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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예술로 읽다(7)평양 클래식 열풍의 주역, 조선국립교향악단

2008년 뉴욕필하모닉의 평양 공연은 북측의 클래식 수준을 세계적으로 알린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비록 이후의 미국 공연은 여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지만, 첼리스트 장한나의 지휘 스승으로도 유명한 로린 마젤의 평가로 조선국립교향악단의 높은 수준의 앙상블과 단원의 기량이 알려지게 되었다. 동평양대극장에서 북한 ‘애국가’와 미국 국가, 앙코르곡 ‘아리랑’ 등을 지휘하는 장면은 전 세계로 중계가 되었고, 이 공연은 다큐멘터리영화 “마에스트로6-로린 마젤: 평양콘서트”로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 이노우에가 지휘하는 국립교향악단 음악회 장면 [사진 : 공연실황 유튜브 켑처]

동평양극장이 대중적인 극장이라면 ‘국가급’ 공연을 하는 모란봉극장은 북측 클래식 관객의 성지와 진배없다. 북측의 대표적인 기념일 중 하나인 선군절 행사의 일환으로 지난 25일 상주단체인 조선국립교향악단이 음악회 '내 나라의 푸른 하늘'을 개최하기도 했다. 북측이 최근 제안한 연석회의의 단초가 되었던 “남북조선제정당사회단체대표자연석회의”가 1948년 4월에 이곳에서 열렸고, 같은 해 제1차 최고인민회의가 개최된 역사적인 곳이기도 하다.

1946년 봄 모란봉 기슭에 세워진 모란봉극장은 한국전쟁 당시 파괴되었던 것을 지하극장의 형태로 건립하였다가 1958년에 800석 규모로 재건했다. 2004년 12월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로 현대화 작업을 시작해 2005년 11월 완공 후, 2006년 4월9일 조선국립교향악단이 재개관 기념공연을 가졌다. 2006년 12월28일에는 ‘음악정치’를 주창한 김정일 위원장의 음악적 천재성에 비견된다고 소개한 ‘모차르트 생일 250돌 기념 음악회’를 개최해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과 피아노 협주곡 23번, 교향곡 제39번 등을 연주하기도 했다. 현재 모란봉극장은 조선국립교향악단과 함께 평양의 클래식 열풍을 선도하고 있다.

조선국립교향악단은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1946년 8월8일 중앙교향악단(단장 리면상)으로 창립되어 이날 북조선공산당 중앙조직위원회 청사에서 첫 공연을 펼쳤다. 창립 당시 실내악단 규모의 ‘1관 편성’이던 교향악단은 김일성 주석의 부인인 김정숙의 주도로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초연했다. 그리고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북한 애국가도 초연했다. 당시 신문은 "해방된 조선이 음악을 위력한 무기로 하여 부강한 자주독립국가를 일떠세우며 민족의 넋과 기개가 반영된 우리식 음악을 창조해나갈 것을 선언하는 일대 사변"이라고 평했다.

▲ 이노우에가 지휘하는 국립교향악단 음악회 장면 [사진 : 공연실황 유튜브 켑처]

이듬해 ‘2관 편성’으로 규모를 키우고 지금의 명칭으로 개칭했다. 한국전쟁 이후 작곡가동맹의 산하단체에 있다가 1956년 독립, 1967년에는 악단 명칭이 잠시 '천리마국립교향악단'으로 바뀐 적도 있었지만, 1969년 조선예술영화촬영소 소속 관현악단을 통합해 대규모 관현악단으로 성장했고, 1970년 1월2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3관 편성’이 되었다. 1971년 피바다가극단 소속의 관현악단이 되었다가 1980년에 다시 독립해 현재의 국립교향악단이 되었다. 김기덕, 허재복, 김병화, 장룡식 등이 상임 지휘자를 역임했다. 재일동포인 현 울산시향의 김홍재, 재미교포 곽승, 한국의 박범훈과 정명훈, 미국의 로린 마젤, 일본의 이노우에 미치요시(井上道義)가 객원 지휘자로 지휘봉을 잡은 바 있다.

최근의 평양의 클래식 열풍에는 지휘자의 역할이 주요했다. 수석 지휘자인 김호윤과 부수석 채주혁, 차석의 방철진, 허문영이 그들이다. 공훈예술가인 김호윤은 호남형의 외모로도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지만, 선율을 시각화하는 매력적인 지휘와 연주로 크게 사랑을 받고 있다. 재청과 삼청, 사청까지 앵콜은 당연하고, 공연을 마친 후 꽃다발 세례와 수표(sign) 그리고 사진 촬영으로 관객들은 극장을 쉽게 떠나지 못한다고 한다. 교향악단 제2대 지휘자이자 만수대예술단 초대 단장인 허재복의 딸인 허문영도 평양음악무용대학(현 김원균명칭 평양음악대학)과 레닌그라드 림스키-코르사코프 음악원을 수학한 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여성 지휘자로 널리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인민예술가이기도 한 그녀는 만수대예술단 소속 지휘자로 활동하다가, 2006년 5월에 조선국립교향악단 지휘자로 임명되었다. 

▲ 이노우에가 지휘하는 국립교향악단 음악회 장면 [사진 : 공연실황 유튜브 켑처]

교향악단의 주요 인물은 다음과 같다. 2000년 서울을 방문하기도 한 허이복(허재복의 형) 단장에 이어 작곡가인 김연규가 최근까지 단장을 맡았다. 북측 언어학계의 거두인 김병제의 아들로 1948년 7월 아버지와 같이 월북을 해, 1982년 공훈예술가, 1992년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은 그는 조선국립교향악단의 작곡실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는 장조일이 단장, 정일산이 부단장을 맡고 있다. 악장은 월북 바이올리니스트 리계성에 이어 1991년부터 최기혁이, 작곡실장은 김연규 이후 재일조선인 출신의 강수기가 맡고 있다. 최기혁은 뉴욕필 공연 때 독주자로도 참가했으며, 2005년 공훈배우 칭호를 받았다. 강수기는 오사카 출신으로 1965년 북송선에 올라 입북, 2005년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았다.

조선국립교향악단의 다양한 국제적 활동에서 가장 인상적인 교류는 다음과 같다. 1982년 재독 작곡가인 윤이상이 방북해 북측 최초의 현대음악 연주회로 기록된 “광주여 영원히”를 지휘했고, 이것을 인연으로 1986년 바르샤바 음악제에 참가해 윤이상의 클라리넷 협주곡, 교향곡 제1번 등을 연주했다. 국내에서도 조선국립교향악단이 연주하고 김병화가 지휘한 윤이상의 곡을 감상할 수 있다. “김병화/Takao Ukigaya 윤이상: 교향곡 전곡, 광주여 영원하라 (Isang Yun: Complete Symphonies)”가 그것. 수록곡은 고은, 백기완, 박두진, 문병란 등의 텍스트에 곡을 붙인 칸타타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Mein Land, Mein Volk!)'(1987)와 광주민주화항쟁을 그린 관현악곡 `광주여 영원히(Exemplum in Memoriam Kwangju)'(1981) 등이다.

▲ 로린 마젤 평양 공연 장면 [사진 : 공연실황 유튜브 켑처]

1992년 6월1일에는 일본을 방문해 도쿄예술극장에서 김병화의 지휘로 ‘조선은 하나’, ‘피바다’, 드보르작의 ‘신세계에서’ 등을 연주해 재일 동포들을 열광케 했다. 2008년 뉴욕필 평양공연은 당시 북측의 외자유치를 담당했던 중국의 대풍국제투자그룹의 제안과 조미관계 개선을 위한 UN 북측 대표부의 교섭을 통해 이뤄졌다. 미국 국무부와 북측 문화성의 기싸움 속에서 공연의 성사를 위한 뉴욕필의 노력이 주효했고, 협력 관계였던 뉴욕필 재단의 요청으로 아시아나 항공이 평양 공항의 짧은 활주로를 고려해 비행기를 일부 개조해 전세기를 띄운 일은, 이 공연이 얼마나 어렵게 성사됐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례이기도 하다.

끝으로 일본 지휘자 이노우에 미치요시의 방북 지휘이다. 북측 유일의 국립해외예술단인 동경도 소재 금강산가극단의 김철 부단장의 주선으로 2011년 10월에 방북한 그는, 조선국립교향악단과 베토벤의 서곡 '코리올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을 연주했다. 멘델스존을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정현희는 2000년 8월 내한 공연에도 참가한 바 있는데, 그녀가 지닌 바이올린은 40만 달러를 상회하는 이탈리아산 명품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노우에는 2013년 3월 두 번째로 방북해 관현악 '아리랑'과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지휘했는데, 여기서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환희”는 북측 초연 무대였다고 한다. 합창은 120명의 만수대예술단 합창단이, 독창은 만수대예술단 소속 성악가들인 김금주(소프라노)와 한옥희(메조소프라노)가, 일본 측에서 나가타 미네오(테너)와 마키노 마사토(베이스)가 출연했다. 

▲ 북한의 차세대 지휘자 채주혁 (사진 유튜브 켑처)

조선국립교향악단의 대표적인 곡은 교향곡 '피바다', '경례를 받으시라', '수령님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관현악 '그네뛰는 처녀', '내 고향 정든 집', '청산벌에 풍년이 왔네', '도라지', '무장으로 받들자 우리의 최고사령관' 등이 있다. 서양곡으로는 사회주의권인 러시아와 동유럽의 유명 교향곡을 대부분 연주하고 있으며, 유럽의 경우 특히 독일 작품을 많이 연주하고 있다. 북측의 문예 방침에 따라 민요와 가요 등을 창작 수준의 다양한 편곡 작품으로 연주한다.

'주체교향'의 상징이자 관록 있는 원로 예술단체인 조선국립교향악단이 지난 8일 창립 70돌을 맞았다. 북측에서는 기념일을 맞아 두 차례 김일성 훈장을 수훈한 바 있는 조선국립교향악단을 두고 "주체교향악의 승리와 영광의 전통은 ‘만리마 시대’에 더욱 줄기차게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이상으로 다양한 연주와 활발한 국제 교류를 통해 평양의 클래식 열풍을 이어주기를 바라며, 동시에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통일에도 적극 기여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이노우에가 지휘하는 국립교향악단 음악회 (베토벤 교향곡 9번)

* 이노우에가 지휘하는 국립교향악단 음악회 (베토벤 교향곡 9번) 2

* 로린마젤 지휘, 뉴욕필의 북측 및 미국 국가 연주

* 채주혁 지휘, 조선국립교향악단 외국곡 모음 연주

 

* 이철주 편집기획위원 10년 넘게 남북 사회문화교류 영역에서 활동해 온 문화기획자다. 금강산가극단 내한공연 제작, 평양조선국립미술관 내한전 합의, 사할린 남북 해외 청소년 평화미술전 주관, 조선무용50년-북녘의 명무, 철원노동당사 DMZ평화음악회, 조선학교 중등교육 70주년 기념 꽃송이콘서트 등을 제작했다. 현재는 남북합동음악회와 평화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철주 편기위원  news@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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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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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혜연 2016-09-04 17:46:12

    왕재산이 뭡니까? 북한 최초의 대중음악밴드인 왕재산경음악단이 생기기이전의 당시 북한 여성가수들의 옷차림과 화장 외모에 대해서는 단한번의 실수도 없이 사진으로 올리시든가 아니면 글로 남기시기를 부탁드리는바입니다~!!!!   삭제

    • 박혜연 2016-09-02 18:03:36

      감사합니다~!!! *^^****** 이철주님. 건강하십시요~!!!!   삭제

      • 이철주 2016-09-01 11:40:37

        늘 관심있게 애독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북측의 전자 밴드와 관련해,
        왕재산부터 최근의 청봉까지 원고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적하신 의상의 변화에 대해서도
        흐름과 경향에 대해 같이 논하도록 하도록 하겠습니다.   삭제

        • 박혜연 2016-08-31 11:11:13

          다음에는 북한 최초의 걸그룹인 모란봉악단에 대해 올려주세용~!!!!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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