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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적대행위 중단없이 대화와 평화를 말하지 말라
▲ 미국의 전략 폭격기 B-52H가 지난 1월16일(현지시간) 괌 앤더슨 공군 기지에 착륙하고 있다.[(사진출처: 미 공군 홈페이지) 2018.01.17. 뉴시스]

좋게 발전하던 한반도 정세 흐름에 급제동이 걸리며 중대한 국면을 맞고 있다. 북한(조선)은 한미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 강행 등을 이유로 지난 16일 이날로 예정되어 있던 남북고위급회담의 ‘무기한 연기’를 선언했다. 이어서 17일에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북남 고위급 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 앉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동시에 북미정상회담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점이다. 같은 날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를 통해 “일방적인 핵 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다가오는 조미 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가 조미 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성을 가지고 조미 수뇌회담에 나오는 경우 우리의 응당한 호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대화의 문을 열어 놓았지만 회담을 안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엄중하고 근본적인 문제 제기’로 보아야 할 것이다.

순항하던 남북, 북미관계가 난기류에 휩싸인 원인은 무엇인가? 이점을 알기 위해서는 김계관 제1부상의 담화에 담긴 북한(조선)의 메시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북한(조선)의 대미메시지의 첫 번째는 북미정상회담의 초점은 오랜 북미(조미)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6월 12일 싱가포르 개최로 북미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확정되었다는 것은 트럼프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대북적대시정책을 폐기하고 관계정상화를 하자는 김정은위원장의 제안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품페이오국무장관의 2차 평양방문 직후인 지난 5월 12일 북한(조선)이 북부핵시험장(풍계리 핵실험장)을 오는 23~25일 사이에 국제기자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폐기한다고 발표한 것이나 억류미국인을 전격 석방한 것도 성공적인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전향적 조치로 볼 것이다.
그런데 그 이후 미국이 보인 태도는 과연 정상회담을 할 생각이 있는 것인지 의심할만한 도발과 망발의 연속이었다.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 사이에서는 ‘선 핵포기, 후 보상에 따른 리비아 방식’,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가 아닌 PVID(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핵과 미사일만이 아닌 생화학 무기의 완전 폐기’, ‘ICBM 완전 폐기’, 심지어 ‘핵포기 시 경제적 보상 제공’, ‘북 인권문제의 의제화’까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김계관 제1부상의 표현을 빌리자면 “대화상대방을 심히 자극하는 망발들이 마구 튀어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른 바 ‘리비아식 해법’은 핵문제의 평화적 해법이 아니다. 트럼프가 인정한 것처럼 제국주의의 전형적인 ‘불량정권제거’ 공작이다. 핵무력완성 이전에도 이를 거부했던 북한(조선)이 핵무력이 완성된 오늘 이를 수용할 리가 없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북한(조선)은 북미협상을 핵개발단계의 국가와 핵보유국간의 핵포기-보상협상이 아니라 핵보유국간의 평화공존을 위한 협상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것이 김계관 담화가 담고 있는 북한(조선)의 대미메시지의 두 번째다.
‘김계관 담화’에서 “미국이 우리가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보상과 혜택을 주겠다고 떠들고 있는데” “전 행정부들과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의 핵이 아직 개발단계에 있을 때 이전 행정부들이 써먹던 케케묵은 대조선 정책안을 그대로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것은 유치한 희극이 아닐 수 없다.”며 핵포기 대 경제보상안을 단호히 거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계관 담화’에 담긴 세 번째 메시지는 “우리는 이미 조선반도 비핵화 용의를 표명하였고 이를 위하여서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공갈을 끝장내는 것이 그 선결 조건으로 된다”는 문장에 담겨 있다. ‘선결조건’으로 표현한 것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과 핵위협이 끝장나지 않는 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 말은 굳이 메시지라고 해석할 필요도 없이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다.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상대방이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데 먼저 총을 내려놓을 바보는 없다. 그러므로 한반도비핵화(북의 핵폐기와 미국의 핵위협제거)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의 폐기, 북미관계정상화는 행동대 행동의 원칙아래 동시적, 단계적으로 이행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상식에 가깝다.

‘김계관 담화’에 담긴 네 번째 메시지는 트럼프대통령에게 ‘볼튼’으로 대표되는 대북강경세력과 단호히 선을 그으라는 것이다.
사실 트럼프가 대표적인 ‘대북강경론자’로 알려진 ‘볼튼’을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안보보좌관에 앉힌 것은 트럼프가 처해 있는 정치적 위기와 관련되어 있다. 탄핵의 위기에까지 몰린 트럼프로서는 북미협상의 결과를 자기의 대북압박의 성과로 포장할 필요와 함께 북미사이 타협적 협상 결과에 따른 미국내 대북강경세력의 반발을 제어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진행되는 양상은 자칫 들러리가 결혼 자체를 망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하기에 ‘김계관 담화’는 트럼프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하고 있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자들의 전철을 답습한다면 이전 대통령들이 이룩하지 못한 최상의 성과물을 내려던 초심과는 정반대로 역대 대통령들보다 더 무참하게 실패한 대통령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제 ‘세기적 담판’이라 불리는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 개최여부는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다. 트럼프대통령도 ‘리비아식해법’은 아니라며 서둘러 진화해 나서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트럼프식’이니 뭐니 하는 작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핵위협과 적대정책폐기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적대행위를 실질적으로 중단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한미합동군사훈련이다. 한미양국은 ‘통상적인 방어훈련’이라고 말하지만 북한(조선)지도부를 겨냥한 F-22 스텔스전폭기까지 대규모로 참가하는 군사훈련을 방어훈련이라고 하면 방어훈련이 아닌 훈련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문재인정부 표현대로 역지사지 해보면, 북한(조선)의 반발이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을 것이다.

그런데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키리졸브훈련을 양해한다고 했던 북한(조선)이 맥스선더 훈련강행에 대해서는 왜 고위급회담을 무기연기하는 조치까지 취했는지 그 이유를 깊이 헤아려보아야 한다.
잘 아는 것처럼 북한이 판문점회담을 앞두고 열린 키리졸브 한미합동훈련을 양해한 것은 북미정세가 심히 경색된 상황에서 남측정부가 이를 중단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직접대화가 충분히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개선을 선행하고 북미정상회담도 문재인대통령을 통해서 제안한 것도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데서 남북이 힘을 합쳐 나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그 후 전민족적인 지지와 온 세계인의 관심속에 역사적인 판문점선언이 있었다.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가히 전폭적이다. 북미사이에도 오랜 적대관계를 끝내고 관계정상화를 위한 ‘세기적인 회담’을 앞두고 있는 마당이다. 더욱이 북한(조선)은 핵실험장폐쇄와 억류미국인석방 등 전향적인 조치까지 취했다. 그런데도 문재인정부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할 수 없었는가? 적어도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중단하자고 미국에 요구할 할 수는 없었는가?
지금의 정세가 우리민족에게 다시 올 수 없는 기회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미국이야 자기의 이익에 따라, 또는 트럼프정권의 정치적 처지에 따라 협상에 나서기도 하고 판을 깰 수도 있다. 그러나 남과 북은 다시 올 수 없는 이 기회를 반드시 살려 평화와 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야 할 숭고한 책무가 있다.
한반도의 정세는 남과 북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이것이 남북정상회담을 북미정상회담전에 열린 이유이며, 판문점선언에 담긴 정신이다. 그 첫걸음은 외세의 손을 잡고 동족을 압박하는 적대행위를 중단하는 것이다. 이를 실천하지 못하면 남북관계도 북미관계도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수 없다.
문재인정부는 시대의 흐름을 믿고, 국민의 힘을 믿고 당당히 선언하라. 이제 동족을 상대로 외국군대와 합동으로 군사훈련하는 일은 영원히 중단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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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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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도현 2018-05-18 21:27:32

    오르신 말씀.. 그런데 문정부가 이것을 할 정도면 판을 이렇게 만들지 않았죠. 그러니 현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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