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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는 중요치 않다” 판문점선언 이행 길 닦은 남북노동자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노동자·시민 3만 명 참가해 통일응원 펼쳐

11일, 서울 날씨는 36도를 웃돌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곳은 마포 상암월드컵경기장이다. 경기장 안팎에 내걸린 수백여 개의 현수막엔 ‘판문점선언 이행’ ‘자주’ ‘통일’ ‘겨레’ ‘하나의 민족’ ‘하나의 조국’ ‘우리민족끼리’ ‘노동자’ 등의 단어가 가득 새겨져 있다.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통일축구대회)’가 열린 상암경기장. 대회 시간이 임박해지자 2015년 평양에서 열린 통일축구대회 이후 3년 만에 서울을 방문한 북측대표단(선수단)을 환영하는 통일축구 서포터즈의 응원소리가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전국 곳곳을 누비며 ‘판문점선언 이행’과 ‘통일축구대회’를 알린 노동자 통일선봉대와 ‘내일로 평화통일대장정’을 하고 있는 대학생도 관중석에 자리했다.

▲ 민주노총 노동자통일선봉대 [사진 : 강호석 기자]

본부석 맞은편에 걸린 “4.27판문점선언 이행”이라고 적힌 대형현수막 밑으로 “자주, 통일”이란 커다란 두 글자가 관중석에 새겨졌다.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통일, 평화번영의 새시대를 열어나가자!” “삼천리 강토우에 자주적이고 번영하는 통일강국을 일떠세우자!”라고 쓰인 조선직업총동맹(직총)의 현수막 양옆으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현수막이 나란히 걸렸다.

“우리민족끼리” “조국통일”… 승패보다 통일응원

약속된 시간인 4시가 되자 ‘반갑습니다’ 노래에 맞춰 남북 주석단과 대표단이 입장했고, 이어 대형단일기를 앞세우고 남북선수단이 경기장 안에 들어섰다. 관중석에 자리한 노동자들과 시민들은 큰 박수로 환영의 마음을 표했다.

개막식 공동사회를 맡은 최은석 민주노총 서울본부장, 서종수 한국노총 서울본부장, 홍광효 직총 중앙위원회 통일부위원장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북남노동자 통일축구대회 개막식을 남과 북, 북과 남 노동자들의 통일의지를 모아 시작하겠다”라고 개막을 선언했다.

단일기 게양에 이어 한국노총팀과 직총 건설팀의 첫 번째 경기(전·후반 각30분)가 시작됐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본부석 아래에 자리를 잡은 통일축구 서포터즈도 본격적인 응원을 펼쳤다. ‘427’ 등번호가 새겨진 응원복을 입은 서포터즈는 북측선수들의 이름이 적힌 응원복까지 준비해 선수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큰 목소리로 호명하는가 하면 “우리는 하나다” “통일조국”을 연신 외쳤다.

▲ 사진 : 뉴시스

첫 번째 경기는 김정현 감독이 이끄는 직총 건설노동자팀이 문용심 감독이 이끄는 한국노총팀을 3:1로 이겼다. 승패가 중요하지 않은 통일축구경기장에도 파도타기가 등장했다. 1층에 줄지어 앉은 통일축구 서포터즈가 파도타기 응원을 시작하자 전체 관중이 이에 화답하며 파도물결을 만들었다.

본부석 오른쪽에 자리 잡은 관중들은 빨간바탕에 흰색 글씨로 된 대형 카드섹션을 준비했다. ‘우리는 하나’라는 글씨를 드러낸 카드섹션 위에 단일기가 펄럭이는 장관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 사진 : 뉴시스

민주노총팀과 직총 경공업팀 경기를 앞두고선 평창올림픽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의 감동에 버금가는 남북합동공연(?)이 펼쳐졌다. 평창에서 삼지연 관현악단이 선보인 ‘달려가자 미래로’ 영상이 무대 한가운데 흐르고,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예술단 대학생들이 삼지연 관혁악단의 춤을 그대로 재현하는 공연을 펼쳐 큰 박수를 받았다.

두 번째 경기로 백명철 감독이 이끄는 직총 경공업팀과 민진홍 감독이 이끄는 민주노총팀 경기가 펼쳐졌다. 전반전 시작과 동시에 직총 경공업팀이 한 골을 얻었고, 서포터즈와 관중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민족끼리, 조국통일” “통일조국”을 외치며 양팀 선수들을 응원했다. 경기결과 직총 경공업팀이 민주노총팀에 2:0으로 승리했다. 전·후반전 사이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4.27합창단의 통일노래 메들리공연 등이 펼쳐져 상암경기장을 통일함성으로 가득 채웠다.

경기를 모두 마친 남과 북 선수들은 대형단일기를 들고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며 관중들에게 작별의 인사를 전했다. “다시만나요”라는 노래가 흐르고 남북선수들은 서로 어깨를 걸고, 부둥켜 안으며 기념사진을 남겼다. 이 모습을 지켜본 통일축구 서포터즈와 관중들은 연신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며 선수들을 배웅했다. 3만명의 노동자·시민이 경기장을 메우고 승패가 중요치 않았던, 올 여름 가장 근사한 축구대회를 만들었다.

“판문점선언, 노동자가 앞장서 이행할 것”

한편 개막식에선 민주노총, 한국노총, 직총 대표자들이 대회사를 통해 “노동자들이 판문점선언 이행에 앞장설 것”임을 다짐했다.

먼저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일촉즉발 전쟁위기와 대결정세를 걷어낸 4.27판문점선언의 확고한 이행을 위해 노동자들이 먼저 만났다. 판문점선언은 73년 분단체제를 끝내고 조국의 평화와 자주통일 시대를 열기 위한 또 하나의 역사적 이정표다. 민주노총은 분단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실현한다는 강령에 맞게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 실천하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는 “어떤 장애와 난관이 있더라도 남과 북이 하나임을 확인하는 대회, 남북노동자들이 판문점선언 이행에 주도적으로 나서자는 약속과 다짐의 대회”라고 의미를 부여하곤 “이것은 축구가 아니다. 통일이며, 평화다”라고 외쳤다.

주영길 직총 중앙위원회 위원장은 “8월의 폭염보다 더 뜨겁고 열렬하게 우릴 맞아준 남녘의 노동자와 시민, 경기장에 모인 각계 인사들에게 동포애적 인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이어 “판문점선언이 오늘 이 성대한 자리를 마련했다. 북남노동자들이 펼칠 통일축구는 민족사의 새 시대를 맞이한 크나큰 기쁨과 평화롭고 번영한 통일조국 건설에 한 몸을 기꺼이 내어 뭉친 남북노동자들의 기상과 의지를 힘 있게 과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곤 “우리민족끼리 뜻을 모으고, 힘과 지혜를 합쳐 하나 된 위력으로 위대한 역사를 창조해 나가자. 바로 그 선두에는 민족의 맏아들이며 기둥인 우리 노동자가 설 것이다. 노동자가 있는 그 어디에서나 판문점 선언 이행운동을 힘있게 벌이자”고 격려했다.

▲ 단일기를 흔들며 남북선수단을 환영하고 있는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주영길 직총 중앙위원회 위원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왼쪽부터). [사진 : 뉴시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도 “자주적이고 평화로운 노동자의 삶을 위해 남북노동자의 연대와 단합을 더 강화해야한다. 단결된 힘을 하나로 모아 판문점선언을 이행하면 노동자가 존중받는 새로운 통일시대가 열린다”면서 “역사적 판문점선언의 중단없는 이행을 위해 우리 노동자가 더 앞장서고 더 단결하자”고 독려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와 북측위원회 대표도 통일축구대회 개최를 축하했다. 이창복 6.15남측위 상임대표는 “판문점 선언 이후 처음으로 정부가 아닌 민간이 주최가 되어 규모있는 공동행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더 다양한 계층이 더 다양한 주제로 만나고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노총, 한국노총, 직총이 협력하면 우리 시대의 주인공으로 우리 민족의 미래와 희망을 담보할 수 있다. 한반도 화해, 평화, 통일의 세계사적 사변의 주인공으로 평화와 번영, 통일의 새로운 역사를 함께 만들자”고 격려했다.

양철식 6.15북측위 부위원장은 “우리는 민족공동의 요구와 이익을 첫 자리에 놓고 민족우선, 민족중시 입장에서 굳게 단결해야 한다. 계층별, 부분별, 지역별 연대단합을 적극 추동하고, 그것이 민족의 대단합으로 승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곤 “북남통일축구대회가 해내외 각계층 속에서 연대단합의 열풍을 일으키고 민족대연합을 힘있게 추동함으로써 민족사의 한 페이지에 큰 자욱을 남길 것임을 확신한다”며 대회의 성과적 개최를 열렬히 환영한다고 축하했다.

통일축구대회를 마친 북측선수단과 대표단은 숙소인 워커힐호텔에서 환송만찬을 가진 뒤, 다음날(12일) 오전 마석모란공원 찾아 전태일 열사와 이소선 어머니, 문익환 목사 등의 묘역을 찾아 헌화한 후, 남북노동3단체 사업협의를 진행하고 오후 도라산 출입사무소를 통해 북으로 돌아간다.

▲ 사진 : 민주노총 공동취재단

▲ 사진 : 뉴시스

조혜정 기자  jhllk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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