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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위원회는 예술계의 정치권력김종선의 문화정책 돌아보기 9 - 블랙리스트 사태와 문화예술위원회 개혁의 과제
  • 김종선 문화정책기획자
  • 승인 2016.12.2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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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위원회를 단죄하라

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의 근원적인 원인은 박근혜 정권의 국정 농단에 기인한다. 박근혜 게이트는 관료주의의 심화와 함께 예술행정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예술가로 이뤄진 문화예술위원회는 일제의 식민지 지배에 부역했던 예술가들처럼 반역과 진배없는 부역의 역사를 만들었다. 문화예술위원회는 철저하게 실상을 조사해서 알려야 한다.

이를 위해 예술계 인사들과 법률가들로 구성된 “블랙리스트 사태에 관련한 문화예술위원회 진상조사위원회(가칭)” 의 활동이 필요하다. 정부의 감사기능으로나 또는 특별검사의 수사와 같은 정도로 이를 밝혀내기엔 한계가 있다. 진상조사를 위해선 먼저 예술계 내부의 전문적인 역할이 중요하며, 그 결과에 따라 법적인 절차의 진행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문화예술위원회를 단죄하고, 이를 계기로 문화와 예술정책의 개혁을 도모하는 것이 마땅하다.

▲ 문화예술위원회의 도입은 1999년 설립된 영화진흥위원회와 같은 협치 기구의 설치에서 출발한다. 예술행정의 예술가들의 참여를 확대하고자 하는 한국형 예술행정시스템을 만들고자 한 데서 출발했다. [이미지 출처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예술위원회의 주인은 예술가가 아니다

블랙리스트 사태를 맞아 문화예술위원회는 그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위기를 맞이했지만 사실 문화예술위원회는 2005년 설립 때부터 문제점을 안고 출발했다. 2003년 문화관광부내의 문화행정혁신위원회 TF의 논의를 거쳐 문화예술위원회는 현재의 형태로 위원회 시스템의 가닥을 잡게 된다. 문화예술진흥법의 개정을 통해 설치되던 2005년 8월 출범하던 때부터 문화예술위원회는 관료 시스템의 하부 역할을 피할 수 없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문화예술위원회에 대한 구상은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의 선거 공약으로부터 시작된다. 예술정책의 협치(거버정책)를 위해 만들어진 예술정책의 기본 방향이었다. 비록 김대중 정부에서는 법제화를 이루지 못했지만 이는 노무현 정부의 과제로 고스란히 계승됐고 결과적으로 2005년 기구가 설립됐다.

그러나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다. 2003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의 위원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지금의 위원회 형태는 2003년 문화행정혁신위원회의 TF 활동의 결과이다. 문화예술위원회의 도입은 1999년 설립된 영화진흥위원회와 같은 협치 기구의 설치에서 출발한다.

예술행정의 예술가들의 참여를 확대하고자 하는 한국형 예술행정시스템을 만들고자 한 데서 출발했다. 그래서 2003년 2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채택된 보고서에는 각 장르별로 민간 행정위원회 성격의 위원회를 설립하고 위원장들의 큰 틀에서의 협의체로 문화예술위원회를 두는 것으로 정리했다. 필자가 당시 인수위원회의 문화정책 행정관으로 직접 참여해서 만든 보고서의 결과다.

예컨대 무대예술위원회, 시각예술위원회, 문학출판위원회, 전통예술위원회, 기획위원회 등의 장르별 위원회를 독자적으로 구성해서 현장의 의견이 고르게 반영되는 독립된 민간 행정위원회로 구상됐다. 그러나 대표자들로 구성되는 방식으로 종합적 위원회로 구성방식이 바뀐다. 결국 각 장르별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여 자율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문화관광부 장관이 임명하는 장르 대표를 통해 문화관광부 중심의 기관으로 한계를 갖고 출발했다.

이 과정에서 소위 예술계의 말도 되지 않는 헤게모니 다툼이 있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문화행정혁신위원회에 참여한 민간 위원들의 역할에 대하여 문제제기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공약과 인수위 보고서 보다 후퇴한 정책이 선택된 것이다. 결국 문화예술위원회의 주인은 예술계가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와 관료가 가장 큰 힘을 갖게 됐다.

필자는 문화부의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정책 대상은 예술정책이라고 생각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콘텐츠 산업 정책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이는 국민을 위한 기본적인 정책이 아니다. 일종의 문화를 이용한 경제정책일 뿐이다. 민간의 경제적 역할이 더욱 중요하고 문화부는 영화투자나 음악 산업 공정 거래 등 기준을 잘 정리하는 역할을 하는 게 맞다.

문화를 만들고 문화를 누릴 권리인 문화권은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돼야 하고 이를 위해 국가 예술정책이 존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예술행정은 민간의 참여를 통한 협치가 가능하도록 민간 행정위원회 체계를 선택하고 문화부내의 가장 중요한 부서로 예술국이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문화예술위원회에 상응하는 과들로 예술국이 구성돼 지원체계가 완결돼야 했다. 그러나 예술국은 문화산업국에 밀려 축소됐고 문화예술위원회 사업의 가장 중요한 내용인 재정조차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사용에 한정됐다. 예술을 위한 국가재정의 확보 구조조차 망가진 것이다. 결국 문화예술위원회는 예술계를 달래거나 통제하는 기구 역할로 만들어졌다.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캐릭터. '예술위원회 마스코트 리듬이, 그림이, 감동이, 선율이, 그리고 구경이입니다. 예술의 유연한 힘과 무한한 가능성을 상징하는 예술위원회 CI에서 태어났습니다. 예술과 함께 어우러져 세상을 더욱 풍요롭고 조화롭게 만들 것입니다.'라는 설명이 달려있다.

문화예술위원회 개혁의 과제

다시 돌아가야 한다. 문화예술위원회가 민간 행정위원회로 역할을 하도록 원래 논의되던 협치 기구이자 예술행정의 자율적 민간 행정위원회 체계로 돌아가야 한다. 각 장르별 독립된 민간 행정위원회를 만들고 예술국의 체계의 개편까지 뒤따라야 한다. 문화부의 권력을 관료가 갖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와 시민이 가질 수 있는 행정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이것이 ‘문화부 없는 문화국가’의 모습이다. 아울러 콘텐츠산업 역시 영화진흥위원회 같이 장르별 위원회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문화예술위원회와 문화콘텐츠위원회가 서로 협력하는 문화행정이 되길 희망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 소문만 무성하고 그 존립 근거를 잃어버린 미래창조과학부의 방송통신콘텐츠 부분 역시 조정돼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관리를 중심으로 한 고유한 역할을 제외하고 방송콘텐츠와 관련한 사업은 다시 문화부에서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다시 원래의 정책 방향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해야 할 것이 있다. 앞서 제안한 “블랙리스트 사태에 관련한 문화예술위원회 진상조사위원회(가칭)”의 활동에서 철저한 조사가 전제돼야 하며, 이 대상에는 반드시 문화체육관광부의 관료들 역시 책임이 규명돼야 한다. 관료중심의 예술행정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국민기본권으로 문화권 보장을 위한 개헌

아마도 김대중 정부로부터 국민의 삶의 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문화향유권에 대해 사회가 인식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요즈음 정치권은 개헌에 대한 분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정치적 욕심에 따른, 시민들의 의지와 다른 개헌 논의 자체는 반대하지만 개헌의 필요성에 ‘문화권 보장’이 논의됐으면 좋겠다.

시민들이 문화를 창조하는데 함께하고, 교육받고, 누릴 권리, 예술가들이 사회에 기여하고 사회의 가치를 형성하는데 역할을 하는 권리인 ‘문화권’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 권리가 되길 희망한다. 이것이 국격의 상승을 가져오는 것이다. 국민의 기본 권리로서 문화권 보장을 위한 개헌 논의를 희망한다.

김종선 국회문화관광위원회 위원 보좌관(1996~2004)/ 15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문화정책담당 행정관(2003) / 문화관광부 문화행정 혁신위원회 간사(이창동장관 정책보좌역) / 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운영위원장

김종선 문화정책기획자  news@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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