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나우코리아 국제
[번역]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죽음(Liberal World Order, R.I.P.)>자유주의 세계질서가 그 창시자인 미국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 번역 : 유원석 민플러스 국제팀
  • 승인 2018.06.09 16:16
  • 댓글 0

지난 3월21일 미 외교협회(CFR)의 리차드 하스(Richard N. Haass) 회장은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죽음(The Liberal World Order R.I.P.)>이란 제목의 글을 발표해 세계적 이목을 끌었다. 주지하듯 미 외교협회는 1921년 창립된 이래 전후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세계질서’ 형성과 미국 대외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온 록펠러계의 대표적 싱크탱크다.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죽음>은 미국을 지배해온 대표적 주류세력이 전후 70년이 흐른 지금 처음으로 자신들이 만들고 주도해온 미국 패권질서의 조종(弔鐘)을 울리는 비문(悲文)이다. 오늘날의 미국을 전혀 로마답지 않았던 신성로마제국에 빗대어 쇠퇴해가는 미국으로 규정한 이 글은 미국의 힘이 빠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발흥하는 새로운 지역질서를 미국이 통제할 수 없음과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가 오히려 이런 ‘자유주의 세계질서’ 약화를 주도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것은 새로이 등장할 세계질서가 지금까지 우리가 익숙하게 여겨왔던 미국 중심의 패권적 세계질서가 아닌 새로운 다극화 질서가 될 것임을 예고한다.

글에선 충분히 반박할 만한 여러 사례들이 제시된다. 포퓰리즘(populism)의 부상을 “소득 침체와 일자리 손실에 대한 반응”이라며 제한적으로 바라보고, 러시아가 유럽의 국경을 바꾸기 위해 무력을 행사하고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거나,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등의 주장은 저자의 편향된 시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은 “‘미국 우선주의’와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관된 ‘미국 우선주의 노선’은 사실상 미국의 패권질서를 포기하는 전략임을 밝히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전후 미국의 정치, 경제를 떠받쳐온 주류세력이 트럼프 정부의 정책과 노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밝힌 최초의 보고서라고 하겠다. 그런 결과 세계는 ‘덜 자유롭고, 덜 번영하며, 덜 평화롭게 될 것’이라는 저자의 강변은, 무너지고 있는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미국 주류세력의 불안감의 표현이자 향수라고 하겠다. 반면 우리는 이른바 ‘자유주의 질서’란 이름 아래서 끊임없는 전쟁과 살상, 기아와 빈곤, 억압과 압박이 자행돼 왔음을 기억하고 있다. 자유주의 질서 아래서 세계는 더욱더 극단적으로 양극화가 됐다. 오히려 미국 주도의 패권질서가 무너진 이후 세계는 솥발의 형세처럼 상호간의 균형과 견제로 더 평화롭게 번영할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온 북미정상회담은 이런 세계사적 전환을 배경으로 한다. 이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은 새로운 세계질서를 내오는 거대한 추동력이 될 것이다.[역자주]

※ 포퓰리즘(populism) : 인민주의, 대중주의, 대중추수주의 등으로 번역되나 여기선 영어발음 그대로 표기한다. 그리고 아래 글의 괄호( )들은 영문표기 또는 편집자주. 이탤릭체 부분은 필자가 원래 검은색 바탕으로 강조한 단락들.

거의 1000년이 흐른 뒤 프랑스 철학자이자 작가인 볼테르(Voltaire)가 빈정거린, 쇠퇴하는 신성로마제국은 거룩한(holy) 것도 아니고, 로마(Roman)도 아니고, 제국(Empire)도 아니었다. 오늘날 약 2500년이 지나서 볼테르의 말을 다른 말로 바꾸어 표현하면, 쇠퇴해가는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자유주의도 아니고 세계적이지도 않으며 질서도 없다는 것이다.

영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주의 세계 질서를 확립했다. 그 목표는 30년 동안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킨 상황을 다시는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민주 국가들은 국가의 자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존중과 법치의 원칙에 기초한다는 의미에서 자유주의적인 국제체제를 만들었다. 인권은 보호돼야 했다. 이 모든 것은 지구 전체에 적용돼야 했다. 동시에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평화와, 경제개발, 그리고 무역 및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기구들이 설립되었다.(국제연합(UN), 세계은행(World Bank), 국제통화기금(IMF), 그리고 국제무역기구(WTO)의 전신 등)

이 모든 것은 미국의 경제 및 군사력,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 네트워크, 그리고 핵무기들에 의해 뒷받침됐으며 (이에 대한)공격을 저지하는 역할을 했다. 따라서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민주주의가 갖는 이상뿐만 아니라 군사력, 경제력 등의 강력한 힘에 기반한 것이었다. 이들 중 어떤 것도 단연코 반자유주의적인 소비에트연방에 의해 상실된 것은 아니었다. 소련은, 유럽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을 아우르는 질서를 형성한 데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을 갖고 있었다.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냉전종식과 소비에트연방의 붕괴로 과거 어느 때보다 강건해 보였다. 그러나 오늘날, 25년이 지나서, 그 미래는 의심스럽다. 실제로 자유주의와 보편성, 그리고 질서 그 자체의 보존이라는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세 가지 구성요소가 70년 역사에서 이처럼 어려움에 직면한 적은 없었다.

자유주의가 후퇴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점점 커지는 포퓰리즘(populism)의 영향을 받고 있다. 정치적 극단주의 정당들은 유럽에서 기반을 확보해 왔다.

영국에서 유럽연합(EU) 탈퇴를 지지하는 투표는 엘리트 집단의 영향력 상실을 입증했다. 심지어 미국에서조차 다름 아닌 미국 대통령이 언론매체, 법원 및 법 집행기관에 대해 전례 없는 공격을 가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 터키를 포함한, 권위주의 체제는 최고 수준으로 강화됐다. 헝가리와 폴란드 같은 나라들은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그들의 민주주의 운명에 무관심한 것처럼 보인다.

그 세상(자유주의 세계질서)이 마치 전체인 것처럼 말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는 지역 질서의 출현을 보고 있다. 즉 중동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있는, 각각 자신만의 특징을 가진 무질서의 출현을 보고 있다. 글로벌(global) 체제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실패하고 있다. 보호주의가 부상하고 있다. 최근 일련의 세계무역협상들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사이버 공간의 사용을 규제하는 규칙은 거의 없다.

동시에 거대한 힘의 대결이 재발하고 있다. 러시아는 유럽의 국경을 바꾸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면서 국제관계의 가장 기본적인 규범을 위반했으며, 2016년 (대통령)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미국의 주권을 침해했다. 북한(조선)은 핵무기 비확산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한 합의를 비웃었다. 세계는 시리아와 예멘에서 인도주의적 악몽을 겪고 있는 상황을 방관하는 한편,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 유엔이나 그 밖의 곳에서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파산한 국가다. 오늘날 세계의 100명 중 1명이 난민이거나 실향민이다.

이 모든 일이 왜, 지금 일어나는지와 관련해선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부분적으로 포률리즘의 부상은 소득 침체와 일자리 손실에 대한 반응인데, 이는 대체로 새로운 기술에 기인한 것이지만, 크게는 수입과 이민자들로 인한 것이다. 민족주의(nationalism)는 지도자가 자신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특히 어려운 정치, 경제적 여건 속에서 점점 더 많이 사용되는 도구이다. 그리고 세계기구들은 새로운 권력 균형과 기술에 적응하지 못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8일 미국의 이란핵합의(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JCPOA 탈퇴를 선언하는 각서에 서명한 뒤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 : 뉴시스]

그러나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약화는 무엇보다도 미국의 변화된 태도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 (정부)아래서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가입을 반대하고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이란과의 핵협정을 파기하겠다고 위협했다(미국은 지난 5월8일 이란핵협정을 파기했다. 이글은 그 두 달 전인 3월에 쓰였다). 국가안보라는 정당성에 기대어 일방적으로 부과한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는 세계를 무역전쟁의 위험에 처하게 했다. 이것은 NATO와 다른 동맹에 대한 미국의 약속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미국은 민주주의나 인권에 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나의 요지는 미국만 지목해서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유럽연합,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을 포함한 오늘날의 다른 강대국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 또는 하지 않는 일, 또는 그 두 가지 모두에 대해 비판받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단순히 다른 나라가 아니다. 미국은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주된 설계자이자 주된 수호자였다. 또한 으뜸가는 수혜자였다.

따라서 미국이 70년 이상 수행해왔던 역할을 포기한다는 결정은 하나의 전환점이다.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그 자체로는 생존할 수 없다. 왜냐하면 미국 이외의 국가들은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이해관계나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결과는 미국과 다른 국가들 모두에게 덜 자유롭고, 덜 번영하며, 덜 평화로운 세계가 될 것이다.

번역 : 유원석 민플러스 국제팀  webmaster@minplus.or.kr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번역 : 유원석 민플러스 국제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