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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하, 4.3항쟁의 시 <한라산> 필화 3채형복 교수의 ‘한국문학의 필화사건’
이산하는 1960년 경북 영일에서 태어나 영일상옥초등학교, 상옥중학교 중퇴 후 부산경남중학교(편입․졸업), 부산 혜광고와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본명은 이상백이다. 필명 ‘이산하’는 ‘이 땅’ 혹은 ‘이강토’라는 뜻으로 지어 사용했다고 한다. 1982년 ‘이륭’이라는 필명으로 <시운동>에 연작시 <존재의 놀이> 등을 발표하며 시단에 나왔다. 1987년 제주4․3사건을 다룬 장편서사시 ‘한라산’으로 구속되어 필화를 겪는다. 출소 후 10년 간 절필했다가 1998년 <문학동네>에 ‘날지 않고 울지 않는 새처럼’ 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복귀했다. 시집 <천둥 같은 그리움으로>(문학동네), 산사기행집 <적멸보궁가는 길>(이룸), <피었으므로, 진다>(쌤앤파커스), 편역서로 <체 게바라 시집>(노마드북스), <살아남은 자의 아픔>(노마드북스) 등 여러 권의 시집과 저서가 있다.

3. 법적 쟁점과 판단

검찰은 ‘도서출판 녹두’ 명의로 부정기 간행물 <녹두서평>을 발행한 행위가 국외 공산계열과 북한공산집단의 활동에 찬양․동조하는 이적표현물을 제작․반포한 행위로 국가보안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1987년 4월 발행인 김영호와 편집장 신형식을 구속했다. ‘한라산’의 저자 이산하는 도피했다가 그 해 11월 11일 구속된다. 따라서 재판은 먼저 <녹두서평>를 중심으로 진행됐고, 그 후 이산하가 구속되면서 ‘한라산’의 국가보안법 위반에 대해서도 심리됐다. 이산하에 대한 혐의사실은 다음과 같다.

▲당시 공판조서

① 북한 공산집단은 정부를 참칭하고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불법조직된 반국가단체로서 마르크스, 레인주의에 기초하여 변증법적 유물론에 따른 역사 발전의 합법칙성과 계급투쟁론을 주장하면서, 소수자본가 계급에 의한 생산수단의 독점과 노동착취로 인하여 발생하는 노동자계급과 자본자계급 사이의 적대적 모순은 특히 제국주의 지배 하에서 첨예한 계급적 대립으로 나타나며, 우리나라의 현상에 대하여 미제국주의의 강점 하에서 그들이 내세운 군사파쇼정권을 통하여 철저히 종속된 신식민지로서 모든 인민이 수탈당하고 있고, 민족적 모순과 계급적 모순이 심화되어 있다고 모략하는 한편, 조국의 자주적 통일과 인민해방을 위하여는 남조선에서 미제국의 침략자들과 파쇼정권을 폭력으로 타도함으로써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 혁명을 이룩하여야 한다는 전략 아래 이를 위하여 그들의 이른바 통일전선전술에 따라 폭력, 비폭력, 합법, 비합법 등 각종 투쟁 형태를 적절히 배합하여 남조선 사회에 첨예화된 모순의 중심고리를 공격함으로써 미일제국주의와 군사파쇼, 매판자본가의 무리들을 타도하여야 한다고 선전, 선동하며 대남적화 통일을 위하여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② 장편 연작시 ‘한라산’ 제하로 한국을 미국의 식민지사회로 파악하고, 제주4․3폭동을 “민족해방과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인민들의 항쟁”으로 미화하고, 이를 진압한 정부의 조치를 “무차별한 주민학살극”으로 묘사․비방하는 한편, 인공기를 찬양하는 등의 내용이 게재된 200자 원고지 200매 분량을 작성하여 녹두출판사에서 출판하여 서점에 배포함으로써 북한 공산집단의 활동에 동조하여 이를 이롭게 할 목적으로 표현물을 제작, 반포하였다.

위의 사유로 서울형사지법 제14부는 이산하에게 징역 1년 6월과 자격정지 1년에 처한다고 선고했다. 안영도·홍성우 변호사가 작성한 녹두서평필화사건 변론서에는 ‘한라산’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변호인들은 시 ‘한라산’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항변했다.

첫째, “시 ‘한라산’의 기본적 구도는 그러한 시대적 배경아래서 야기된 제주도 4․3폭동을 외세의 분단논리에 대한 제주도민의 민족주의적 저항이라는 시각에서 재구성하여 시의 형태로 형상화를 시도한 것이다. 시의 내용을 이루는 역사적 기술들의 대부분, 특히 인공의 정치적 영향아래 대다수의 제주도민이 직접․간접으로 관련됨으로써 사건의 주체가 되었던 점, 미군정 당국이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옥석을 구분하여 많은 양민을 희생시켰다는 점, 당시의 인공의 내부에 남로당계열이 침투하였던 것은 사실이나 도민의 대부분은 공산주의와는 무관한 양민으로서 사건자체가 민족사적 비극이었던 점들은 모두 역사적으로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이며 이는 증인 김학준의 이 법정에서의 증언에 의하여도 이미 증명된 바 있다.

둘째, 다만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 요지는 시의 표현의 일부가 북한공산집단이 상투적으로 사용하는 선동용어와 유사한 점이나 몇몇 군데 직설적이고 생경한 표현들을 문제 삼고 있는 듯하나, 위 ‘시’의 역사적 배경이 북한공산집단이 생기기 이전의 미군정 당시의 사건인 점, 사건에 관련된 정치세력인 ‘인공’은 1945. 9. 6. 결성되었다가 그 후 곧 미군정에 의하여 불법화 되었던 역사적 정치적 실재로서 분단의 당사자인 북한공산집단과는 별개의 존재인 점, 사건의 주체인 제주도민의 대부분이 공산주의와는 무관한 양민이었던 점에 비추어 위 ‘시’가 북한공산집단의 활동에 동조하여 이를 이롭게 하는 내용이라고 단정한 공소사실 부분은 사실과는 크게 다른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두 변호인의 변론에도 불구하고,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산하는 서울형사지방법원의 판결에 불복하여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한다. 그러나 제주4․3사건을 다룬 필화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확정판결을 받은 이산하를 변호해줄 변호사를 찾을 수 없었다. 부득이 이산하는 “똑같은 이슬을 먹고도 벌은 꿀을 만들지만 뱀은 독을 만듭니다. 그 독을 먹고 자라는 파쇼 하의 법정이란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나,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판결이 내려지기를 바랍니다”라며 자신이 직접 자필로 항소이유서를 작성하여 법원에 제출한다.

▲이산하시인

이산하 자신이 회고하는 것처럼, 이 서면은 감옥 바깥의 기회주의자들에 대해 가슴속에서 뜨거운 분노가 치솟은 상태에서 다분히 감정적으로 쓴 것이다. 당시의 그는 가식과 위선과 허위의식으로 가득 찬 ‘이 시대의 점진적인 양심들’에게 그런 식으로라도 분노와 경멸의 침을 내뱉고 싶었다고 한다.

이처럼 이산하는 자신이 직접 ‘다분히 격정적인’ 항소이유서를 썼다. 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항소의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녹두서평필화사건 항소 변론서에 포함되어 있는 ‘한라산’에 관한 내용을 살펴볼 수밖에 없다. 항소심에서 변호인은 시 ‘한라산’에 대해 이렇게 항변하면서 피고인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첫째, “시 ‘한라산’은 제주도 4․3폭동을 주제로 하여 쓰인 것이고 그 내용을 이루는 역사적 기술 특히 대다수의 제주도민이 ‘인공’의 정치적 영향아래서 사건에 관여했던 점 및 미군정 당국이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공산주의와 무관한 많은 양민을 희생시켰던 점 등은 모두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인 것이며 이는 원심을 통하여 이미 증명된 바 있다.

둘째, 시 ‘한라산’은 아직까지 국내에서 밝혀진 바 없는 ‘제주도 4․3폭동’을 외세의 분단논리에 대한 제주도민의 민족주의적 저항이라는 관점에서 ‘시’의 형태로 형상화 한 것으로서 분단의 책임을 지는 북한공산집단과는 그 역사적 관련성이 없는 것이다.

셋째, 다만 그 사건의 구체적 전개과정이나 관련된 정치단체들의 성격규명에 관해서는 아직 학계의 연구가 미진한 실정이고 또한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사건자체의 성격에 관해서는 학문적인 견해의 대립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한 견해의 차이는 이 사건 ‘시’가 취급하는 주제는 아닐뿐더러 더구나 그 ‘시’가 그중 어떠한 견해에 입각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적어도 이 사건에서 ‘시’의 용공성의 문제와는 결부되어질 수 없는 것임은 분명한 것이다. 

 

 

채형복 교수는 프랑스 엑스 마르세유 3대학에서 ‘유럽공동체법’을 전공했다. 이와 관련된 여러 권의 저서가 있다. 현재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있으며 시인이기도 하다. <늙은 아내의 마지막 기도>, <저승꽃>, <우리는 늘 혼자다> 등의 시집을 펴냈다

 

채형복 교수  news@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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