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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천일, 시(詩)의 언어로 분노와 위로를[11차 촛불] "죄를 못 느끼는 그 마음이 바로 죄 아닌가"

7일 '박근혜는 내려가고 세월호는 올라오라' 제11차 촛불집회에서는 세월호참사 천 일을 추모했다.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시(詩)가 돌아와 깊은 공감의 언어로 위로를 전하며 광장을 장악했다. 본대회 전에 열린 추모 콘서트에서 함민복 시인은 '우리 한 자루 촛불이 되자'라는 자작시를 낭송했다. 함 시인은 "죄를 못 느끼는 그 마음이 바로 죄 아닌가"라고 탄식했다. 

...할 일을 다 해 죄가 없다니/ 죄가 없다니/ 
죄를 못 느끼는 그 마음이 바로 죄 아닌가/ 그보다 더 큰 죄가 어디 있겠는가/
사람이라면/ 입장을 바꿔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식탁에 숟가락을 놓다가/ 거리를 지나는 교복 입은 학생들의 뒷모습을 보다가/
세면대 한쪽 먼지 앉은 칫솔을 보다가/
덜컥 걸음을 멈췄을 유가족들을/ 헤아려볼 수 있다면... 

본집회에선 4.16합창단과 평화의나무합창단 공연 중 성우 김상현씨가 신경림 시인의 세월호 추모시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를 낭송했다. 시는 죄 없이 죽은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나갈 것을 노래했다.  

...아무도 우리는 너희가 우리 곁을 떠나/ 아주 먼 나라로 갔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바로 우리 곁에 우리와 함께 있으면서/ 뜨거운 열망으로 비는 것을 어찌 모르랴/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보다 알차게/ 우리가 만들어갈 세상을 보다 바르게/ 
우리가 꿈꾸어갈 세상을 보다 참되게...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곳곳은 어린이들이 손에 쥔 노란 풍선과 노란색 크고 작은 종이배로 인해 노란 물결이 넘실댔다. 또한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에 품고 진실을 잉태하려는 기억의 장치들로 가득했다.

광화문 해치광장에선 '숨'이라는 주제로 산소통에 공기를 주입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펌프와 연결된 산소통에는 '우리의 가는 숨을 모아 에어포켓에 넣고 한번에 내쉬어 보려한다. 그 숨은 소리가 되어 그 날 그 배의 울림이 된다'라는 글귀가 붙어있다.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줄을 서, 있는 힘껏 펌프질했다.  

해치광장 바닥에는 304명의 희생자를 기억하는 304벌의 구명조끼가 줄줄이 놓였다. 시민들은 구명조끼 앞에서 추모 기도를 하거나 흰 국화를 놓아 희생자를 추모했다. 304명의 희생자를 태운 푸른 고래도 광화문광장 북단에 설치된 본무대 곁에 머물렀다.  

6시부터 시작된 본대회엔 미수습자가족, 세월호참사 생존자 단원고 학생 9명, 유가족 9명, 지난 천 일 동안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싸워온 다양한 시민들이 나와 발언했다. 세월호참사 생존 학생인 장애진(20)씨가 애써 눈물을 참으며 읽어내려간 글에선 그동안 생존자들을 짓누른 "우리만 살아 돌아와 유가족께 죄송하다"는 죄책감과, "우리는 구조된 게 아니라 스스로 탈출한 것"이라는 참사 당일 구조 당국의 무책임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권지인 리멤버0416 대표는 세월호참사가 처음 일어났을 때 켜졌던 촛불의 초심을 잃지 말자며 "끝까지 기다릴게""끝까지 기억할게", "끝까지 행동할게", "끝까지 밝혀줄게"라는 2014년 당시 외쳐진 구호를 상기했다. 7시 반께에는 소등행사를 진행한 뒤 천일의 기다림을 상징하는 일천 개의 노란 풍선을 까만 밤하늘 위로 띄워 보냈다.    

본대회가 끝난 뒤 시민들은 촛불과 '박근혜 조기탄핵', '밝혀라 7시간', '박근혜 즉각퇴진' 등 손팻말을 들거나 각자의 깃발을 들고 청와대 앞 청운동으로 행진했다.  

4.16세월호참사 국민조사위원회

한편 본대회 전 오후 5시에는 4.16세월호참사 국민조사위원회(국민조사위원회) 출범식이 열렸다. 국민조사위원회는 국회 특별법을 통해 2기 특조위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유가족과 시민이 힘을 모아 조사활동과 진상규명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날 장훈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은 "천 일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저에게 천 일은 천 번의 4월16일이다"고 말하곤 "천일 동안 세월호 침몰원인도, 왜 퇴선 명령을 안 했는지도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며 "진상규명을 위한 국민조사관이 돼 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시민들은 국민조사위 홈페이지(416truth.org)에서 간단한 신청서를 작성하는 절차를 통해 시민조사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다.  

주최측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서울 60만, 부산 2만, 광주 6천 등 전국적으로 64만명이 촛불을 들었다고 밝혔다.

9일은 세월호참사가 일어난 지 1000일이 되는 날이다. 9일 오후 7시30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해돋이극장에서는 신경림 시인, 전인권밴드, 4.16합창단 등이 함께하는 추모음악회가 열린다. 

 

[사진으로 보는 11차 촛불 '박근혜는 내려가고, 세월호는 올라오라']

세월호참사 천 일을 추모한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노란 물결이 일렁였다.
푸른 고래와 고래 등에 탄 있는 304명의 희생자들이 영상에서 보여주는 학생들의 단원고 1학년 시절 찍은 사진을 보고 있다.
한 초등학생이 '대한민국에서 바꾸고 싶은 것 3가지'를 또박또박 쓰는 모습.
'바꾸고 싶은 3가지'를 적은 색종이를 모아 '바꾸자'라는 대형 글자가 만들어지는 중.
'숨... 우리의 가는 숨으로...'. 펌프질을 통해 산소통에 공기가 가득 차면 소리가 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해치광장 바닥에 설치된 304개의 구명조끼. 한 청년이 구명조끼 앞에 희생자를 추모하며 꽃 한송이를 놓는다.
1000일의 기다림을 상징하는 1000개의 풍선이 하늘 위로 날아갔다.
이날 청와대 방향의 행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유가족들과 함께했다.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는 시민들의 손에는 촛불과 '새해 소망은 세월호 규명' 등의 손팻말이 들려있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세월호를 인양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청운동 방향)를 향해 행진하는 시민들.
촛불의 주황 불꽃으로 만든 세월호 노란 리본, 노란 풍선, 노란 배.
7일 저녁 청와대 가는 길목에 있는 통인동 커피공방에 붙은 노란 현수막. '9. 304. 416 .998. 천일은 너무 길다'

 

이명주 기자  ana.myungju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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