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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노동운동 어떻게 가능한가?[노동기획] 민주노총에 말한다(4) - 자주, 평등, 연대 전략

촛불항쟁은 직접민주주의의 거센 바람을 일으켰고, 1995년 이후 이땅의 민주화를 이끌어 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세대교체가 필요한 나이에 접어들었다. 민주노총이 직면한 난맥상을 풀 단초 몇 가지를 제시한다. [편집자]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성 재정립이 필요하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민주노조운동이라는 것이 탄생하였다. 자본과 정권에 종속된 어용노조가 아니라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새로운 민주노조운동이 출발한 것이다. 이 민주노조를 건설하고 지키려고 많은 노동열사들이 피를 묻었다.

한국노동계급은 지난 30년간 ‘민주노조란 어떤 조직인가?’ 물음을 던지고 몸으로 답을 찾으며 투쟁해 왔다. 그 민주노조의 성격, 사명과 임무 등 그 정체성에 대해서 자주성, 민주성, 연대성, 투쟁성, 계급성 등으로 설명한다. 대체로 자주성, 민주성은 공통이고, 각 이념과 노선의 성향에 따라 연대성, 계급성, 투쟁성, 또는 전투성 등이 강조되어 왔다.

한국 노동법에는 노동조합을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라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구성 주체를 노동자로 규정하지 않았고, 자주적이라는 말을 전임자를 축소시키는 논리로 악용해왔다. 활동 목적도 근로조건을 유지 개선하는 틀에서 절대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영권, 국가 정책에 개입하거나 세상을 바꾸는 노동운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난 30년간의 민주노조운동은 바로 자본과 정권이 분단이데올로기를 동원하여 쳐놓은 족쇄를 걷어내기 위해 투쟁해 온 역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민주노조운동의 양상은 어떠한가?

이제 어용노조와 민주노조의 구분이 무색해질 정도가 되어 버렸다.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성에 대해 스스로 물어봐야하는 상태가 되었다. 2017년 민주노조운동 30년을 결산하는 모든 토론에서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공통적으로 제출되었다.

이제 87년 체제를 넘어 새로운 노동운동의 시대를 개척함에 있어 민주노조운동은 어떤 지향점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재정립할 것인가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 2017 세계 노동절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대학로를 지나며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성 재정립이 요구받는 이유

첫째로 민주노총의 주요 구성원이 정규직 중심으로 되고 있으면서 계급대표성 문제가 제기되었다. 우리가 우습게 보는 미국에서조차 승리혁신동맹(Change to Win Federation) 같은 새로운 노조운동이 출범하여 아예 비정규 조직화만을 목적과 사명으로 하는 제2노총을 창설하였다. 승리혁신동맹은 총 4개 산별노조(전미트럭운송노조 IBT, 북미서비스노조 SEIU, 전미농업노조 UFW, 북미 식품∙상업노조)를 포괄하는 550만 조합원에 이르고 있다.

둘째로 한국노동조합운동은 산별노조운동 단계로 진입하였으나 진정한 의미에서 산별노조운동은 아직 정착되지 못하였다.

단위사업장에서는 기업별노조의 관행과 경제투쟁 일변도의 조합주의가 팽배하고, 산별노조의 중앙지도력은 산별관료주의에 물들어 있다고 비판 받는다. 신생 비정규노조나 다른 산별노조, 지역본부와의 관계에서는 산별노조들이 기득권 유지에 몰두하고 있고, 조직분쟁의 당사자가 되고 있다.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성이 산별노조운동 차원에서 아직 정립이 안되어 있다.

셋째로 민주노조운동이 민중시민진영에 대한 지도력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노동조합은 조직화된 막강한 역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중시민사회진영과의 관계에서 주도적 역할이 취약하다. 지역 차원에서도 노동조합이 사회적 기여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촛불항쟁에서도 민중충궐기를 만들어낸 선도적 역할은 하였으나 촛불항쟁을 끝까지 지도해내는 정치적, 조직적 역할은 충분하지 못했다.

넷째로 진보정당 분열 이후 민주노조운동에서 심각한 우경화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장에서 정치의 자유, 정당 선택의 다원화가 진행되면서 변혁적 노동운동 진영의 입지는 줄어들고 보수색깔이나 개량주의적 정당운동의 흐름이 강화, 확산되는 추세이다. 민주노조운동을 자유주의 정권의 2중대화하고, 개량주의 포섭 대상으로 전락시키려는 흐름에 대해서는 단호히 차단해야 한다. 근본대책은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성을 제대로 정립하기 위한 근본적인 혁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다섯째로 새롭게 민주노총으로 가입하는 미조직비정규 조합원들에게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성과 방향에 대해 새롭게 제시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청소년 학교교육, 시민평생교육공간에서 노동기본권, 노동조합의 역할과 사명 교육에 대한 폭넓은 교육홍보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노조운동 정체성 문제를 민주노총 내부에서부터 제대로 세워야 한다.

자주평등연대 노조운동을 제안한다

이런 문제의식들을 반영하여 그 동안 다양한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성 논의가 제기되었다.

사회변혁적 연대노조운동, 사회운동적 노동조합운동, 대안노조운동 등의 이름으로 제기되기도 하고, 지난 직선 1기 선거에서는 민주노총이 사회연대전략을 채택할 것을 촉구하기도 하였다.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기 위한 중요한 모색이고, 함께 고민하고 소통해야할 중요한 문제의식들이다.

그런데 ‘사회변혁적’이라는 표현은 너무 자의적, 주관적이어서 다양한 해석을 낳을 수 있다. ‘사회운동적’이라는 표현도 마찬가지이다. ‘대안노조’운동 역시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지 대안노조운동이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 사회연대전략은 이미 지난 번 선거에서 우경노선이고 민주노조운동을 시민운동으로 전락시키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이 제기되었다.

단위사업장주의, 경제주의, 조합주의를 극복하자는 새로운 모색이기는 하나 자칫 모호성으로 인하여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나아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정권의 포섭전략에 노출되고, 우경화될 우려도 있다.

따라서 민주노조운동의 이념, 가치, 지향, 그리고 원칙이 뚜렷한 새로운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성 확립전략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자주평등연대 노조운동전략을 민주노조운동의 새로운 방향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자주노조운동

자주노조운동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근본적 원칙으로 더욱 튼튼히 세우자는 것이다.

노동조합 자주성에 대해 이제는 단위사업장에서 사용자의 부당한 지배와 간섭으로부터 자주적이어야 한다는 식의 협소한 해석을 뛰어넘어야 한다. 이미 노동조합운동이 단위사업장을 뛰어넘어 초기업노조, 산별노조운동으로 전진했고, 그 내용을 채우는데 애를 먹고 있다.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성의 위기는 노동조합이 산별노조운동 단계로 전진했고, 자본은 세계화되었는데, 민주노조운동은 단위사업장 수준의 자주성의 논리로 멈춰있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제국주의와 ‘맞짱’ 뜰 수 있는 자주성으로 가야 한다.

이미 자본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전략을 채택하고, 완전고용과 복지국가체계를 무너뜨리면서 99대1의 초양극화 사회를 만들어 왔다. 론스타 등 투기자본이 국내자산을 약탈했고, GM을 비롯한 초국적 자본들이 국제자본의 힘으로 한국 노동자를 마음대로 하고 있는 형국이다. 세계적인 군산복합체와 금융자본, 초국적 기업자본, 농업자본의 대변자인 미 대통령은 대북 적대정책을 강화하고, 무기강매와 한미FTA에 대한 일방적 요구 등을 통해 한국 노동자민중을 착취하고 약탈하고 있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제국주의의 전쟁과 분단정책, 경제약탈정책을 그대로 두고 한국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살 수 있는 길은 없다.

민주노총은 자유주의 정권의 지배와 포섭전략으로부터 민주노총의 자주성을 지키는 중대한 과제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들어 민주노총에 대한 자유주의 정권의 지배와 개입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협력하려는 흐름이 노동계 안에서 내놓고 세력화하고 있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노동존중사회, 비정규직 제로, 노동친화적 정책 등을 제기하고 민주노총과 적극 협력하자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언론노조의 ‘돌마고’ 파업투쟁처럼 민주노총의 투쟁이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과 개혁정책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한국 노동계급의 이익을 근본적으로 대변하지는 못한다. 이 문제는 한국 노동계급과 민주노총이 스스로 풀어야할 숙제이다. 노동자의 운명을 다른 계급의 손에 맡길 수는 없다. 이런 복잡한 문제에 원칙을 세우지 못하고 대응하면 큰 우를 범할 수 있다.

민주노총이 단위사업장 사용자를 뛰어넘어 산별차원의 자본으로부터 자주성을 쟁취하는 것은 절박한 당면과제이다. 산별교섭을 쟁취하고 산별차원의 투쟁을 조직하는 정체성으로 나아가려면 노동조합운동의 자주성을 산별노조 차원에서 확립해야 한다.

민주노조운동이 제국주의적 약탈, 정권의 지배와 포섭, 재벌독점자본의 간섭과 탄압에 맞서 세상을 바꾸는 노동운동으로 전진하려면, 그리고 남의 힘이 아니라 진정으로 자기 힘으로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건설하고 싶다면,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뼛속까지 친미이고 친일이던 자본과 정권에게 당했던 것을 기억하며 뼛속까지 사무친 자주적인 민주노조운동으로 전진하기를 바란다.

평등노조운동

평등의 이념은 민주주의의 완성이며 역사적으로 형성된 노동계급의 염원이다.

반면 한국사회는 어떠한가? 수출주도 재벌독점체제, 사유화된 총수경영과 공적기업이 만들어낸 양극화가 헬조선에 이르렀다. 심지어 불평등의 최대 피해자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과정과 기회의 평등”이 더 중요하다는 논리로 정규직이 거부하고, 취준생들이 가세하며 노동자 민중 내부의 상호갈등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범인은 따로 있는데 불평등의 근본원인에 맞서는 투쟁은 하지 않는다. 모든 논리가 신자유주의가 뿌려놓은 개인주의와 경쟁논리 밑에서 움직이고 있다. 재벌과 자본이 보면 얼마나 코웃음치겠는가?

이제 민주노조운동은 불평등의 근본원인에 대한 투쟁으로 발전해야 한다.

민주노조운동은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통해서 이 땅의 민주화에 기여했다.

그러나 이제는 뒤처지고 있다. 대의원대회 하나를 성사시키지 못해서 대의민주주의마저 온전히 운영하지 못하고 약점도 드러난다. 임원 직선제를 포함한 직접민주주의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어렵게 정착시켜가고 있다. 비정규직과 소수자에 대해 할당논리를 뛰어넘어 평등의 이념으로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발전시켜가는 지향점을 세워야 한다.

또한 민주노조운동의 민주성은 단위사업장 수준의 노동조합 운영원리를 뛰어넘어 사용자와의 평등한 노사관계와 공동결정을 지향하는 이념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을 평등노조운동이라 할 수 있다.

평등노조운동은 불평등의 근본원인에 대해 투쟁하는 노동조합운동의 원칙을 확립하려는 노력이다. 정규직, 비정규직 등 내부격차와 갈등을 해소하고 계급적 단결을 위한 노력, 계급적 산별노조 건설을 위한 원칙이기도 하다. 한국사회 전반의 노동권, 고용, 임금, 복지 모든 영역에서 불평등과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운동의 원칙을 담은 것이다. 조직 운영에서 조합원의 평등한 참여, 직접민주주의, 집단지성의 힘을 강화하는 민주주의적 운영의 원칙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연대노조운동

현재 민주노조운동에 만연된 경제주의, 조합주의, 기업별주의, 단사주의를 극복하려면 연대노조운동의 길로 가야 한다.

연대노조운동이 실천적으로 대중화되려면 노동자 개념부터 확장해서 생각해야 한다.

특수고용노동자도 노동자고, 자영업자도 사실 노동자에 가까운 업주이다. 퇴직자, 실업자, 취준생도 노동자이다. 4차산업혁명으로 증가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들도 노동자이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참여연대와 같은 시민단체가 노동조합 총연합단체에 가입하고 있고, 합법성까지 부여받았다. 민주노총 조합원 스스로가 노동자의 개념을 확장해 받아들여야 연대의식이 확장된다. 연대노조운동을 하나의 정책으로 채택하는 수준을 넘어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성으로 확립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조합원부터가 노동자의 범위를 조직된 노동자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는데 연대의 주체가 될 리는 만무하다.

연대운동의 핵심은 민중세력의 연대이다. 박근혜 정권의 폭정 아래서 노농빈 민중총궐기 연대투쟁정신, 그 귀중한 성과와 전통을 반드시 이어가야 한다. 이런 전략을 정파전략으로 치부하는 견해차도 극복해야 한다.

생태환경평화운동 등 시민사회운동과의 연대는 민주노총이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분야이므로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원전 문제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나듯이 고용문제와 환경정책이 충돌할 수 있다. 이럴 때 고용문제만 앞세우면 노동조합운동은 계급이기주의, 집단이기주의, 정규직 이기주의란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고용문제를 사회적, 국가적으로 해결하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친환경 정책을 수용할 수 있는 가치연대의식을 조합원 차원으로 확대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페미니즘 문제 역시 민주노조운동이 취약하니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 문제를 해결한다고 민주노조운동의 근본 힘이자 자랑인 조직성마저 패배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현장의 조직성을 광장으로 전파하고, 광장의 집단지성을 현장으로 수용하는 선순환구조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현장과 지역, 광장과 정치권을 넘나들며, 조합원 대중의 직접행동을 통한 대중적 연대운동을 실천해 갈 것을 민주노총에 간절히 염원한다.

김장호 기자  jangkim21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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