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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사고 졸업생 “승선실습, 하루 10시간 일하고 월 43만원”[릴레이 인터뷰] ‘우리도 귀한 자식이에요!’

10개월가량 배를 타고 태평양 건너 미국까지 다녀온 준수씨(가명)는 이미 사회의 부조리한 ‘관행’에 익숙해진 듯한 모습이었다. 준수씨는 부모님의 권유로 OO해사고교를 다니다 졸업한 지 얼마 안 되는 사실상 사회 초년생이다.

고3 때 배를 타고 처음으로 바다 위에서 10개월여 생활하고, 이제 다시 바다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해사고 출신이 겪는 고충을 준수씨를 통해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 우선 배에서 생활이 궁금해요. 10개월이면 긴 기간 바다 위에만 있던 건데, 배타고 있으면 무슨 생각을 주로 해요?

“제가 선택한 길이긴 하지만 보람을 느끼기 힘든 것 같아요. 매일 새로운 일을 하는 게 아니다보니 ‘아 오늘도 또 바다만 보면서 일해야겠구나’ 이런 생각하면서 눈 뜨면 한숨만 나오고…. 페이스북에서 육지 근무하는 친구들 보면 엄청 부러워요. 걔네들은 일 끝나고 놀 시간에 나는 바다 위에서 돈 벌고 있으니까요.

눈 뜨고 배에 하루 종일 있으니 감옥 같아요. 눈에 보이는 건 쇳덩어리로 만들어진 것 밖에 안 보이고…. 캐나다에 정박했을 때가 있었는데, 육지에서 걸어 다니는 사람도 보고, 건물 보고 하니까 엄청 신기했어요. 그리고 바다에서 다른 배만 봐도 이상하게 반갑더라구요. 막 손 흔들고 그래요. 엄청 멀리 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웃음)”

- 왜 인터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나요?

“해사고의 경우 2학년1학기부터 배(승선실습/ 편집자)를 타요. 2학년 때는 6개월 정도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소속 실습선을 타요. 그런데 연수원 실습은 실습생들한테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거 같아요. 배 안에서 기계를 다루는 일이 정말 위험하니까, 교과서나 눈으로 보고 배우는 정도에요. 학교수업 대신 가는 거라서 돈을 받지도 않고요. 그리고 3학년이 되면 해운업계 회사랑 연계돼서 2학기 때(생일이 지나면) 배 타고 나가게 되요.

고등학생 나이가 어리다면 어릴 수도 있는데, 이런 해사고 현장실습생들의 처우가 개선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해운업계가 다른 곳에 비해 실습생 대우가 조금 안 좋거든요.”

-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현장(승선)실습에 가면 도움이 되나요?

“정규과목보다 해사고 특성에 맞게 이론 위주 수업을 주로 하다 보니 (국·영·수 같은 경우는 1학년 때 일주일에 2번 정도 배우고, 그밖엔 이론 위주 수업) 저 같은 경우는 도움이 많이 됐는데 주변 친구들은 도움이 안 된다고 해요. 그런데 그건 기억이 안 나서 도움이 안 된다고 하는 것 같아요.(웃음)”

- 그러면 이론수업 외에도 현장실습 가기 전에 노동법이나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대처방안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나요?

“없었던 걸로 기억해요. 회사에서 오리엔테이션 같은 걸 하는데, 그때는 실습에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고, 우리 회사 배는 어떻다, 조심하고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한 전반적인 얘기를 해줘요. 학교에서는 주로 선배들이 와서 우리 진로에 대해 얘기해주고, 선원이 되면 돈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얘기해줘요.”

- 회사랑 계약할 때 근로계약서에 나와 있는 조항들이 잘 지켜지나요?

“그런 거 썼나? 기억이 잘 안나요. 그냥 엄청 양이 많은 서류를 주면서 사인하라고 했어요. 제대로 읽어보지도 못했죠. 너무 양도 많고, 읽어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도 안 주니까요. 현장실습생은 하루 7시간 일한다고 알고 있긴 한데, 최대로 일할 때는 10시간 이상씩 했어요.”

- 현장실습을 나가선 어떤 일을 했나요?

“발전기, 엔진 정비 등을 했어요. 배 타고 있을 때 기계가 고장 나면 고치고, 전기 다루는 일도 맡아서 했어요.”

- 작업환경은 어땠어요?

“작업할 때 엄청 위험하죠. 기계 고칠 때, 기계 온도가 300도를 넘어요. 너무 뜨거워요.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실습생이 해야만 해요. 왜냐하면 이런 일들을 안 하고 실습 끝나고 취직하면 실습 때 뭐했냐는 얘기를 들으니까, 할 수밖에 없어요.”

- 기계를 다루고, 전기 다루는 일이 실습생에겐 위험할 것 같은데요. 안전장비는 제대로 갖추어져 있어요?

“네, 맞아요. 실습생이 하긴 위험해요. 학교에서는 주로 이론 위주로 교육을 받고 기계를 만지는 일은 별로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안전장비는 제대로 갖춰져 있지만 노후한 경우가 많아요. 안전모는 작업하다 보면 불편해서 잘 안 쓰게 되요. 가끔 점검 나올 때 보여주기식으로 쓰기는 하죠.”

- 혹시 ‘이 일하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이런 생각 들었을 때가 있나요?

“선수(船首) 마스트에 올라가서 작업할 때가 있는데, 이것도 실습생일 때 해요. 저희가 타는 배는 커서 높이가 아파트 3~4층 정도 되요. 그런데 마스트에 올라가면 거의 아파트 6~8층 정도 높이라고 보면 되요. 생명의 위협을 항상 느끼기는 하지만 자주 올라가 작업해서, ‘살면 사는 거고, 죽으면 죽는 거고’ 이렇게 생각해요. 거의 뭐 해탈? 체념의 경지에 올랐죠 뭐.”

- 일을 하면서 겪었던 부당한 경험이 있다면.

“아무래도 장시간 일을 하다보니까 쉬는 시간이 제일 중요했어요. 제 바로 위에 있는 사관님들 경우는 2~30대이고, 고민도 잘 들어주시고,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쉬게 해주려고 하세요. 그런데 어떤 날은 작업이 없어 쉬고 있는데 기관장님께 혼났어요. 일도 안하고 쉬냐고.”

- 배를 탄(승선실습한) 학교 친구들은 어때요?

“욕 먹고 폭력을 당한 애들이 조금 있어요. 다행히 저는 사관님들이 좋으셔서 그런 경우는 없지만요. 친구들 중 절반 정도는 힘들거나, 막상 배를 타고 보니 안 맞는다고 그만두더라고요. 동기인 한 친구도 중간에 외국에 내려서 한국에 돌아왔어요.”

- 식사나 휴게시간 등 복지는 어땠어요?

“배 안에 셰프(주방장)가 따로 있어 아침, 점심, 저녁은 다 챙겨줘요. 쉬는 시간은 많지는 않고, 당직 끝나고 1시간 정도 쉬어요. 그런데 방에서 쉬는 시간은 거의 자는 시간이라고 보면 되요. 그나마도 폭풍우 치는 날이면 잠도 거의 못 자요. 방 안에 짐도 다 쏟아지고….

그리고 저는 멀리 큰 바다를 건넌 적이 있는데, 그 바다 자체가 거칠어 잠도 잘 못자고 그냥 다음날 일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 임금수준은요?

“실습비 30만원에 작업수당은 한 달에 12~13만원이니까 42~43만원 정도였어요. 하루에 평균 10시간이상 일하는데….”

- 그럼 해사고 학생의 경우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일하고 일급이 1만원 정도라는 건데, 그러면 임금문제도 나아지길 바랄 거 같은데….

“저도 그렇지만 친구들도 그 부분은 포기한 지 오래에요. 해운업계에서 몇 십년 전부터 관행으로 해온 거라서 절대 안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 문제제기를 한다고 해도 절대 안 바뀔 걸 너무 잘 아니까요. 그냥 포기에요 포기….”

- 현장실습에서 부당행위를 당해 학교나 교육청 등에 알린 적이 있나요?

“도움을 구하기 위해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이 없었어요. 현장실습 마치고 회사에서 연계가 안 된다고 전화 왔어요. 이유는 회사 사정상이라고 하던데, 진짜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학교에는 회사에서 잘렸다고 얘기도 안했어요. 어차피 말해도 학교가 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서…. 그래서 저 혼자 알아서 직장 찾아보고 주위 사람들한테 도움을 받아 새 직장을 찾았어요.”

- 만약 현장실습 그만두고 다시 학교로 돌아오면 어떤 일이 있나요?

“무조건 버텨야 된다고 압박을 많이 줘요. 그러니까 당연히 중간에 돌아오면 학교에서 안 좋게 봐요. 그리고 거의 방치되다시피 있다가 졸업하죠.”

- 어떻게 보면 현장실습이 첫 사회진출인데 받았던 느낌은요?

“저는 지난 실습 때 윗사람이 괜찮아서 다행이었죠. 그런데 항상 느끼는 건 운이 좋아야겠구나. 특히 사람운이 좋아야겠구나 생각해요.”

- 고 이민호군 사건 이후 정부에서 현장실습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친구들 반응은 어떤가요?

“좀 생각하고 말했으면 해요. 현장실습제도 폐지는 말이 안돼요. 왜냐면 현장에서 실습을 해봐야지 졸업하고 나서 회사랑 연계돼서 일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일도 적응해야 하지만 배도 적응해야 되는데, 현장실습이 폐지되면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게 돼요.

정말이지 현장실습제도 폐지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에요. 학습연계형 현장실습은 더더욱 말이 안 되구요. 직접 일을 해봐야 해요. 그리고 저 같은 해사고 출신들은 특성상 꼭 해봐야 돼요.”

- 그래도 개선점이 있을 거 같은데, 현장실습제도가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실습을 하다가 사고가 나면 실습생이 교육청에다가 직접 보고하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해요. 실제 어디에 얘기해야 하는지 모르기도 하지만, 얘기를 한다고 해도 결국 불이익은 학생들이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어요.

많은 경우 회사가 ‘갑질’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요. 학교도 ‘을’이 되고, 학생은 ‘정’보다 못한 존재? 그런데 교육청은 현장실습생들이 사고가 나도 (사태를)파헤칠 의지도 없고. 회사는 현장실습생을 받으면 정부에서 지원금도 받는데 제대로 된 임금을 주지 않아요. 앞에서 말했지만 하루 평균 10시간 넘게 일했는데 한 달에 30만원 받은 건 말 다 했죠.

그리고 배타는 사람들이 제보해도 언론에서 무시하는 경우도 많아요. 현장실습 도중에 죽었지만 그냥 묻혀버린 경우도 있었어요. 고등학생 현장실습생들 문제는 어떻겠어요? 그래서 요즘엔 언론에 제보도 안하려고 해요.”

- 마무리해야겠네요.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몇 년이 됐든 (현장실습제도가)꼭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배에 고등학생을 태우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해요. 한 번은 OO수산고 학생들이었는데, 나이를 물어보니 고교 1학년이더라고요. 유럽쪽은 나이 어린 선원에게도 임금 제대로 다 주고, 대우가 좋다고 해요.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한 건데도 엄청 부럽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돈, 결과, 두 가지만 중요시하니까 우리한테 “어쩔 수 없다”, “관행적으로 해온 부분이다”라고만 말해요.

제도도 문제지만 고졸과 대졸 차별도 있어요. 우리나라는 해사대학 출신을 선호하는 같아요. 해사대 나오면 좀 더 큰 회사 들어가고, 어느 회사는 해사대생은 좋은 배 태우고, 나머지 배에는 해사고생들 태우고…. 그래서 현장실습 끝나고 대학 가겠다고 하는 친구들도 꽤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 인식이 바뀌었으면 해요. ‘우리 때는 돈 주고 배웠는데 너희는 돈 받고 배우고 있다, 그 정도 돈 받고 일 배우는 것도 감사하게 생각해라’ 이런 인식이요.”

다른 학생보다 일찍 사회에 나온 현장실습생들은 돈,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법을, 순응하는 법을 맨 먼저 배우고 있었다.

어쩌면 준수씨 말대로 청소년들이 처해있는 노동의 사각지대를 걷어내기 위해선 우리 주변에서 노동을 하는 청소년, 현장실습을 나가는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을 바라보는 우리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예진 담쟁이기자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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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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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sang 2018-02-07 23:28:58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어떤 때는 나이가 아직 어려서 안된다고 그러고
    어떤 때는 이정도도 못하냐고 그러고.......
    결국 어른들의 기준이쟌아요.
    청소년 여러분의 기준을 만들어야 합니다.   삭제

    • mo__ong 2018-02-07 17:15:48

      정말 너무합니다. 10시간씩 한달이면 300시간인데 300시간에 30만원이라니... 실습생이라는 이유로 노예처럼 부리는것도아니고. 하루빨리 현장실습하는 특성화고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었으면합니다. 오늘 기사읽고 정말 큰충격받았네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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