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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쟁 – 소득주도는 실종되고 비용문제만 남아최저임금쟁점(1)
▲ 민주노총 지도부를 비롯한 가맹산하 대표자 등이 15일 국회를 향해 "최저임금 개악 일방 강행처리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 : 노동과 세계 제공]

결국 최저임금 문제로 민주노총이 거리투쟁에 나섰다.
지난 3월6일 최저임금위원회 소위원회 결렬 이후 국회가 법안처리 일정에 돌입하자 민주노총이 "최저임금법안 일방 강행처리를 즉각 중단하라"며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투쟁에 들어갔다.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으로 기업의 비용부담이 급증하는 조건에서 정기 상여금 정도는 최저임금에 산입할 필요가 있는데 민주노총이 몽니를 부리는 것일까? 아니면 더 깊은 고민이 있는 것일까?

최저임금문제는 촛불항쟁 이후 한국사회 개혁에서 핵심과제이며, 문재인 정부의 공약 중 공약이다. 실제로 최저임금 1만원 시대로 제대로 진입하면 한국사회는 여러 면에서 혁신적 변화가 발생할 것이다. 최저임금 향상이 재벌만 살찌우는 한국경제시스템을 '소득주도성장'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은 단순히 최저임금 1만원 인상정책만 추진한다고 해서 달성되지는 않는다. 재벌갑질, 원하청 단가문제, 재벌의 골목상권 진입문제, 임대료 수수료 문제 등을 해결하지 않고 최저임금 1만원 시대는 불가능하다. 노동시간단축정책 역시 최저임금 인상과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 최저임금 인상 없이 노동시간만 단축하면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니라 ‘저녁밥이 없는 삶’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는 최저임금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노동조합으로 결집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최저임금 1만원을 쟁취하고 지키기 위한 투쟁 속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각성되고 조직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둘러싼 논쟁과 그 처리방식을 보면, 최저임금 1만원 정책이 소득주도 경제시스템을 핵심으로 하는 한국사회 혁신전략으로 밀고 나가기보다는 당장의 비용문제에 매몰되고 있다는 우려가 든다.

조삼모사 꼼수

2018년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올랐지만, 실제 매월 받는 월급은 2017년과 다를 바 없는 경우가 많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아래 표에서 보는 것처럼, 사업주가 1년에 150%씩 4번 주던 상여금 400%를 없애거나 축소해서, 월별로 나누어 기본급에 산입하는 방법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1년 임금은 결국 2,400만원으로 똑같다. 위에 있는 표는 상여금 전액을 기본급으로 산입한 경우이고, 밑에 있는 표는 상여금 일부를 기본급으로 산입한 경우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아마 2019년 산입하려고 남겨두었을 것이다.

또, 다음의 표처럼 식대, 교통비, 기숙사비, 가족수당, 학비보조와 같은 각종 복지수당을 기본급에 산입해 최저임금을 맞추는 경우도 있다.

사용주는 임금명목만 바꾸어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임금비용을 추가할 필요가 전혀 없다. 이렇게 기업하기 좋은 세상이 어디 있을까. 급여명세서 항목 한두 개만 바꾸면 월급 한 푼 올리지 않고도 최저임금 위반을 벗어날 수 있는데.

꼼수 좋아하면 불법이 된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위와 같은 꼼수가 불법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선 기존 상여금을 월단위로 나누어 기본급 명목으로 지급하더라도 산정기간이 월단위가 아니라 분기별 또는 년단위라면 불법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저임금 노동자에게 주는 최저임금은 최소한 월단위로 계산해야 한다. 최저임금 노동자가 한 달 넘는 생활계획을 세우기도 힘들고, 한 달 후에 그 회사를 다니고 있을 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년에 4번 400%를 주던 상여금을 월별로 쪼개서 주기로는 했는데, 계산방식은 여전히 년단위로 하고 있는 사용자는 불법에 걸린다. 노동문제에 무지몽매하거나 친기업 노무사에게 컨설팅 받을 기회가 없는 사용자들이라고 봐야 한다.

또 하나 최저임금은 ‘현금으로 주어야 할 임금’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생활보조나 복지혜택을 위해서 주었던 각종 수당은 최저임금에 포함시킬 수 없다. 예를 들어 식대, 교통비, 학비보조, 기숙사비, 가족수당과 같은 항목들이다. 위의 표에서 처럼 직접임금이 아닌 식대를 기본급이라고 이름만 바꾸어 단다고 해서 최저임금 위반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불법으로 걸릴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중대한 절차상 문제가 있다.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전환하면 실질임금인상효과가 없고, 기존에 받던 상여금만 없어지게 되는데 노동자 입장에서는 명백한 불이익에 해당한다. 각종 생활보조, 복지혜택을 위한 수당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불이익은 사실상 임금삭감에 해당하기 때문에 노동자가 감수하고 동의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법적으로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서 중 어느 한 가지라도 노동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 없다는 불법이고 무효다.

불법을 합법으로 만들어 달라?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경우에는 저항력이 약하니 회사의 꼼수나 강요가 통한다.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고용노동부 감시나 단속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주노총과 민중당, 정의당 등 진보정당에서는 눈에 불을 켜고 상담과 제보,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요즘 SNS를 통해서 유명해진 직장갑질 119에 신고나 제보가 들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가 가장 곤란하다. 지금도 많은 노동조합은 조직적으로 불법을 바로 잡기 위해서 사용자에게 항의하고 투쟁하고 있다. 사실상 이들 노동조합이 600만 최저임금 노동자들을 대신해 자본진영과 대리전을 치르는 형국이다.

이런 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자본진영은 일치단결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를 들고 나왔다. 여기에 자유한국당, 수구언론이 거들고 나섰다. 아예 법을 바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늘려서 불법을 합법으로 만들자고 주장한다. 이젠 정부여당이 앞장서고 있는 형국이다.
원래 최저임금제도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쟁점이 아니었다. 그 동안 최저임금을 많이 안올리고도 노동자를 부려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촛불항쟁이 일어나고 너나없이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임금비용을 추가 지불하지 않고 그 동안 주던 상여금과 수당들을 최저임금에 산입해서 최저임금 위반을 벗어나면 좋겠는데, 이것이 불법 탈법이 된다. 자본진영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가 마치 반드시 다루어야 할 중요한 쟁점인 것처럼 소동을 피우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 최저임금 개악을 규탄하는 투쟁이 전국적으로 민주당사와 환노위 국회의원실 앞에서 벌어졌다.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부산지역본부, 서울집회에 참석한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세스코지부 이정호 지부장(왼쪽)과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롯데마트지부 이현숙 사무국장, 국회앞에서 농성중인 민주노총 지도부, 전북지역본부 [사진 : 노동과 세계 제공]

저임금 장시간 노동체제를 유지해온 자본의 자업자득

저임금 장시간노동체제는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최저임금인상은 1만원 시대로 가기도 전에, 2018년 7,530원 인상만으로도 저임금 장시간노동체제를 유지해온 기형적 임금구조의 뇌관을 건드렸다.
한국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2016년)은 206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멕시코에 이어 2번째로 길다. 한국 노동자는 OECD 평균보다 38일 더 일한다. 한 달이 넘는다. 독일과 비교하면 독일노동자보다 넉달 더 많이 일하고 임금은 70%밖에 받지 못한다. 일본노동자보다는 49일을 더 일하고도 임금은 3/4밖에 받지 못한다.

이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자본은 기본급을 낮추고 각종 수당을 만들어 냈다. 연봉이 높다는 현대자동차의 경우 수당항목이 120개에 달했다. 자기가 무슨 수당을 받는 지 기억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임금구조에서는 노동자들이 잔업특근을 하지 않으면 생활이 유지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연봉이 5천만원이 넘어도 최저임금에 위반”되는 어이없는 일들이 발생한다. 누굴 탓하랴. 임금은 덜 주고 더 많은 시간 일을 시켜 착취율을 극대화하려는 자본 스스로가 만들어낸 결과인 것을. 자업자득이다.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이율배반

상여금이나 각종 수당으로 저임금장시간 노동체제를 유지해온 자본이 심각한 딜레마에 빠진 것은 사실 최저임금에 앞서 통상임금에서 터졌다. 노동자들이 그 동안 잔업특근을 할 경우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수당을 받아왔는데, 이 통상임금에서 상여금은 제외시켜왔다. 임금으로 주어야 할 상여금을 회사에서 선심이나 쓰듯이 상여금 명목으로 준 것이니 기분 나빠해야 하는 건 오히려 노동자다.
뒤늦게나마 노동자들이 '상여금이 통상임금이 아닌가' 하면서 사용자들이 떼먹은 체불임금을 내놓으라고 각종 소송에 들어갔다. 그 규모가 적지 않아 대법원은 통상임금이 정기성, 고정성, 일률성을 지녀야 한다는 어려운 해석을 내려놓고는 지금까지도 시원한 판결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서 일주일이 5일이냐, 7일이냐는 해석을 놓고서도 마찬가지 일이 벌어진 바 있다.

통상임금과 최저임금이 만나면 어이없는 코미디극이 펼쳐진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들은 '상여금을 최저임금에는 산입하되, 통상임금은 아니'라고 강변한다. 상여금이 최저임금에 산입되면 당연히 통상임금에 산입되는 것인데, 소송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상여금을 지금 소송 중인 통상임금에는 넣기 싫고, 최저임금에는 넣고 싶다보니, 한 입으로 두 말을 하고 있다. 그러나 본질은 하나다. 한 푼이라도 임금을 깎아야 한다는 것, 절대로 임금비용을 추가로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 지역별로 민주당사와 환노위 국회의원실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광주본부, 대구경북본부, 울산본부, 대전본부 [사진 : 노동과 세계 캡처 재구성]

정규직 임금체계를 자본주도로 개편하려는 성동격서

경총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비정규직보다 정규직 임금이 더 많이 올라 노동내 임금격차가 더 벌어지고, 단기근속자 임금이 장기근속자 임금보다 더 오르게 되는 불합리한 일이 벌어지니, 상여금과 각종 복지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하자고 주장한다.
그런데 노사정 공히 최저임금 대상자들이 상여금이나 각종 복지수당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때문에 상여금이나 복지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녹여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정반대로, 상여금과 복지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럼 뭔가. 최저임금 산입의 목적은 실제로 정규직 임금을 겨냥한 것이었다. 최저임금 대상자들을 위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정규직 임금비용을 줄이고 임금체계를 개편해보자는 전형적인 성동격서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푸는 게 순리인가? 진작부터 정규직들에게 최저임금을 주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이므로, 귀책사유는 지불능력이 있으면서도 최저임금을 주지 않았던 사용자측에 있다. 사용자들이 정규직 최저임금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론전을 전개해 법을 바꾸자고 할 것이 아니라 실질임금이 최저임금 이상이 되는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산별교섭차원에서 해결하자고 제안하는 것이 도리이다. 저임금장시간 노동체제를 유지해왔던 상여금, 복지수당을 기본급에 산입하는 안을 낼 정도면 최저임금을 정상적으로 올리면서도 다른 방법으로 왜곡된 임금체계를 바로잡는 안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정규직 노동조합에서는 의외로 왜곡된 임금체계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측면에서 일리가 있다면서 이에 동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잘 보아야 한다. 정규직 사업장에서 그런 움직임을 보이면, 노동조합도 없는 최저임금 당사자들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받고 있는 상여금이나 각종 수당은 일거에 무력화된다는 점을 경각심있게 보아야 한다.

물론 이 문제는 일률적으로 풀 수는 없다. 그러나 원칙은 분명해야 한다.
정규직 사업장에서 노사가 왜곡된 임금체계를 바로 잡는 단체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법을 건드릴 경우 실제 최저임금 당사자들에게 피해가 올 수 있다. 이남신 비정규센터 소장 등 대다수 전문가들은 "법적으로 상여금이나 복지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시키는 문제는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리고 최저임금이 안착된 이후에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한다. 지금은 최저임금 인상효과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입법시도, 노사정 합의를 강요하는 시도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김장호 기자  jangkim21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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