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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 존재 이유에 의문이 생기는 까닭
▲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서 지난 8월 열린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 송환식 기자회견에서 웨인 에어 유엔군 사령부 부사령관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지난 65년간 존재감 없던 유엔군사령부가 최근 다시 ‘뜨고’ 있다.

지난 8월 남북철도 연결 시범운행차 방북하는 남측 점검단을 유엔사가 불허하면서부터다. 이때도 한미연합사나 주한미군사령부가 아닌 유엔사가 왜 나서는지 의아해하는 국민들이 많았다.

지난달 28일엔 리용호 북 외무상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유엔사를 거론했다. 리 외무상은 유엔사가 “미국의 지휘에만 복종”하면서 “신성한 유엔의 명칭을 도용하고 있다”며 해체를 주장했다.

유엔사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3일 비무장지대(DMZ) 내 지뢰제거 작업을 유엔사가 승인했다는 보도를 통해서다.

‘9월 평양공동선언’ 군사부속합의서에 따라 남과 북이 공동으로 DMZ 지뢰를 제거하는 작업에 유엔사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것도 의아하지만 1975년 9월 유엔총회에서 이미 해산 결정이 내려진 유엔사가 40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

유엔사는 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24일 일본 도쿄에서 창설돼, 전쟁이 끝난 1957년 미8군과 함께 용산 주한미군기지로 이전했다.

유엔 창설 이래 최초로 결성된 미국 주도 연합군인 유엔사는 탄생에서부터 위법성 논란에 휘말렸다. 유엔헌장이 군사기구 창설의 전제조건으로 규정한 ‘특별협정’을 미국이 따르지 않았기 때문.

그래선지 1975년 30차 유엔총회에서 주한 유엔사 해체를 결의했고, 키신저 당시 미 국무장관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1976년 1월1일부로 유엔사 해체를 약속했다. 그러나 43년이 지난 오늘까지 미국은 유엔과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미국은 유엔사를 해체하는 대신 1978년 한미연합사를 창설해 유엔사의 작전통제권을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이양하는 한편 한미합동군사훈련 팀스프리트를 시작한다. 이렇게 미국은 유엔 결의안 유린 행위를 서슴치 않았다.

▲ 육군은 비무장지대 내 전사자 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작업을 2일 강원도 철원군 일대에서 개시했다. [사진 : 뉴시스]

철도·도로 연결과 DMZ 지뢰 제거에 유엔사는 개입할 권한이 있을까, 없을까? 이 문제와 관련해선 이미 선례가 있다.

6.15공동선언 발표 직후인 지난 2000년 11월 조선인민군과 유엔사 간에 동·서해지구 철도 연결을 위한 ‘남북관리구역’에 대한 합의서를 채택했다. 이 합의서에 의해 철도와 도로가 통과하는 비무장지대 구역은 남측이 관리(Administration)한다고 명시됐으나, 2002년 남북지뢰검증단 교환을 둘러싸고 유엔사가 억지를 썼다. 유엔사가 돌연 관리권은 우리 정부에 있지만 관할권(Jurisdiction)은 자기네에 있다고 강변한 것. 그러나 합의서에 ‘정전협정에 따라 처리한다’고 명시(정전협정문엔 관리권만 있고 관할권은 따로 언급되지 않음)됨에 따라 미국의 억지는 결국 통하지 않았다.

9월 평양공동선언 군사부속합의서에 따라 DMZ 내 유해 발굴을 위한 지뢰제거 작업이 시작됐다. 또 DMZ 내 역사유적 조사까지 진행되면 사실상 남쪽 DMZ 전 구역의 관리권이 우리 정부에 이양되는 셈이다.

9월 평양공동선언은 유엔사의 존재 이유에 강한 의문을 던진다.

평양선언 부속합의서에서 오는 11월1일 이후 ‘상대방을 겨냥한 군사훈련을 중지’하기로 함에 따라 군사분계선 일대 한미합동군사훈련에 한국군은 참가하지 않는다. 한미합동이 아니라 미군 단독훈련만 가능하다.

아울러 남과 북은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 차단 및 항행 방해, 정찰행위 중지 등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긴밀히 협의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지금까지 유엔사와 한미연합사가 한미군사위원회를 통해 협의하던 주요 군사 현안 역시 이제 ‘남북공동군사위원회’에서 다루게 됐다.

위법 논란 속에 탄생한 유엔군사령부는 유엔이 스스로 내린 결정에 따라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한다고, ‘9월평양공동선언’은 말하고 있다.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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