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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촛불아 고맙다" 천만이 된 제야의 촛불 함성적폐청산부터 동거차도 영상, 광장 자축 폭죽, 세월호 가족들 '심야식당'

31일 밤 11시께 행진에 참여했던 시민들이 보신각 타종행사에 참석하려고 종로를 향해 이동할 즈음 한 백발의 시민이 ‘촛불아 고맙다’라는 문구가 적힌 깃발을 들고 홀로 유유히 광화문광장을 걸었다. 토요일마다 경기도 양평에서 기차를 타고 와 이번까지 10번의 촛불집회에 개근했다고 말하는 이 남성의 표정과 말투에선 지친 것보단 뿌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60대인 그는 “젊은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윗세대가 그동안 세상을 이렇게 망쳐놓았다”며. “그런데 2달 전만 하더라도 상상도 못 한 기적을 촛불이 만들어 냈네요. 그러니 고맙죠, 촛불이.”

그는 1차 촛불집회를 회상했다. “10월29일 그때 2만명이 모였나 그랬는데. 처음부터 왠지 굉장히 느낌이 좋더라고.”  3차 집회 때부턴 직접 깃발을 만들어 들고나온 것을 떠올리며 그는 “당시 상황이나 민심이 워낙 급격히 변하다 보니 매주 깃발을 새로 만들었어요. 처음엔 ‘박근혜는 하야하라’, 그다음엔 ‘퇴진하라’, ‘박근혜를 구속하라’ 등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날, 지난 10주간 누적된 1,000만 촛불과 함께한 그의 머리 위로 '촛불아 고맙다'라고 적힌 깃발이 펄럭였다.

“머잖아 ‘축 퇴진!’이라고 적힌 깃발을 만들어 흔들 날이 오겠죠!”라며 껄껄 웃는다. 웃는 얼굴속에 세월을 인내한 흔적과 어린아이 같은 깨끗함이 동시에 드러났기 때문일까. 웃음과 함께 부채살 모양으로 깊게 팬 눈가 주름이 ‘촛불아 고맙다’라는 문구만큼이나 따뜻해 보였다.

10차 촛불집회 총정리 “송박영신, 하야 뉴 이어”

지난 10월29일 이후 12월31일까지 10번에 걸쳐 광장을 밝힌 촛불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촛불이었다.

주최 측인 퇴진행동은 31일 밤 10시 30분 기준으로 서울 광화문 100만, 부산 5만7천, 광주 2만 등 지역 10만4천이 모였고 전국 총 110만4천이 모였다고 알렸다. 누적 연인원 1,000만을 달성한 것이다. 퇴진행동은 “한 가지 의제로 연인원 1,000만이 집결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히며 “‘헬조선’의 현실을 직접 부수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열망으로 촛불이 진화한 것”으로 해석했다.

“야당이 촛불과 함께 나서야 하는 것은 개헌이 아니라 적폐 청산”이라고 강조하는 퇴진행동은 국회가 무엇보다도 조속히 처리해야 할 ‘6대 시급현안’을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세월호특별법 개정 ▲방송장악방지법 개정, 언론부역자 청산 ▲백남기특검 실시 ▲국정역사교과서 중단 ▲성과연봉 저성과자 퇴출제 중단 ▲사드배치절차 중단으로 꼽았다.

이날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해피 뉴 이어’(새해 행복하세요)라는 신년인사를 “하야 뉴 이어”로 바꿔 외쳤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직접 쏘아올린 폭죽은 2016년 마지막 날 서울의 밤하늘에 민주와 자유를 수놓은 듯해 세계 여느 대도시의 화려한 신년 불꽃놀이보다 아름다웠다. 

'광화문 구치소'를 둘러싼 시민들이 쏘아올리는 폭죽. [사진 : 백남기투쟁본부 페이스북]
동거차도에서 새해를 맞는 세월호 가족들이 아이들이 있는 하늘로 그리움과 소원을 담은 등을 띄운다. [사진 : 4.16연대 페이스북]

미수습자 가족 ‘다윤 엄마’ 눈물의 호소

저녁 7시부터 시작된 ‘박근혜는 가고 새해는 오라’는 뜻을 담은 ‘송박영신’10차 촛불 본대회에선 세월호참사 미수습자 가족으로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는 ‘다윤 엄마’ 박은미씨가 무대에 올라 시민들을 마주했다. 발언 중 무너지는 마음에 눈물이 쏟아져 '다윤 엄마'가 말을 잇지 못할 때면 광장 어디선가부터 “힘내세요”라는 격려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박씨는 “세월호 속에 사람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9명이 있습니다”라며 미수습자 한명 한명의 이름을 불렀다. 그는 “천일이 다 되도록 아직 세월호 속에 제 딸이 있습니다”고 말하는 순간 눈물을 참지 못했다.

“여러분들께서 2014년 4월16일 참사가 일어났을 때 마지막 한 명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려 보내주겠다고 해주신 약속 이제는 지켜주세요. 배가 올라와야 저희는 가족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배가 올라왔을 때 여러분들이 ‘거기 있는 사람 먼저 찾으라’고 목소리 내 주시고, 그 배를 가지고 왜 그랬는지 알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그리고 304명의 희생이 헛되지 아니하도록 함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사실은 너무 많이 지치고 힘듭니다. 여기 함께하시는 엄마 아빠 여러분 부모 마음으로 세월호를 인양해주세요 마지막까지 함께해 주세요. 단 한명의 실종자도 나오지 않도록 좋은 날씨를 위해서 기도 많이 해 주세요”라는 한 '엄마'의 애타는 마음에 함께 아파하며 눈물을 훔치는 시민도 여럿 있었다.

동거차도에서 세월호의 소원을 담아 띄우는 노란 풍선. [사진 : 4.16연대 페이스북]

세월호가 인양되는 과정을 지켜보느라 사고 해협에서 가까운 동거차도에서 천막을 치고 생활하는 가족들이 보내온 영상도 준비됐다. 동거차도를 찾은 4.16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 ‘동수 아빠’ 정성욱씨는 “인양이 올해를 넘기고 내년으로 넘어갔다. 내년에는 팽목에서 기다리는 분이 없을 수 있도록 모두가 가족 품으로 돌아오고, 진상규명할 수 있는 한해가 되면 좋겠다”는 새해의 바람을 전했다

“다윤아, 은화야, 영인아, 현철아, 혁규야, 권재규님, 이영숙님, 양승준 선생님, 고창석 선생님 어서 돌아오세요.”

동거차도에 모인 가족들은 망망대해를 향해 아직 돌아오지 못 한 이들의 이름을 목소리 높여 외치며 '인양기원'과 '미수습자수습' 등 세월호의 소원이 적힌 노란 풍선을 날렸다.

영상이 끝나자 304명의 희생자가 이 외침을 바닷속이 아닌 하늘에서 듣기를, 배가 풍선처럼 떠올라서 하늘을 날기를 바라는 광장의 시민들이 한목소리로 “세월호를 인양하라”, “박근혜를 구속하라”고 외쳤다. 광화문 세월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8.5m 대형촛불에 환하게 불이 켜지고 노란풍선 304개가 아이들을 만나러 하늘을 향해 두둥실 떠올랐다.

삼청동 총리공관 앞으로 행진한 시민들이 오자미를 던져 박을 터트리자 '박근혜 감옥행'이라는 현수막이 펼쳐진다.

본대회가 끝난 뒤 광화문광장에 모인 90만이 넘는 시민은 각각 청와대, 헌법재판소, 삼청동 총리공관 앞으로 나뉘어 행진했다. 총리공관 앞에선 전국대학생시국회의가 준비한 박 터트리기가 진행됐다.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박근혜는 물러나라” , “황교안도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하야가’에 맞춰 열정적으로 오자미를 던지자 1분도 안 돼 2개의 박이 모두 터졌다. 터진 박 아래로 꽃종이가 흩날리고 ‘박근혜 퇴진’, ‘박근혜 감옥행’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각각 펼쳐졌다.

다사다난했던 2016년의 마지막 한끼, 세월호 심야식당

이날 밤 통인동 거리 위로 10개의 천막이 설치됐다. '9. 304. 416. 991.' 천막 앞에 달린 노란색 '임시 간판' 현수막에 얼핏보면 전화번호 같은 숫자가 적혀있다. 9명의 미수습자, 304명의 희생자, 참사가 일어난 4월16일, 그리고 참사가 일어난 지 991일째. 그 마음이야 오죽하겠느냐마는 세월호 가족들은 1,000일 가까이 함께해 준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4,160 그릇의 카레덮밥을 준비했다.

“우리도 하나 받아서 나눠 먹을까?” 청와대 행진 경로인 통인동 거리엔 가족단위로 참석한 시민이 유난히 많았다. 세월호 가족들의 ‘심야식당’이 특별 개업한 이곳엔 청와대 앞 행진을 끝낸 시민들이 줄을 서 문전성시를 이뤘다.   

“시민들에게 밥 한끼 대접하고 싶었다”라고 밝힌 세월호 가족들은 연신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건넸고 시민들도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답하며 따뜻한 밥 한끼의 위로를 나눴다.

'심야식당'을 위해 세월호 유가족들뿐만 아니라 경복궁서측주민, 20여개 단체 등 200여 명의 개인 및 단체가 힘을 모았다. 이들은 하루 전인 30일 오후부터 쌀 400kg을 준비하고, 카레에 들어갈 감자나 당근 등 야채 350kg을 썰고 볶는 등 정성을 쏟았다. ‘잊지 않겠다’는 다짐의 세월호 노란 리본과 뜻을 같이 하는 노란색 카레 컵밥을 받아든 시민들의 표정이 환했다.

제야의 촛불

행진을 마친 시민들은 새해맞이 제야의 종소리 타종행사 참석을 위해 11시께부터 종로 보신각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종로를 행진한 대학생 무리가 깃발을 나부끼며 보신각 앞에 도착했다. 청년들은 제야의 종소리 축하 무대가 펼쳐지는 동안에도 전국에서 티브이 중계로 타종행사를 지켜보는 모든 국민이 듣게끔 “박근혜를 구속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정유년 새해를 열었다.

보신각 앞, 새해를 알리는 종소리와 동시에 울려퍼지는 구호 "박근혜를 구속하라!"

이명주 기자  ana.myungju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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