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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반도 평화협상 전기로 삼아야한중정상회담에 부쳐1

▲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지난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베트남 다낭의 한 호텔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으로 한중정상회담이 열린다. 세간의 관심이 어느 때 보다 높다. 사드배치를 둘러싼 한중갈등을 해결하고 한중관계를 정상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번 한중 정상회담이 북의 ‘화성-15형’ 발사와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정세가 크게 바뀌는 국면에서 열린다는 것이다. 이번 한중정상회담은 정세를 전쟁접경까지 몰아간 그간의 무한대결을 끝내고 평화협상의 중대한 전환점을 마련하는 회담이 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문재인 대통령은 화성15형 발사와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한반도 정세의 중요한 변화를 정확히 읽고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하루 앞둔 지난 12일(현지시각)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애틀랜틱 카운슬이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우리는 언제든지 북한과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으며 전제 조건 없이 기꺼이 첫 만남을 하겠다."고 밝혔다.

틸러슨은 자신의 보스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으나, 백악관은 “북한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이 것이 트럼프행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또 틸러슨은 “북한은 (지금과는) 다른 선택을 하기를 원한다는 관점을 갖고서 대화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입장이 바뀌지 않았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만나고 난 뒤 우리는 어디로 나아갈지를 다룰 로드맵을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선비핵화 조치 등 전제조건 없이 만나자는 것, 비핵화냐 핵보유국 인정이냐는 쟁점은 만나서 논의하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틸러슨의 이러한 입장은 북이 요구해 온 핵보유국 대 핵보유국간의 평화협상과는 근본적으로 거리가 있지만 미국이 처음으로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공식 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라 할만하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틸러슨의 입이 아니라 미국이 틸러슨의 입을 통해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게 된 정세의 변화다.

지난달 29일 북의 ‘화성-15형’ 발사 이후 트럼프 정권은 북의 핵무력 완성이 불러올 파장을 막기 위해, 다시 말해 북의 핵무력완성이 판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카드를 다 꺼내들었다. 트럼프가 직접 나서 중국에 대북 원유공급중단을 거세게 압박했고, 이를 위해 지난 4일부터 8일까지는 F-22, F-35 등 핵전략무기를 포함한 항공기 230대를 동원한 사상최대의 전쟁연습인 ‘비질런트 에이스’를 실시했다. 전현직 당국자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선제타격론’을 들고 나오면서 전쟁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평창올림픽에 북의 참가를 타진하는 문재인정부의 물밑 움직임이 활발해지자 “평창올림픽에 미국선수단 참가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제동을 걸고 든 것도 바로 이 시기에 있었던 일이다.

그러나 상황은 미국이 원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우선 중국의 태도가 바뀌었다. 중국은 미국의 대북원유공급중단 요구를 거부하고 “미국의 대북정책은 최악의 실패를 했다”며 “북미 사이에서 어떠한 추가적인 행위도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대북 추가제재에 더 이상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러시아는 더 나아가 미국의 의도적으로 북을 자극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북미대화의 중재에 적극 나섰다. 지난 8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의에 참석한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전날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회담한 이후 “러시아는 북미 간 대화를 중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2월 5일에는 제프리 펠트먼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이 북한의 초청으로 방북했고 북과 유엔 사이에 정례협의를 갖기로 합의했다. 또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와 관련해 방북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독일 정부도 과거 동독시절부터 유지해온 북과의 대화 채널을 다시 가동시키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12월 4일 보도했다.

이처럼 트럼프정권의 초강경대북 제재정책이 역풍을 맞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가 그동안의 금기를 깨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미대사관 인정을 선언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의 이러한 초강경 대북정책과 중동정책이 러시아스캔들로 촉발된 탄핵위기를 모면하려는 정치적 술책으로 받아들여지면서 트럼프의 정치적 위기가 안팎에서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12.12 틸러슨 발언이 미국 대북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직 무리다.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전방위적으로 전개되는 북의 ‘대화공세’에 대응하여 외교적 고립을 피하기 위한 대응전술일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북의 화성15형 발사와 핵무력완성 선언 이후 국제정세에 나타나고 있는 변화가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의미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국제사회가 북의 핵무력 완성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것, 둘째는 핵위협과 제재강화를 통한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은 실패로 끝났다는 것, 셋째는 국제사회가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우려보다 트럼프정권의 불안정성에 따른 전쟁 위험성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미국을 향해 북미대화를 압박하고 있는 국면으로 정세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외교안보정세의 이러한 중요한 변화를 정확히 읽고 이제라도 전략적 견지에서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비현실적인 비핵화 우선주의를 버리고 평화협상 우선주의로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 비핵화를 고집하는 한 해법은 없다. 핵문제를 둘러싼 갈등의 해결도 한반도의 평화정착도 결국은 북미사이 적대관계를 끝내고 평화협정 등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대북제재와 한미군사훈련 등 군사적 대결과 위협을 중단하고 남북관계 대전환을 대범하게 추진해야 한다. 우선 평창올림픽을 남북관계 전환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 키리졸브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중단을 선언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한중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협상 국면 이행을 위한 환경조성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첫째, 중국에 대북원유공급 중단을 요청하는 등 제재강화를 요구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둘째, 한반도에서 전쟁불가 원칙과 평화협상을 위한 전향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천명하고 이를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호소해야 한다.

셋째, 북과 국제사회를 향해 남북관계전환을 위한 전향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천명하고,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해 키리졸브 훈련중단을 선언해야 한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중요한 정세의 변화를 정확히 읽고 이제라도 자주적인 입장에서 한반도 및 대북정책의 전략적 전환을 시작했다는 신호를 이번 한중정상회담을 통해 보여줄 것을 촉구하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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