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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벌했던 강제징용 현장이 ‘근대유산’이라니강제징용 역사기행 참가기(2) 군함 모양을 닮은 섬 ‘군함도’

올 여름 개봉한 영화 ‘군함도’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들은 있었지만, 영화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군함도(하시마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사실이다. 군함도는 ‘무한도전’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필자도 영화 개봉 전 겨레하나가 준비한 강연에 참가해 군함도의 실상을 조금 알 수 있었다.

▲ 군함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야 한다. 배에 탑승하기 직전 나눠주는 책자가 있다. 역사 인식은 평행선을 달린다. 해석이 다양하다. 강제징용의 역사는 뒤에 넣고 근대 문화유산을 강조하는 책자 제목을 보고는 펼쳐보지도 않았다.
▲ 배 앞쪽에 포스터가 붙어 있다. 배에서 상영되는, 군함도 관련 40여분짜리 영상물을 홍보하는 포스터 같다. 배를 타는 동안 내내 일본어로 안내방송을 하는데 단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 차라리 듣지 않는 게 마음 편할 것 같았다.
▲ 군함도에 가던 중 배에서 잠시 내려 다카시마섬에 들렀다. 섬 입구에서 도보로 조금 걸어 들어가니 미쯔비시 창업자의 동상이 세워져있다. 우리로 치면 삼성의 이병철, 현대의 정주영 같은 사람이랄까.....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이 군함도라고 한다. ‘사죄’ 이런 느낌은 전혀 없고 몹시 사납고 오만한 표정이었다.
▲ 기무라 선생님이 군함도 모형 앞에서 섬 안의 건물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군함도의 지하, 지상 건물들. 조선인 노동자들은 지하의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지상에 있는 깨끗하고 좋은 건물들은 일본인들이 사용했다고 한다.

군함도를 찾는 사람들은 섬의 모든 곳을 직접 돌아볼 수는 없다. 그래서 배를 타고 섬 외곽을 돌거나, 사진의 모습처럼 모형을 두고 설명을 들을 수밖에 없다. 군함도의 진실을 은폐하고 싶어 하는 일본의 심리가 이렇게 드러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 우리가 일제에 의해 억울하게 강제동원된 선조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안 일본 학생들은 산업 역군인양 유니폼을 입고 '근대화' 시설들을 즐겁게 견학하고 있었다. 서로의 인식이 전혀 다름을 한번 더 느끼는 순간이었다. 물리적으로 한 공간에 있지만, 투명한 유리벽이 가로막아 결코 섞일 수 없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우리 일행은 모형을 보며 군함도에 대한 설명을 듣느라 다카시마섬의 다른 시설들은 거의 둘러보지 못했다. 보지 못했어도 딱히 아쉽지 않았다.

군함도 관광선의 승무원이 우리를 재촉한다. 다시 배에 올랐다. 군함도 주변을 배로 한 바퀴 돌았다.

▲ 배에서 본 군함도의 모습이다. 대부분이 콘크리트로 뒤덮인 인공섬이다. 웅장한 모습으로 담고 싶지 않아 일부러 광각렌즈 한복판에 담았다.
▲ 배에서 내려 안쪽으로 조금 걸어 들어가니 유네스코에 등재됐다는 일본의 건축물 양식이 보인다. 보는 순간 실소를 금하기 어려웠다. 우리나라 전통 한옥 흙집에 비해 딱히 뛰어나 보이는 면이 없었다. 석탄에서 석유로 에너지원이 바뀌어 군함도 해저탄광에서 더는 채굴이 필요 없게 됐는데 섬을 없앨 순 없으니 문화유산으로 탈바꿈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속셈 아닌가 싶었다.
▲ 역사기행이 아닌, 자국의 근대유산을 관광하기 위해 군함도를 찾은 많은 일본인들을 볼 수 있다.
▲ 여기가 끝이다. 더는 다가가 볼 수 없다. 삼엄하게 막아 놓았다. 관광선 승무원들도 긴장하며 우리를 살핀다. 군함도에 강제징용되어 온 조상들이 갇혀있던 숙소는 들어가 볼 수도 없었다. 답답했다.

전날 오카 마사하루 자료관에서 보았던 정어리 끓인 물과 콩기름을 짜낸 찌꺼기가 떠올랐다. 섭씨 40도가 넘는 갱도에서 배고픔을 참아가며 고된 강제노동을 했을 우리 조상들을 상상한다.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어 자살한 사람도, 탈출하려다 목숨을 잃은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피가 거꾸로 솟을 지경이다.

실제 강제징용을 당하신 어르신께서 ‘군함도’ 영화를 보고 깜짝 놀라셨다고 한 인터뷰 글을 본 기억이 있다. 그 당시 일본인을 상대로 ‘반항’이라는 것은 도저히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만큼 참혹했던 것이다.

▲ 혼자만의 상상일 수도 있겠지만, 이 틈새를 통해 바다로 탈출을 시도했던 우리 조상님이 계실까.....
▲기행에 함께 한 일행 중 이전에 군함도에 한번 와본 경험이 있다는 분이 계셨다. 그분 말씀으로는 군함도 안에서 현수막 하나 펼치는 것조차 금지된다고 해서 단체사진 촬영은 불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우리 일행의 숫자가 많지 않았고, 다른 일본인 관광객들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어 다행히 현수막을 들고 단체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독일 에센에는 ‘촐페라인’ 탄광이 있다. 라인강의 기적을 일구는데 큰 몫을 했던, 독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탄광이라고 한다. 하지만 석탄이 고갈되면서 1986년에 문을 닫고 버려졌으나 보존운동을 시작해 관광지로 재탄생했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그곳은 단순한 관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치의 전쟁수행을 위해 강제동원된 피해자들에 관한 기록까지 방대한 자료가 잘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다. 숨김없이 사실을 그대로, 그래서 주변 어떤 나라도 ‘촐페라인’ 탄광이 유네스코에 등재되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범국가로 똑같이 강제동원을 했지만, 일본과 독일은 서로 전혀 다른 궤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현주 담쟁이기자  minplus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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