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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색깔혁명’ 시도, 더 높아진 중동의 긴장
  • 손정목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18.01.1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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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30일 이란 수도 테헤란시 거리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모습.[사진 : 뉴시스]

시위가 폭동으로

지난달 28일부터 일주일간 이어진 이란 내 반정부 시위와 폭동이 22명의 사망과 1000명 이상이 체포되는 비극적 상황으로 종결되었다. 이번 사태가 세계의 이목을 끈 것은 시위 중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사실보다 살얼음판 같은 긴장된 중동 정세의 중심축인 이란에서 반정부세력이 결집해 폭동 상황을 조성했다는 점이다. 미국을 비롯해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공개적으로 시위세력에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고, 영국 가디언 등 서방언론들은 이란 정부의 경제 실정이나 현 로하니 정부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지지세력 간의 갈등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였다. 국내 언론들도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대체로 이런 시각에 의거해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이번 사태가 미국, 이스라엘의 배후 조종 아래 팔레비 왕조 지지자들과 이란 내 잠복해 있는 테러그룹들이 움직인 결과라고 비난하였다. 이란에서 또 한 번의 ‘색깔혁명’을 일으키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이란에서는 지난 2009년 대통령선거 결과에 불만을 품은 세력이 일으킨 대규모 반정부 시위 폭동사태를 ‘녹색운동(혁명)’이라고 불렀다.

이번 폭동사태의 특징은 초기 물가인상 반대, 빈곤층 보조금 축소에 반대하던 평화적 시위가 3일 만에 “(대통령)로하니에게 죽음을”, “(최고지도자)하메네이에게 죽음을” 등 정권퇴진과 최고 지도자에 대한 공격, “샤한샤(1979년 혁명으로 쫓겨난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왕), 신의 은총이 있기를” 같은 왕정복고 구호, “시리아를 내버려두고, 우리 이란을 위한 무엇을 하라”, “가자도 아니고 레바논도 아니다”, “우리는 이슬람공화국을 원하지 않는다” 같은 반정부, 반체제 요구로 변화하였다는 점이다. 이런 요구는 사실 미국, 이스라엘이 원하는 바다. 더불어 시위방식도 일부 무장세력이 시위군중에 섞여 들어가 총기를 발사하고 경찰관서, 정부건물 등을 공격하는 등 폭동화되어 급기야 혁명방위군이 출동하는 사태로까지 번지고서야 진정되었다. 이와 관련해 이란 정부는 서방 보도와 달리 이번 시위폭동이 8200만 인구 가운데 4만2000명 정도의 소수가 참여한 수준이었다고 발표했다.

다른 하나의 특징은 시위가 지난달 30일부터 폭동사태로 변화하자마자 미국, 이스라엘 등이 공개적으로 이를 지지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나아가 미국은 이번 사태를 이란에 대한 새로운 제재 부과의 근거로 삼고, 국제 문제화할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지난달 31일 “탄압 정권은 영원히 지속할 수 없다”고 참견하더니 새해 들어서는 “부패한 정부를 무너뜨리려는 이란 민중에게 존경을”, “여러분은 적절한 시기에 미국으로부터의 엄청난 지원을 보게 될 것이다”고 노골적으로 시위대를 지지하였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미국은 잔혹한 정권에 맞서 싸우는 이란인들의 영웅적 저항을 방관하고 좌시한 과거 우리의 부끄러운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한 지지, 지원 의사를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국민이 자유와 정의를 향한 그들의 고귀한 탐구에 성공했으면 한다”고 반정부 시위를 부추기고, 차치 하네그비 이스라엘 지역협력장관은 이란 시위대가 “자유를 찾아서 용감하게 목숨을 걸고 있다”며 ‘문명화된 세계’는 그들을 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아가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미 정부가 새로운 경제 제재를 부과할 수도 있다”고 보도하고 미 의회의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미국이 시위대에게 무기를 제공하자는 주장까지 하였다.

하산 로하니 정부는 이번 시위의 직접적 원인이 된 경제위기와 공공부문 부패 등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10%대로 치솟고 특히 주식인 달걀과 가금류 가격은 최근 40%대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실업률도 12.7%, 청년실업률은 20%대에 이른다. 또한 부패와 부실한 금융제도, 빈부격차의 심화 등 갖가지 사회문제가 대중의 분노를 사고 있음도 사실이다, 더욱이 이번 시위가 이슬람 혁명 지지세가 강한 시아파 성지 마슈하드에서부터 40여개 지방 소도시나 농촌지역 중심으로 발생한 것은 현 정부의 가진 자 위주의 경제사회정책에 대한 강한 경고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항의가 갑자기 무력을 동반한 폭동사태로 비화하고, 정권퇴진, 혁명 부정, 왕정복고, 체제전복 주장까지 등장하였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노조의 최저임금 인상투쟁이 갑자기 무력을 동반한 반정부투쟁으로 급전되지 않듯 어느 나라든 경제정책 실정에 항의하는 평화시위가 폭동 등으로 비화하려면 이를 준비한 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특히 무장은 말할 것도 없다. 서구의 주류 언론들은 이점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

그래서 이란 검찰은 이번 시위는 “미국,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 알사우드 가문(사우디아라비아 정권)이 체제전복 계획의 세 축이었고 사우디 정부가 자금을 대고 있다”고 밝히고, 이란군 참모차장 역시 “최근 시위는 미국이 꾸민 음모의 퍼즐 속에 악명 높은 팔레비 왕조의 자손부터 테러그룹 MKO(반이란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잔당까지 여러 세력이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유엔주재 이란 대사는 긴급 소집된 유엔안보리 회의에서 이란 시위폭동 사태는 미국 CIA에 의해 “지휘 연주된 시위(orchestrated protests)”라고 밝히고 “그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한마디로 미국 등 외세가 개입, 국내 불만세력을 지원해 내정갈등과 정권전복을 노린 폭동이었다는 것이다.

이란에서의 시위폭동 과정은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 합법적으로 선출된 야누코비치 정권을 무너뜨렸던 친미쿠데타 실행과정과 유사하다. 세계는 이를 이른바 ‘색깔혁명(color revolution)’이라고 부른다.

‘색깔혁명’은 거의 친미정권 수립으로 이어졌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색깔혁명에 대해 “해당 국가 내 극단주의를 이용해 세력권을 재편성하려는 외세의 내정간섭에 따른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즉 미국과 이해를 같이하는 지역 국가들의 전략적 목적에 의해 해당 국가의 친외세 극단주의세력을 지원해 일으킨 반정부 쿠데타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2003년 조지아(그루지야) 장미혁명, 2004년 우크라이나 오렌지혁명, 2005년 키르기스스탄 튤립혁명, 2006년 벨라루스 수레국화(청바지)혁명, 2009년 이란 녹색혁명, 2014년 우크라이나 유로마이단혁명, 2014년 홍콩 우산혁명(시위) 등이다. 여기엔 이란이나 벨라루스, 홍콩처럼 실패한 정변도 있고, 우크라이나처럼 일시적으로 성공했다가 다시 민중의 반발에 의해 정권을 내놓고 이후 또 다시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바꾼 사례도 있다.

이번 이란의 시위폭동은 2014년 우크라이나의 유로마이단 쿠데타 과정과 유사하다. 마이단은 광장이란 뜻이지만 쿠데타 성공 이후에는 정권을 잡은 네오(neo)나치 등 극우연합세력을 가리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2013년 합법적 선거로 당선된 야누코비치 정권이 EU, NATO 가입을 보류하고 러시아와 경제협력 강화로 나아가자 이에 반발한 친미 네오나치 세력을 중심으로 한 반란세력이 부정선거 주장을 명분으로 그해 12월부터 시위를 일으키고 급기야 2014년 2월 무력을 동반한 쿠데타로 정권을 무너뜨린 것이다.

주목할 점은 ▲평화시위 도중에 잘 준비된 무장세력들이 총기를 난사하고 이를 정권 소행으로 돌리면서 군중의 분노를 촉발시켰다는 점 ▲당시 빅토리아 눌란드 미 국무부 유럽담당 차관보를 비롯한 미국의 지원과 개입정황이 구체적으로 폭로되었다는 점이다. 3000여명의 무장세력이 시위도중 총기를 난사하고 곳곳에 배치된 저격수가 시민과 경찰을 조준 사격해 시위군중을 극도의 흥분상태로 몰아갔다는 것이 이후 수많은 증언과 폭로로 밝혀졌다. 대표적인 것이 2014년 3월5일 누설된 에스토니아 외무장관 우르마스 파엣과 EU 외교수석 캐시 애쉬튼 간의 통화내용이다. 통화는 경찰과 시민을 살해한 총알이 저격수의 것과 같은 총알이고 마이단 정권이 이들에 대해 조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전 우크라이나 치안책임자 알렉산드르 야키멘코는 “시위대가 둘러싸고 있던” 필하모닉 홀에서 시위대와 경찰을 향해 동시 사격이 가해졌으며, 그 목적은 시위를 극렬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정변 과정은 이란 시위가 폭동으로 전환한 과정과 거의 유사하다.

또 눌란드 차관보가 당시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제프리 파이어트와 쿠데타를 모의하는 통화내용도 누설되었는데, 여기서 눌란드는 이후 총리가 된 야체누크를 중심으로 신정권을 세우자는 주장을 폈다. 아울러 미국이 쿠데타 세력을 육성하기 위하여 10년간 50억달러를 들였다는 내용 또한 폭로되었다. 이들이 육성한 쿠데타 세력은 스보보다(Svoboda. 자유당), 조국당, 우익분파(Right Sector), 개혁을 위한 우크라이나 민주연대 등이다. 스보보다는 2차 대전 때부터 독일 나치 지원세력으로 활동한 “우크라이나 국가사회주의당”이 개명한 것으로 대표적 네오나치 세력이다. 이들이 신정권 각료의 6명을 차지했다. 조국당은 총리가 된 아스니 야체뉴크가 이끄는 EU-NATO 지지파 정당이고, 우익분파(Right Sector) 역시 인터폴 수배자 드미트리 야로쉬가 이끄는 파시스트 극우파 정당이다. 결국 우크라이나 마이단혁명은 진정한 국민혁명이 아닌 친미 파시스트-나치세력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 일으킨 친미쿠데타인 것이다. 이렇듯 우크라이나 사태는 이른바 ‘색깔혁명’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전 세계에 알려준 구체적 사례다.

중동의 새 전쟁위기, 그러나 이란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다

시리아 전쟁에서의 IS 패배와 이란 핵합의(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타결은 기존 중동질서의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러시아, 이란 주도의 새로운 중동질서에 중국, 터키, 시리아가 가세하자 미국 주도 아래 이스라엘, 사우디 등이 함께했던 기존 질서는 심대한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건국 이래 최대 위기라고 판단하고, 미국 역시 중동 내 주도권 상실은 물론 이란이 석유거래에서 달러를 배제하고 유로나 위안 등으로 하면서 달러기축체제를 흔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를 최악의 합의라고 한 이유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스라엘과 사우디 연계를 강화하는 새로운 편짜기를 시도하면서 강화된 러-중-이란의 협력 고리 가운데 약한 고리인 이란에 대한 적대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이스라엘의 대표적 언론 하레츠(Haaretz)는 이란 시위 발생 전인 지난달 초 이스라엘의 외교안보 대표단과 미국 백악관의 고위관료가 만나 이란의 중동 영향력 확대에 관한 대응전략을 토의했다고 지난달 28일 보도하였다. 여기에서 양국은 ‘트럼프의 포괄적 이란전략’과 시리아에서의 이란 활동에 반격을 가하는 방안을 검토하였다는 것이다. 이란 시위폭동은 양국의 이 협의 직후 한 달도 안 돼 발생하였다.

캐나다의 진보적 언론 글로벌리서치(Global Reserch)는 “이란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 또 다른 색깔혁명 진행 중”이란 지난달 31일자 기사에서 미국 군산복합체의 이해를 대변하는 브루킹스연구소가 지난 2009년 작성한 ‘페르시아로 가는 길? 이란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전략 옵션’(“Which Path To Persia? Options For A New American Strategy For Iran,”) 이 여전히 가동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당시 이란 ‘녹색혁명’의 기획안이었던 이 자료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의한 전면적인 대이란 침략과 점령을 비롯해 그 이전 이란을 내부로부터 무너뜨리기 위한 색깔혁명과 대리 테러리즘(proxy terrorism), 제한적 공습 등의 계획을 담고 있다. 이번의 이란 폭동 사태는 그 계획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이 계획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볼 근거는 아직 없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의 폭동이 진정된 후에도 무리하게 이 사안을 유엔안보리에 회부해 국제적인 이란 규탄여론 조성을 시도하였다. 이에 대해 러시아, 중국은 이 사안은 세계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 내정문제이기 때문에 유엔안보리 토의사항이 될 수 없다고 반대하고, 프랑스 등도 사실상 동조해 미국이 유엔을 이용한 이란 규탄, 제재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유엔총회에서 예루살렘(알쿠드스) 지위변경 반대결의안이 압도적으로 통과되고, 안보리에서는 이란 규탄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고립되는 쪽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독자적으로라도 이란에 제재를 가하고 나아가 지난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를 파기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란 핵합의 불인증을 선언한 트럼프 정부는 새해 들어 핵합의 자체를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당연히 이란은 반대할 것이다. 미국, 이스라엘은 집요하게 이란과의 긴장을 높이고 있다.

미국의 대이란 적대전략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리아 전쟁의 승리는 이란의 군사력이 과거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되었음 보여주었다. 특히 이란 핵합의에 따른 경제제재 해제는 이란 석유의 유럽, 아시아 수출 증대와 해외 기업들의 이란 투자 확대로 이어져 경제를 크게 성장시킬 것이다. 더불어 이란은 러‧중은 물론 유럽 나라들과도 우호 협력을 강화하고,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는 물론 카타르. 팔레스타인, 이집트 등과도 연계를 강화해 오히려 이스라엘을 포위하는 구도를 만들고 있다. 이란은 시리아나 우크라이나가 아니다.

손정목 편집기획위원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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