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연재 지난연재 김종선 정치시스템
지식은 상품이 아니다 '송인서적의 도산과 한국 출판의 위기'김종선의 문화정책 돌아보기 11- - 서적 도매상 송인의 부도와 출판정책의 개혁 과제
  • 김종선 문화정책기획자
  • 승인 2017.01.05 19:28
  • 댓글 0

송인서적의 도산과 한국 출판의 위기

업계 2위의 서적 도매상인 송인이 1월 2일 부도를 맞았다. 2,000여개 회원 출판사와 500여개의 공급 서점(중요한 점은 그중 400여개가 송인하고만 거래한다는 것)을 가진 송인이다. 출판사에 물려있는 부채가 약 210억 원 정도 추산되며, 서점에 걸려있는 것이 300억 원대로 알려져 있다. 시급하게 50억 원을 풀어 출판사를 지원한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송인서적 부도는 영세한 출판계 현실에서 500여억 원의 연쇄 파산을 부를 수 있는 핵폭탄이다. [사진 : 송인서적 물류창고에 쌓여있는 책상자들]

영세한 출판계 현실에서 500여억 원은 연쇄 파산을 부를 수 있는 핵폭탄이며, 더구나 이에 연관된 일자리가 출판사 평균 3명만 잡아도 6,000여명, 서점까지 직접 종사자만 10,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으며, 가족까지 생각한다면 이것은 연 초에 터진 중대한 경제 사건일 수밖에 없다.

2016년의 파행을 보면서 2017년은 다르겠지 했지만 출판계에서 터진 이번 사건은 더욱 우리 사회가 근원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미르, K스포츠에 흘러들어간 800여억 원에도 못 미치는 돈이 가져온 파장을 보면서 더욱 그러하다.

책은 사람을 만든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모든 이들이 동의하는 명제다. 이 말은 책의 공공성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이에 동의하지 않는 딱 한 집단이 있다. 바로 정부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책, 즉 출판 업무는 문화콘텐츠산업실 출판인쇄산업과 소관이다. 그렇다 책은 영화나 게임처럼 상품으로서 콘텐츠인 것이다.

따라서 국가는 단지 민간 산업으로서 출판 산업의 진흥 정도에만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다. 여느 산업과 마찬가지로 산업단지(파주 출판단지)를 조성하고, 정부가 생색날 만큼만 책을 사주고(공공도서관의 도서구입), 저작권 관리하는 등이 그것이다. 다만 책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아 그나마 공공재 시늉을 한다.

인쇄산업처럼 출판도 그냥 문화부에겐, 나아가 정부에겐, 단지 민간 영역의 산업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겉으로는 책이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진시황의 분서갱유(焚書坑儒)의 현대판과 다름없는 정책을 펴면서 모른척하는 것이 한국의 출판, 책의 정책이다.

▲송인서적 인터넷 홈페이지

국민의 지식과 지혜는 공공재

국민의 지식과 지혜가 두려워서 진시황은 책을 불태웠다. 당시야 인쇄기술이 없을 때니 몇 권 안 되는 책을 불태워 학문을 통한 국민들을 우민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때와는 다르지만 현대에 이르러 책은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책이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먼저 책은 재미와 감동을 위한 문화나 예술 콘텐츠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책의 의미 첫 번째, 책은 학문을 통한 사회 발전의 기반으로 역할을 한다. 일본이 노벨상 중 과학계통의 상을 많이 배출한 이유를 보면 그것은 바로 책, 일본의 공공도서관 정책에서 결정적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일본의 공공도서관 정책은 기본적으로 학술서적으로부터 인문, 자연, 사회 서적, 시나 소설과 같은 문학서적까지 책으로 인정되는 것(이는 출판 정책의 오랜 관행에 따라 굳어진 기준에 따라 공공도서관에 비치하기 어려운 책을 제외)을 국가가 초판(1,2천권)을 공공도서관에 비치하기 위해 구매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결국 출판을 통한 과학 분야의 연구서적의 방대한 토대를 쌓았고 그 결과가 노벨상 수상자의 배출로 이어진 것이다. 책은 결국 국가 경쟁력인 것이다.

우리처럼 학교의 연구자들이 외부 용역이나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따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연구를 통해 책을 내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다. 자연 과학의 발전조차 책으로 인한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학문이 발전한 서구 선진 국가들이 대부분 이러한 공공도서관 정책을 갖고 있다. 결국 개혁은 근본으로부터 문제를 해결해야 가능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4대강에 쏟은 돈이면 한국의 미래를 위해 공공도서관에 100년을 넘게 쓸 수 있는 돈이다.

▲국립중앙도서관 일반자료실 서가 전경 [사진출처 :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

누구나 책을 동등하게 공급받아야

책의 두 번째 의미는 책은 국민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의무를 위해서도 정부는 국민에게 평등하게 책을 공급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경제적인 양극화로, 책을 구입하는 데도 양극화가 있다. 책이 없어 공부 못한다는 것이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직도 유효하다.

특히 중요한 학문서적은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리고 구하기도 쉽지 않다. 학문서적뿐만 아니다. 국민은 누구나 동등하게 예술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지역의 문화예술회관은 있는데, 공공도서관은 무늬만 도서관일 뿐 실질적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

특히 수장고를 제대로 갖춘 도서관이 많지 않다. 예전에 ‘기적의 도서관’이라는 방송프로를 보면서 차라리 ‘기적의 독서실’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겉만 도서관이고 수장고 없는 독서실을 짓고 장식처럼 책을 비치하는 것으로 보였다.

전시행정의 민간 버전을 보는 듯했다. 반드시 공공 배급의 구조를 통한 국민 평등의 도서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농협처럼 공공성격을 지닌 서적 도매상을 왜 두지 못하는지, 이는 공공의 일자리로도 큰 역할을 할 것인데 말이다. 이것이 한국 문화행정의 민낯이다.

책인 미래를 위한 가치투자

세 번째 책의 의미는 미래를 위해 모든 책이 필요하다는 거다. 모든 분야의 책이 존재해야 한다. 사회가 다양하듯이 책도 다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 국민의 선택과 경제적 여유에 의존하는 출판 사업은 공공성을 잃어버리고 단지 사명감을 지닌 이들의 전유물처럼 보존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시대, 스마트 시대를 맞으며 책은 더더욱 쉽게 소비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럴수록 기본에 충실하게 출판 사업은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환경에 정부가 투자하듯이, 미래를 위한 가치투자의 핵심이 바로 책이다.

그러기 위해서 모든 종류의 책은 만들어져야 하고 이를 국가는 뒷받침해야 한다. 책이 없는 미래는 없다. 책의 의미는 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크게 3가지 정도만 그 의미가 지켜지더라도 우리는 미래를 위한 꿈을 가질 수 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전경 [사진출처 :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홈페이지]

책이 중요한 정부

한국은 인쇄 기술에서 역사적 국가다. 최초의 목판인쇄본과 금속활자를 가진 국가다. 조선의 오대서고는 자체가 자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가장 뒤진 출판후진국, 책의 후진국이다. 흔히 출판의 어려움을 얘기하면서 문학의 위기를 말한다. 책은 문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출판의 어려움은 국가의 위기다. 책도 운동하듯이 지켜야하는 것이 현실이 됐다.

과거의 찬란한 역사를 일제 식민지를 통해 잃어버렸듯이 우리는 해방이후 독재와 폭력에서 비롯돼 지난해 박근혜 게이트까지 근원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송인의 부도는 이러한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 같아 더욱 아프다.

왜 박정희는 관료제도로부터 정경유착, 공포정치 등 일제로부터 많은 것을 일본에서 배워와 한국의 유산으로 남겼는데 유독 출판 정책은 안 가져왔는지, 어찌 나쁜 것만 배웠는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지난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200여억 원에 불과하던 공공도서관 도서구입예산을 2,000억으로 확충하는 안이 노무현 대통령 공약에 있었다. 2001년인가 당시 200억이 안되던 예산에 대해 문화예술진흥원의 연구결과 1,200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보고를 반영한 공약이었다.

그러나 실현되지 못했다. 낡은 관료중심의 예산 제도는 개혁의 발목을 잡았다. 국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2004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을 하면서까지 노력했지만, 결국 우리는 미래에 대한 투자의 기회를 놓쳤다.

지금 출판계는 문화부 선정 우수도서 지정을 받기 위한 경쟁을 하고, 블랙리스트 작가는 선정과정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이대로 미래를 날려버릴 것인가. 개혁의 중요한, 아주 중요한 대상의 하나가 ‘책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다. 지난해 670억 정도의 공공도서 예산이 집행됐다.

정확한 통계를 내봐야 하지만, 2002년 2,000억에 비해 대략 연간 5,000억 원 정도의 예산이 공공도서구입비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00조쯤 되는 정부의 기금을 오직 공공도서 구입을 위한 안정 재원으로 확보하는 것을 상상한다. 책을 중요시하는 정부를 2017년엔 꼭 만나고 싶다.   

 

김종선 국회문화관광위원회 위원 보좌관(1996~2004)/ 15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문화정책담당 행정관(2003) / 문화관광부 문화행정 혁신위원회 간사(이창동장관 정책보좌역) / 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운영위원장

김종선 문화정책기획자  news@minplus.or.kr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종선 문화정책기획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