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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먼저라더니” 최임삭감법 국무회의 통과이상헌 박사,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뒷받침 ‘KDI 보고서’ 정면반박

최저임금 당사자인 저임금 노동자는 물론, 각계각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최저임금삭감법’이 결국 5일 국무회의에서도 통과됐다. 이날 의결된 법률공포안은 대통령 재가를 거쳐 관보에 게재된다.

“사람이 먼저라더니 그 사람이 나는 아닌가보네”

“이거 통과 되면 실제로 10년은 동결이라고 봐야한다. 살맛 나겠나?”
“당신네들부터 적용해라. 그럼 내가 당장이라도 당신들 편 들어줄라니까.”
“사람이 먼저라더니 그 사람이 나는 아닌가보네.”

정기상여금 25% 초과분과 복리후생비 7% 초과분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사회관계소통망(SNS) 등에 올라온 반응들이다.

▲ 사진 : 뉴시스

지난달 30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개정안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반대한다’는 응답이 46.3%(찬성 39.5%)였다.

민주노총 조사결과는 더했다. 나흘만에 반대 여론이 급증했다. 지난 3일 (주)서던포스트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조사결과를 보면 국민 3분의2가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반대했다. ▲개정안 반대 66.9%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임금인상 기대하기 어렵다 67.7%, 그리고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노동조합이나 노동자 과반의 ‘동의’가 아닌 ‘의견 청취’만으로 변경이 가능하게 한 법안 반대가 72.6%였다.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응답도 45.4%로 집계돼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29.3%보다 16%p이상 높게 나타났다.

최저임금 속도조절론·KDI 보고서 반박

노동계의 반발과 높은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위해 산입범위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개정안을 밀어붙인데 이어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3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최저임금 인상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언급한데 이어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제기했다.

KDI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위해 최저임금을 연 15%씩 올리면 그로 인해 2년간 24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소득증가 효과보다 고용감소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것. 이에 발맞춰 언론도 “KDI의 조언을 새겨들어야 한다”고 야단이다.

그러나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 이상헌 박사는 KDI 보고서를 정면 반박했다. 2000년부터 ILO에서 노동시간과 임금, 노동시장 정책 등을 연구해온 이 박사는 “KDI 보고서가 외국에서 ‘수입된’ 추정치를 기초로 한국의 최저임금에 대해 논평했고, 외국 정책 사례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먼저, KDI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감소의 근거로 제시한 미국의 추정치에 문제를 제기했다. “고용 0.15% 감소는 대부분 1970~1980년대 자료이고 그 이후 추정치는 0에 가까워 전체적 고용감소 효과가 없는데도 오래된 데이터를 사용한 것은 부정적 효과를 전제하고 분석했다는 느낌을 준다”고 꼬집었다.

또 “KDI 연구는 복수의 출처에서 나온 ‘평균적’ 추정치를 사용한 미국과 달리, 단 한가지 헝가리 연구만 인용했고, 이것이 유일한 실증적 근거가 됐다”면서 KDI가 근거로 삼은 헝가리 사례 적용을 비판했다. 그는 “최저임금 속도가 빨리 올랐다는 이유로 헝가리를 살폈지만 사실상 최저임금의 상대수준이 현재 한국수준과 비슷한 영국의 탄력성은 사용하지 않았다. 영국에서는 최저임금의 고용감소 효과가 생겨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사진 : 뉴시스

프랑스 사례 역시 정확하지 않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2000년대의 최저임금 인상은 프랑스가 35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불가피하게 시간당 임금을 조정하면서 생긴 일이지 너무 급작스레 최저임금을 올려서 생긴 부작용 탓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남의 나라의 추정치를 가져다 분석해 볼 수는 있지만, 그걸 근거로 자기 나라의 최저임금 효과를 예상하고 공개적으로 대서특필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연구기관은 통계와 자료를 잘 챙겨서 토론의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탄탄한 분석 없이, 토론에 불기운만 보태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속도조절론 입장에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도 “지금은 그런 말할 때가 아니다”, “정확한 자료로 없이 속도조절론 발언은 적절치 않다”라고 제동을 거는 등 청와대 내부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헌법소원 등 강력한 대정부투쟁 나설 것”

문재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이어오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개정안 의결에 강력히 반발하며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국무회의 의결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문 대통령이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인 ‘거부권 행사’ 요구를 거부했다. 최저임금 강탈법 의결로 문재인 정권은 촛불정부가 아니라 촛불을 질식시키는 정권을 자초했다”고 분노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삭감법 폐기 투쟁은 이제 시작, 분노는 청와대를 향할 것”이라며, 오는 9일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정부 규탄, 최저임금 삭감법 폐기 결의대회’를 열고 30일에는 10만 명이 참가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어 현 정부를 규탄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또 “헌법상 평등원칙, 정당한 법률에 의한 최저임금 시행원칙, 근로조건 규정에 관한 민주주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개악법안에 대한 헌법소원 등 법률적 대응도 병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노총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앞두고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긴급 결의대회를 열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정책연대 파트너인 한국노총을 철저히 배제하고 무시한 데 대한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며 “개악법의 폐기와 새로운 합리적 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정책연대 파기는 물론 개악 주범 심판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혜정 기자  jhllk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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