

가스터빈실은 ‘충격의 중심’입니다. 그만큼 천안함 사고 원인 규명에 있어서 가장 비중있게 조사를 해야 마땅할 구조물이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인양 사실조차 비밀에 붙였습니다.

(8) 케이블 절단 부위

천안함 절단면 내부에 축축 늘어진 케이블들은 마치 열대우림의 나무줄기들을 연상케 합니다. 사실 그곳에 ‘폭발’이 존재했다면 모두 녹아 떡이 되어 있어야 할 케이블들인데 국방부는 ‘폭발’을 주장하면서도 저 케이블이 온전하게 존재하는 것에 대해 ‘비접촉 폭발’이라는 ‘만능카드’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선저 6∼9m 하부에서 어뢰가 터져 ‘버블제트’가 형성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우스운 얘깁니다. 호주에서 시험적으로 테스트하고 있는 ‘버블제트’의 개념은 깊은 바다에서나 가능한 실험입니다.
어뢰가 폭발하는 순간 상당한 반경의 공간이 2∼20만 기압의 충격파 영향을 받게 되는데 버블이 생길 겨를도 없이 선저 하부에 부딛쳐 물기둥으로 솟구치기에 바쁠 것입니다. 즉 직주어뢰나 다를 바 없다는 뜻입니다.

절단면 내부에 늘어진 케이블들은 폭발로는 전혀 설명이 되지 않는 손상 형태를 보입니다. 피복과 케이블 사이 나풀거리는 투명한 비닐(분홍색 화살표)이 녹아내리지 않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케이블 끝부분들이 오그라져 있는 것은 절대로 폭발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현상입니다. 저것은 물리적으로 시간을 두고 차례대로 끊어지는 형태를 보여줍니다. 제일 먼저 녹색 피복이 뜯겨나가고 그 다음 구리선이 늘어날 만큼 늘어나다가 결국은 소성에 의해 절단됩니다. 늘어난 금속선이 갑자기 끊어지면 끝단부가 오그라들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합조단이 엉뚱하게 프로펠러에 적용했던 ‘관성의 법칙’에 의한 현상입니다. 폭발이 아닌 물리적 절단의 결과입니다.

오늘은 천안함 선체에 나타난 충돌의 흔적과 증거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생존자들이 작성한 진술서를 근거로 사고 당시 선체 내에 머물면서 체감적으로 느꼈던 ‘폭발’ 혹은 ‘충격’의 순간에 관한 진술을 분석하도록 하겠습니다.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  minplus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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