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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법농단, 기어이 촛불을 부르나?
▲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사법적폐청산 3차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양승태 구속!”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청계광장에서 “이게 사법부냐”며 다시 촛불이 타올랐다. 지난 주말 탑골공원에서 행진해 청계광장에 다시 모인 3000여 시민들의 ‘사법적폐청산 3차 국민대회’ 현장 분위기는 분노와 열기로 가득 차 장차 더 확대될 조짐을 보였다.

마침 박근혜 국정농단에 분노해 타오르기 시작한 2016년 10월29일의 청계광장 촛불을 연상케 한다. 촛불혁명 2주년이 이제 일주일 남았다.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는 사실 오래됐지만 이토록 처참하게 무너진 적은 없었다. 지금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의 전모가 낱낱이 밝혀지지 않고 사법적폐 청산작업이 지지부진한 데 있다.

이미 현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문건만 봐도 ‘양승태 사법부’가 청와대, 국회, 법무부, 변호사단체, 언론 등을 상대로 전방위 대응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드러난 상태이다. 법원을 무슨 조직결사체처럼 운영한 것도 문제지만, 진행해 온 업무라는 게 판사 블랙리스트에서부터 재판 가이드라인을 통한 ‘정치재판’ 종용 등 ‘법관의 독립성’을 훼손한 것들 일색이었다. 나아가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행정부와 ‘재판거래’를 했다는 정황이 뚜렷한데도 뭐 하나 시원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촛불혁명을 통해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린 국민들이 보기에 사법적폐 하나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고 질질 끄는 데 대해 더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할만하다.

국민들은 사법부의 조직이기주의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

국민들은 사법부 자정능력을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사법농단 진상규명에 필수인 압수수색, 구속영장 청구를 무더기로 기각하고, 쟁점을 검찰과 법원의 감정싸움으로 몰아가는 행태에서 이미 사법부 스스로 사법적폐를 청산하는 게 불가능함을 감지하고도 남는 상황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한국법률가대회 축사에서 “지금 처한 난국을 타개할 해결책과 대안 또한 스스로 제시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지만, 거기에 기대를 거는 국민들은 없다. 비리판사, 적폐법관들이 버젓이 살아있는 법원구조를 그대로 둔 채 셀프개혁을 믿어달라고 하는 건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으란 말과 같다. 오죽하면 제주도, 울릉도 시민까지 청계광장 촛불에 참가해 누구 하나 떳떳하게 나서지 못하는 사법현실을 개탄했겠는가.

국회의 모르쇠 역시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제 사법적폐 청산작업은, 영장재판부를 포함해 형사재판을 담당할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고 사법농단 피해자들이 정당한 재심재판으로 피해를 회복할 특별법 제정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미 법안도 발의된 상태이다. 3차 국민대회에서 김호철 민변 회장은 특별재판부를 구성해야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된 재판을 할 수 있고, 반민특위와 같은 특별재판부에 대한 역사적 경험도 있으며, 특별재판부를 운영할 수 있는 인재와 역량은 충분하다고 천명했다.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이 사법농단에 대해 특별재판부 구성을 요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온 만큼 “국회는 팔을 걷어붙이고 특별재판부를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국정감사 기간에도 확인됐듯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사법적폐세력이 똬리를 틀고 있다. 국회가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특별법을 제정해 무너진 사법정의를 복원할 초석을 놔야하겠지만, 현재의 국회 구성과 운영실태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 와중에 형식적인 3권 분립, 사법부 독립성이란 미명 아래 셀프재판을 하고 증거를 인멸해 사각지대가 더 커지고 있다.

국민들은 오래 기다렸다. 새 정부를 세울 때도 기다렸고, 증거가 나온 지금까지도 기다렸다. 기회도 충분히 주었다. 그러나 사법부는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사법부의 이익을 위해 독재자와 거래한 적폐의 부역자들이 여전히 버티고 있다. 국회도 손을 못 쓰고 있다. 그런 사이 주권자의 목소리는 묵살 당하고, 피해자들은 고통의 터널 속에 아직도 갇혀있다.

촛불국민들 속에서 사법농단의 진상을 밝혀 책임을 묻고 피해를 회복하는 사법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해 이제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 울림이 더 절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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