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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기획] 최저임금과 단가인하 압력 ‘이중고’ 겪는 저임금노동자재벌개혁과 노동운동의 과제(1)
  • 서다윗 금속노조 서울남부지회 수석부지회장
  • 승인 2018.07.0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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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지난달 30일 하반기 총파업·총력투쟁을 선포했다. 주요 요구 가운데 하나는 “재벌의 원하청 불공정 거래 및 편법 도급 근절! 불평등 양극화 주범 재벌체제 해체”였다. 이에 앞서 민주노총은 6월26일 ‘재벌개혁과 노동운동의 과제’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재벌 갑질 현장사례를 발표하고 재벌개혁 투쟁에서 노동운동의 과제를 진단했다. 노동계가 모색하는 재벌개혁 운동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토론회 발표문을 필자들의 허락을 얻어 순서대로 연재한다.[편집자]

1. 자동차 다단계 하청체계는 곧 ‘다단계 임금체계’

구로구 오류, 고척동 일대엔 자동차 카시트커버를 재단 및 봉제하는 업체들이 있었다. 이들 업체들 중 현재 남아있는 업체는 한군데(세일○○)로 금속노조에 가입한 사업장이다. 이 업체의 임금조건은 최저임금+상여금 연600% 수준이었다. 금속노조에 가입하게 된 계기는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상여금을 삭감하려는 시도 때문이었다. 물론 금속노조 가입 후 상여금 삭감은 취소됐고, 급여수준도 최저임금을 차후년도 1월1일 적용하는 것에서 당해년도 4월1일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과거 고척동에 있던 한 회사는 서울디지털산업 3단지로 이사해 왔다. 코오롱글로텍에서 분사해 만들어진 회사로, 자동차 4차 밴더 회사다. 현대기아차-현대엠시트-코오롱글로텍-(천안씨에스)-성진○○○으로 이어지는 생산사슬의 마지막에 위치해 있다. 이 회사의 급여 조건은 최저임금+(1만원~10만원 가량의 차등 성과금)이다. 이 회사는 올해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자 유급공휴일을 무급으로 바꾸고, 무상으로 제공하던 중식을 유상(급여에서 식대 공제)으로 바꾸겠다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시도했다. 이에 반발해 노동자들은 금속노조에 가입했고, 회사는 불이익 변경을 취소했다.

이 두 회사가 하는 일은 똑같다. 자동차 카시트커버를 재단 및 봉제하는 일이다. 차이가 있다면 2차 밴더냐 4차 밴더냐이다. 그러나 그 차이가 급여의 차이, 노동환경의 차이를 만들어 냈다. 다단계 하청체계를 통해 노동자계급을 다단계로 분절화시키고 있는 게 ‘원하청구조’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들기 위해선 완성차 노동자의 노동과 카시트커버를 만드는 노동자의 노동, 모두가 필수적인 노동이다. 이 필수노동에 대해 다단계 하청구조, 즉 다단계 임금구조를 만들어 차별화시키고 있는 게 재벌사다. 차별을 통해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이익을 편취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을 다단계 임금구조로 묶어서 분열시키는 와중에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작년에만 900억 원에 가까운 배당금을 받아갔다. 급여는 제외한 금액이다. 올해도 비슷한 금액을 가져갔을 것이다. 정몽구 회장이 성진○○○의 노동자들보다 얼마나 대단한 노동을 하고 있다는 것인가?

2. 납품단가 인하와 하청노동자

앞서 거론한 세일○○. 매년 임금협상을 할 때마다 사측에서 하는 얘기는 ‘원청사 임금이 결정되지 않았다’, ‘원청사와 논의를 해봐야 한다’였다. 당연히 원청사 임금인상 폭이 결정되기 전에 세일○○의 임금인상 협상은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었다. 소문으로는 현대기아차에서 2차 밴더 임금인상 폭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확인은 되지 않지만 세일○○의 경영진 태도를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해진다.

성진○○○. 이 회사의 임금인상은 최저임금 인상률과 비슷했다. 그러나 총액에서 임금은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나마 있었던 2~300%의 상여금을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야금야금 없애 왔다. 각종 수당도 없앴다. 최근엔 유급으로 쉬었던 공휴일과 무상으로 제공하던 중식마저 없애려다 노동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회사의 핑계는 하나다. 원청사에서 최저임금 인상만큼 납품단가를 올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가인하 압력은 노동강도 강화를 가져왔다. 이 회사 노동자들은 업계 최고의 숙련도를 자랑한다. 그 숙련도는 단가인하에 맞춰 생산량을 증대시킨 결과다. 저임금, 고강도, 장시간 노동이 갈수록 심해져 갈 수밖에 없다.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신영○○○○. 이 회사는 LG모바일사업부의 1차 협력업체로 주로 금형개발, 사출성형을 하는 업체다. LG의 1차 밴더가 된 이후 회사는 반제품조립까지 떠안아야 했다. LG가 자체 공장에서는 수익이 맞지 않자 사출물량을 주는 대가로 하청업체에 일을 내맡긴 것이다. 그 결과 최소한의 수지균형을 맞추기 위한 장시간, 고강도 노동은 일상이 됐다. 노동강도는 매년 반제품 납품단가가 인하되는 것에 반비례해서 강화됐고 고강도 장시간 노동을 유지하기 위한 폭력적 노무관리도 심화돼 갔다. 견디다 못한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안타까운 것은 폭력적 노무관리로 인한 심리적 상처가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납품단가 인하, 그것이 명목상이든 실질적 인하든 상관없이 재벌사들의 납품단가 통제는 하청노동자들의 인격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본적으로 하청노동자들의 급여수준을 최저임금에 속박시키고,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일상화시키며, 이를 유지하기 위한 폭력적 노무관리가 동반된다. 이 체제에 결박된 노동자들의 삶이 건강할 리 없지 않은가!

▲ 사진 : 뉴시스

3. 재벌대기업의 생산 및 기술 통제와 중소업체의 슬럼화

완성차 대기업이 중소업체의 기술을 탈취하는 것은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품질관리를 이유로 중소업체의 핵심기술을 공유하고 경쟁업체를 만들어 단가 인하를 강요하는 수법은 비일비재하다. 스타트업 업체의 핵심기술만 쏙 빼내고 개발자들은 내팽개치는 경우도 숱하게 많다.

문제는 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뿌리산업에서도 재벌대기업의 기술 및 생산 통제가 갈수록 악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거론한 신영○○○○. 금형개발과 사출성형을 주로 하는 이 회사가 LG와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은 2003년을 전후한 시기다. 이 시기에 매출액이 몇 백억 원 단위에서 천억 원 단위로 급신장하게 된다. 그러나 성장의 뒤편엔 어두운 그림자도 함께 따라갔다. 자체 금형을 개발하는 능력이 뛰어났던 신영○○○○는 LG가 제공하는 금형만 사용해야 했다. 당연히 회사 금형개발부문 축소가 불가피했다. 2010년을 전후한 시기에 이 회사의 경영진은 LG모바일하고만 거래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경쟁사인 삼성모바일과의 거래를 타진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게 된 LG에서 거래중단 등을 협박하면서 자사의 물량만 생산할 것을 강요했다. 결국 당시 경영진은 모두 물러났고, 회사는 생산과 기술에서 LG에 완전히 종속돼 버렸다.

문제는 2017년부터였다. LG모바일사업이 대폭 축소되고, 제품 정책도 풀메탈로 방향이 잡히면서 사출성형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다. 반제품 조립라인도 LG의 인소싱 정책에 따라 물량이 아예 없어지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대규모 인원정리로 귀결되며, 2017년부터 시행된 세 차례에 걸친 희망퇴직에 100명 이상이 회사를 떠났다. 지금도 회사는 일방적인 정리해고를 예고하고 있다. 한참 물량이 많을 때 직원(간접고용 포함)은 500명을 상회했다. 정리해고를 앞 둔 2018년 6월26일 현재 직원 수는 180명이다.

재벌대기업의 생산과 기술 통제가 뿌리산업 부문에서 기술력 있는 중견업체 하나를 날려버린 것이다. 이 회사는 서울의 비싼 땅(산업단지 외곽에 위치함)에 건물이 4동이나 있었다. 지금 3동은 가동은 멈췄고, 출퇴근하는 노동자들의 얼굴은 황량하기만 하다.

4. 금속산별 임금체계 마련을 위한 투쟁

정부는 ‘소득주도’ 경제성장정책을 들고 나오면서 최저임금 대폭인상 및 1만원 달성을 공언했다.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돼야 한다는 것에 반대할 노동자들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과 공약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거치면서 희대의 대국민 사기극이 돼버렸다. 조삼모사도 이렇게 뻔뻔한 조삼모사가 있을 수 없다.

최저임금 대폭인상만으로 소득주도 경제성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면 이는 한국자본주의의 성격과 구조에 대해 지극히 안이하게 인식한 결과다. 이미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소득분배구조, 재벌중심의 약탈적 원하청구조, 이익의 재벌독점체제를 총체적으로 손보지 않고서 ‘노동존중’사회는 불가능하다. 밑도 끝도 없는 혁신경제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이미 박근혜의 창조경제에서 충분히 겪었다) 기초가 튼튼하고 갑질 없는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한 대책을 숙고해야 한다. 원하청업체 간 불공정과 갑질, 자본과 노동 사이의 불공정과 갑질을 뜯어고치는 것과 최저임금 인상이 함께 가야한다.

금속노조는 ‘산별교섭 법제화’를 이미 오래전부터 주장해 왔으며, 올해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실현에 첫 발을 떼기 위한 ‘금속산업 노사공동위원회 구성’을 핵심 요구로 임단투를 진행하고 있다. 다단계하청구조에서 피해자는 원하청 노동자들이다. 원청노동자들에게 하청노동자의 존재는 임금인상 억제와 사회적 고립을 의미한다. 따라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입각해 금속산업 임금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원하청 노동자 모두에게 필수적인 과제다. 그리고 이 요구를 실현하는 데에 핵심 과제는 재벌독식구조, 약탈적 원하청구조를 혁파하는 것이다.

서다윗 금속노조 서울남부지회 수석부지회장  minplus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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